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한 CF에 나오듯 공유에게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가 있다면, 아이돌에겐 팬들 눈에만 보이는 은밀한 카페가 있다. 타이틀곡만 소비되고 빠르게 사라져버리는 아이돌 음악, 알고 보면 다양한 재료로 훌륭한 조합을 이뤄낸 명곡이 많다. 앨범 속 수록곡을 선정해 그 비밀스러운 레시피를 공개한다. <편집자주>

‘O!RUL8,2?’는 ‘오! 알 유 레이트, 투?(Oh! Are you late, too?)’라는 문장을 표현한 문구다. 읽기도 어려운 앨범 제목만큼, ‘O!RUL8,2?’는 복잡한 스토리를 품고 있다. 앨범명은 ‘너도 늦었냐’고 묻는 뜻으로, 더 늦기 전에 자신의 행복과 인생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를 전한다.
앨범의 아홉 번째 트랙 ‘팔도강산’은 방탄소년단이 2011년 연습생 시절 발표한 노래를 2013년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한 곡이다. 방탄소년단의 초심과 지난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의 노래이기도 하다.
첫 버전은 2011년 멤버 랩몬스터와 슈가, 제이홉만 참여했는데 새 버전에서는 모든 멤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팀에 늦게 합류한 뷔는 “방탄소년단이 비공식으로 공개한 곡 중에 ‘팔도강산’이랑 ‘훅 가요’가 유튜브에 영상으로 올라온 걸 듣고 ‘꼭 저 팀에 들어가야지’했다”고 말한 바 있다.

디자인=정소정
◇ 레시피: 힘 불어넣는 쌍화탕
[듣는카페]의 개점을 알릴 곡은 방탄소년단의 ‘팔도강산’이다. ‘팔도강산’은 마치 쌍화탕 같다.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주로 찾을 것 같은 쌍화탕은 감기에 좋은 약쯤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종의 차(茶)다. 작약, 당귀, 천궁, 황기 등 온갖 몸에 좋은 약재가 들어가 있어 마시면 바로 기운이 솟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노래도 그렇다. 광주 출신인 제이홉과 대구 출신인 슈가는 각자의 고향 사투리로 찰진 랩을 쏟아낸다. 멤버들의 흥이 넘치는 신명나는 사투리 래핑을 듣고 있노라면 찰진 구수함을 느낄 수 있음은 물론, 어깨가 들썩들썩한다. 지친 하루의 피로가 절로 풀리는 노래다.
그러면서도 방탄소년단의 ‘쌍화탕 같은’ 노래는 완전하게 예스럽거나 전통적이지는 않다. 특유의 트렌디함을 지닌 방탄소년단은 사투리 랩과 한국적인 샘플을 힙합 비트에 얹었고, 이는 세련되게 다가온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등으로 한동안 카페에도 복고 열풍이 불었다. 옛 다방 느낌이 물씬 풍기는 빈티지 공간이 생겨났다. 요즘 세대의 것과 전통적인 사투리를 결합한 ‘팔도강산’은 트렌드와 복고가 공존하는 곳에서 마시는 쌍화탕 같은 느낌을 준다.
더 나아가 쌍화탕을 만들기 위해 약재를 달인 정성과 시간은, 방탄소년단이 연습생 시절부터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노력을 떠오르게 한다. 현재 방탄소년단은 전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최고의 보이그룹이다. 노래의 분위기도 점점 진화하고 성장하며 성숙해졌다. 그런 와중 ‘팔도강산’은 잠시 과거로 돌아가, 데뷔 직후 방탄소년단의 풋풋하면서도 원초적인 패기를 맛보게 해준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