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청춘의 아픔과 패기를 그려낸 방탄소년단에게 조그마한 날개가 돋았다. 그리고 ‘윙스(Wings)’를 거쳐 ‘윙스 외전’을 통해 비로소 커다란 날개를 달았다. 그 날개는 곧 다가올 봄의 따스함과 위로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당시부터 ‘학교 3부작’을 통해 꿈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는가 하면, ‘지금의 삶이 행복한가’에 대해 노래했다. 그리고 ‘화양연화’ 시리즈를 통해서는 본격적인 성장스토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파트 1에서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타이틀곡은 ‘아이 니드 유(I Need U)’로 의지할 곳이 필요한 정서를 그려냈다. 파트 2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란하게 빛나는 청춘의 순간을 표현했다. 타이틀곡은 ‘런(Run)’은 누군가를 필요로 했던 정서에서 벗어났다. 청춘의 불안을 모두 끌어안고 달리는 젊음을 담았다.
청춘을 이야기하기에 단 두 파트로는 부족했다. 스페셜앨범 ‘화양연화 영 포에버(Young Forever)’는 청춘의 고민과 아름다움과 함께 전력질주한 뒤, 현실을 받아들이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꿈을 향한 여정은 쉽지 않았다. 미로 속은 여전히 어지러웠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불타오르네’를 부르며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청춘을 묘사했다.
보통의 시리즈였다면 여기서 완결이 됐을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청춘’ 시리즈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들에게 ‘성장’은 단순히 세월에 따라 나이 드는 차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은 때로는 심오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다가오는 자신들만의 철학을 노래해왔다.
그래서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와 같이 획일화된 결말은 있을 수가 없다. 방탄소년단은 이상주의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있기 때문이다. 현실을 포장하지 않고, 오히려 끝없이 불안하고 흔들리는 인생을 솔직하게 노래한다. 지금까지는 청춘을 다뤘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삶’ 자체를 그리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방탄소년단은 ‘윙스’를 통해 다시 한 번 성장통을 겪는다. 그동안 방탄소년단이 보여준 거칠고 강렬한 이미지에서 조금 힘을 빼고 성숙하고 섹시한 매력을 부각시킨 가운데, 혼란은 여전하다. 다시 한 번 갈등의 순간을 맞이하고, 유혹을 마주한다.

닥쳐오는 시련 속, 방탄소년단은 알에서 깨어나 새싹 같은 날개를 피운다. 그리고 ‘윙스 외전’을 통해 드디어 날갯짓을 시작한다. 무한궤도의 삶을 그리고 있기에 ‘드디어’ ‘끝내’와 같은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으며, 희망의 빛은 강렬해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윙스 외전’의 부제는 ‘유 네버 워크 어론(You never walk alone)’이다. ‘너는 절대 혼자 걷지 않는다’는 뜻처럼, 방탄소년단은 위로와 공감으로까지 나아갔다. 타이틀곡 ‘봄날’은 방탄소년단의 날갯짓이 따스한 봄과 같다는 걸 알려준다.
처음에는 ‘너무 야속한 시간/나는 우리가 밉다/이젠 얼굴 한 번 보는 것도/힘들어진 우리가/여긴 온통 겨울 뿐이야/8월에도 겨울이 와’라고 말한다. 며칠 밤을 더 지새워야 만날 수 있을지 짐작할 수 없고, 너를 지울 생각까지 했다.
이윽고 노래는 ‘아침은 다시 올 거야’라며 반전된다. 아침이 밝아올 것이라는 희망은 ‘벚꽃’과 ‘봄날’이라는 키워드로 증폭된다.
방탄소년단이 건네는 노래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동안의 서사를 통해 유기적인 연결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냥 오는 행복과 희망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꽃이 온갖 바람과 눈비에 흔들리며 피듯, 방탄소년단의 청춘도 혼란 속에서 만개한다. 그래서 멤버들의 위로는 더 따스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공감된다.
특히 신곡인 ‘어 서플라이먼틀리 스토리: 유 네버 워크 어론(A Supplementary Story: You Never Walk Alone)’에는 ‘함께라면 웃을 수 있으니까’라는 가사가 있다. 2015년 공개된 티저 영상인 ‘화양연화 온 스테이지 프롤로그(on stage: prologue)’에도 삽입된 문구다. 방탄소년단의 스토리가 모두 함께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윙스 외전’은 방탄소년단이 ‘윙스’에 미처 담지 못했던 청춘과 성장의 이야기를 완성한 앨범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이들에게 ‘끝’은 없다. 마지막은 또 다른 시작이다. 청춘의 날개가 만들어낸 바람은 계속해서 하늘을 향유할 것이다. 불안정한 대기권 아래서 말이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