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봄을 준비한다는 의미의 절기 ‘입춘(立春)’도 지났다. 때때로 날카로운 칼바람이 불기도 하지만, 햇빛은 따사로워지고 있다. 그렇게 서서히 봄이 오듯, 가수 시니도 달콤함을 선사할 음악을 들고 돌아왔다.
시니는 사실 과거에 데뷔한 이력이 있었다. 고등학생 때 ‘이산’이라는 이름으로 곡을 발표했지만 별다른 활동도 하지 않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야 했다. 시니 말에 따르면, 그때도 노래를 쓰긴 했지만 하고 싶은 음악보다 시키는 음악을 위주로 했다. “너무 어려서 아무것도 몰랐다”는 게 그의 말이다.
대학생이 되서도 마찬가지였다. 성적에 맞춰 연극영화과에 입학해 영화 사운드, 연기 연출 등에 대해 배웠는데 자신과는 잘 맞지 않았다. 음악에는 관심이 있으니 영화음악에 발을 디뎌볼까 했더니, 촬영장에서 밤새 짐을 나르고 단편영화를 찍으며 시간을 보내느라 음악에는 큰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래도 영화와 음악, 대중문화와 예술이라는 한 카테고리에 묶여 있는 만큼 어느 정도 연결점은 있었다. 시니는 “스토리가 떠오르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 따라 시니는 대게 경험담을 바탕으로 하거나, 경험담에 상상을 더해 한 편의 영화 같은 노래를 만든다.
시니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놓는 음악은 트라우마이자 터닝포인트였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것 자체가 콤플렉스였기 때문이다.
“학생 때 좋아하는 이성한테 잘 보이려고, 조용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수련회 장기자랑에 나가 노래를 불렀어요. 한 삼백 명 정도 있는데 거의 음이탈로 노래를 부를 정도로 계속 음이탈이 나는 거예요. 그 다음날 웃음거리가 돼서 상처가 컸어요. 그걸 극복하고자 밴드에 들어갔어요. 소심했지만 오기가 생긴 거죠. 그 후 다른 무대에서 노래하면서 ‘나는 음악을 해야겠구나’ 느꼈어요.”

재즈 보컬을 배운 것도 이 때문이었다. 재즈는 즉흥성이 다분한 장르인데, 시니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싫어하고 안정적인 걸 좋아하는 성격을 극복하기 위해 재즈를 택했다. 시니에게 음악은 알을 깨고 나아가게 만들어준 존재였다.
시니는 지금도 노래하는 매 순간이 도전이라고 털어놨다. 그리고 그 도전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있다. 시니는 버스킹과 더불어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대중과 마주하고 있다. 특히 유튜브 채널 ‘시니티비’에는 커버 영상을 올리는데, 대부분이 여성 보컬의 노래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친구들이 놀리기도 해요. (웃음) 남자 가수의 노래를 커버하면 원곡자가 불렀던 느낌이 잊혀지지 않아 제 색깔대로 표현하기 힘들 때도 있어요. 저도 자꾸 따라가게 되고 듣는 사람들도 원곡자를 떠올리죠. 하지만 여자 가수 노래를 하면 다른 성별이어서 그런지 ‘이렇게 부를 수도 있구나’ 느껴지는 것 같아요. 더 관심을 끌 수 있기도 하고요.”
시니에게 ‘생각보다 자기 PR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시니는 ‘시니’로 데뷔 전 실패를 맛봤던 당시를 떠올렸다.
“당시 경험 때문에 ‘누군가가 듣지 않는 음악’을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예술이라는 게 누군가 알아줘야 의미가 있잖아요. 이번에는 제가 하고 싶은 음악들을 하고 있으니, 사람들이 많이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