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가요] 방탄소년단이 청춘을 살아가는 법

기자 2017-02-20 18:01:48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그간 많은 아이돌이 소년과 남자 혹은 소녀와 여자의 경계에서 노래를 해왔다. 아이돌 특유의 풋풋한 이미지와 화려한 퍼포먼스를 동시에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점점 성숙해져간다는 스토리를 담기에도 충분해서, 대부분의 아이돌이 ‘성장’ 키워드에 초점을 맞춘다.

방탄소년단 역시 그랬다. 이들은 학교 시리즈와 화양연화 시리즈를 통해 줄곧 청춘을 노래해왔다. 차이점이 있다면, 방탄소년단은 데뷔 전부터 블로그를 통해 믹스테이프를 공개하며 메시지를 전해왔다. 졸업과 크리스마스 등 소소한 일상부터 시작해 왕따, 투표 등 사회적인 이슈 등을 다루며 시작부터 다른 아이돌과 궤를 달리해왔다.

데뷔앨범 ‘투 쿨 포 스쿨(2 COOL 4 SKOOL)’을 비롯해 최근 발매된 ‘유 네버 워크 어론(You Never walk alone)’까지 앨범들은 청춘이 느끼는 방황과 아픔, 열정과 패기 그리고 그를 아우르는 위로를 그려냈다.

소속사에서 만들어준 이미지라고 하기에는 사회적 이슈와 삶에 대한 깊은 고찰이 담겼다. 방탄소년단의 기자회견 때마다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가사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 발표한 ‘유 네버 워크 어론’도 그랬다. 타이틀곡 ‘봄날’ 뮤직비디오가 세월호 사건을 연상케 한다는 것. 이와 관련해 랩몬스터는 콘서트 기자회견에서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면서도 “국민의 한 사람이고, 세월호 사건에 대해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마음을 모아 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세월호 추모사업에 기부도 했다”고 말했다.

수록곡 ‘낫 투데이(Not Today)’ 가사 중 나오는 ‘널 가두는 유리천장 따윈 부숴’도 논란이 일었다. ‘유리천장’은 능력을 갖추었음에도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고위직으로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현재는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로까지 대상이 확대되어 쓰이고 있다.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에 대해 랩몬스터는 “오용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명확히 밝혔다. 그러면서 “남자 아이돌로서 유리천장에 대한 가사를 쓸 자격이 되냐는 말이 있었다. ‘낫 투데이’ 가사를 보면 ‘우리’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우리 역시 사회 부조리에 침묵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하는데 동참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방탄소년단은 ‘21세기 소녀’를 통해 ‘맨스플레인(대체로 남자가 여자를 아랫사람 대하듯 하며 설명하려 드는 것)’이라는 지적도 받은 바 있다.

랩몬스터는 “가사나 멜로디가 공격적으로 들릴 수는 있지만, 다같이 책도 읽고 전문가도 만나면서 공부하고 있다. 계속 고민하고 고치면서 성장해나갈 거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은 ‘여혐논란’ 이후 페미니즘 관련 서적을 읽는 정황 등이 포착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자극적인 이슈를 위해 사회·정치 이슈를 끌어들이지 않는다. 다만 한 국민으로서, 인간으로서 느끼는 생각을 뚜렷하게 표출한다. 마찬가지로 이들은 특정한 콘셉트를 따라가기 위해 청춘을 택하지 않았다. 방황하면 방황대로, 패기 넘치면 패기 넘치는 대로, 그 안에서 따뜻함을 느끼면 그 깨달음대로 음악을 통해 승화시킨다.

자신들이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춘이기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던지는 것이다. ‘화양연화’ 시리즈를 시작하며 ‘본인들이 생각하는 화양연화의 시기’에 대한 질문을 수없이 받았을 때도, 방탄소년단은 청춘이 어떤 나이대에 국한되어 있는 게 아니라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 바로 화양연화라고 답해왔다.

자신들의 철학을 풀어내며 겪는 이런 저런 충돌마저도 청춘의 자화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겠다는 뚝심과 앞으로 더 공부하고 생각하겠다는 의지 역시 청춘의 일부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서사가 담긴 방탄소년단만의 철학이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