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연예인에게 팬의 존재는 떼려야 뗄 수 없다. 대중의 관심, 더 나아가 팬들의 사랑이 없다면 그 연예인은 활동을 지속할 수 없다. 아이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아이돌의 성장에는 팬들이 가장 큰 바탕이 된다. 더 나아가 아이돌 팬들은 팬덤문화를 만들고 가요시장을 이끌며 교두보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더욱 크다.
이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결국 팬들은 떠난다.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것 같은 연예인과 그를 좇는 팬들의 모양새라고 볼 수 있지만, 알고 보면 특별한 관계이기에 나올 수 있는 애틋한 감정이 존재한다. 아이돌과 팬 사이 쌓인 신뢰와 애정은 부모자식의 것과, 애인의 것과, 친구의 것과 조금은 다르다.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성역이다.
소년24 출신 화영은 아이돌과 팬 관계의 불문율을 공고히 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는 화영의 전화통화 녹취록이 떠돌았다. 녹취록에는 화영이 한 여자와 함께 대화를 하며 팬들과의 하이터치회에 대한 불만을 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사실 노골적인 욕설이 섞여있기에 불만이라기보다, 비난에 더 가깝다.
이를 접한 팬들은 배신감과 분노에 휩싸였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분명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던 ‘내 가수’의 이면은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이었다. 팬들은 단순히 화영을 ‘떠나갔다’기보다 아예 등을 돌렸다.
특히나 화영은 정식데뷔를 한 멤버도 아니었다. 서바이벌을 통해 선발된 인원으로 구성된 소년24는 현재 상설공연을 펼치고 있다. 그 다음, 투표를 통해 추려진 멤버만이 데뷔의 꽃을 피울 수 있다. 1년 동안 팬들에게 자신의 매력과 실력을 얼마나 어필할 수 있는지가 결정적인 요소다.
화영은 아직 제대로 대중 앞에 서지도 않은 채, 팬들을 우롱하는 건방진 자세를 보였다. 데뷔한 게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가 한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좋아해주는 팬들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놀라운 것은 이번과 같은 화영의 행동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소속사 CJ E&M과 라이브웍스 컴퍼니는 “그동안 저희는 소년 화영의 사생활 문제가 ‘소년24’ 전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인지하고 수차례 면담을 통해 ‘주의’와 ‘기회’를 줬다”고 이전 상황을 설명했다.
이미 팬들 사이에서 화영의 과거는 논란거리였다. 이화영의 전 여자친구라고 주장한 한 여성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화영에게 데이트 폭력을 당했으며, 화영이 바람을 피웠다는 등 내용의 글을 올린 적도 있다.
‘실수’ ‘어린 시절의 과오’라고 넘겨짚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성격이나 철없는 시기를 떠나 인성의 문제다. 비뚤어진 인성은 결국 자신이 품은 꿈과 힘겹게 일궈낸 성과들은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소속사의 공식입장에 따르면 화영은 소년24에서 퇴출 및 계약해지됐다. 탈퇴가 아닌 ‘퇴출’이라는 이례적인 불명예를 떠안았다.
더욱 괘씸한 이유는 이런 개인적인 요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소속사는 화영의 퇴출 이유에 대해 “소년 화영의 개인의 문제로 인한 불미스러운 논란이‘소년24’ 전체 이미지 훼손과 매 공연, 뜨겁게 호응해주시는 팬 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무대에 오르는 다른 멤버들의 진심마저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닐지 우려 되는 바”라고 말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웅덩이 전체를 흐린다고 했던가. 화영이 딱 그 꼴이다. 죄 없는 소년24 멤버들은 애꿎은 이미지 타격을 입었다. 꿈을 향해 열정적으로 달리던 이들의 힘이 빠지게 만들었다. 아이돌에겐 팬들의 신의를 저버리는 순간이 가장 무서운 법인 줄을 모르는 모양새다.
반대로 팬들의 사랑이 지나쳐 독이 되는 경우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팬들의 사랑은 결코 당연한 대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팬심’은 팬들이 주체이지만, 궁극적으로 아이돌과 팬의 관계로부터 형성된 쌍방의 감정이다. 시간과 신뢰는 ‘팬심’이라는 꽃에 물과 햇빛과 거름을 준다.
화영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 팬심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자만에 빠진 화영이 생각을 바꿨다고 해도 과연 다시 믿음을 줄 수 있을까? 이미 버스는 떠났다. 실력이 아무리 충만한들 머릿속에 박힌 관념부터가 잘못됐는데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린 화영은 ‘시간이 약’이라는 카드를 쓸 수 없다. 소년24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데뷔할 자격이 없어 보인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