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공들인 음악을 쉽게 평가할 수는 없지만, 최근 소비되는 음악의 성향과 감성은 어느 정도 비슷비슷한 구석이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 틈에서 어떤 차이와 색깔을 보여주는지가 가수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요소가 된다. 가수 이든(EDEN)은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을 즐겨들었고, 클래식은 자연스럽게 그의 정서에 스며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이 꿈이었고, 별다른 걸 생각해보진 않았어요. 그렇다고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Music is my life)’같이 거창한 건 아니고요. (웃음) 초등학생 때부터 좀 더 딥(deep)하게 친 정도? 클래식 듣는 것도 좋아했어요. 지금도 클래식에 위안 받으며 살아요.”
이든은 프로듀서로 먼저 가요계에 발을 디뎠다. 2012년에는 이든비츠라는 팀을 결성해 활동했고 최근에는 비투비, 여자친구, 유니크 등 아이돌의 곡도 썼다. 그러다가 회사의 권유로 가수로 데뷔를 하게 됐다.
“저의 어떤 걸 알아봐주셨는지는 미스터리지만 (웃음), 회사와 계약할 때 프로듀서로서 하는 건줄 알았는데, 가수로서였어요. 그렇다고 떠밀려 한 건 아니에요. 가수를 해보고 싶다는 게 외면하고 있었던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전지적 작가 시점처럼 늘 한 발짝 물러서 있는 걸 좋아했고, 전면에 나서서 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멋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억눌려 있던 것들이 누군가가 ‘될 것 같다’고 하니까 툭 튀어나왔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어요.”
프로듀서와 가수는 같은 업계 종사자라고 해도, 노래를 만들고 생각하는데 달라진 점도 많을 터다. 특히 이든은 아이돌 음악을 만들다가 자신의 것을 만들어야 하니 혼란스러운 지점도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의 상상을 구현시켜주는 게 재미있어요. 그 친구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줬을 때 쾌감을 느껴요. 또 아이돌 음악을 만들 때도 같이 이야기도 많이 하고 중간 지점도 찾아가면서 하기 때문에, 대중성에 있어서 충돌은 느끼지 않아요. 전 대중적이지 않은 음악을 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제 앨범에 조금 난해할 수도 있는 방향이 있다면, 아이돌 앨범을 통해 대중적인 측면을 가져오고, 이렇게 순환시키며 밸런스를 맞추고 있어요.”
이든에게 음악은 음악일 뿐, 아이돌과 비(非)아이돌로 나뉘지 않는다. 그저 뚜렷한 가치관을 가지고 음악을 만들고 대한다. 그는 자신조차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 노래로 나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신 먼저 납득할 수 있는’ 음악이어야 한다. 만약 어스름한 감정을 노래로 만들고 싶다면, 아티스트가 스스로 정리한 후 표현해야 한다. 그래야 나만의 색깔과 장르가 된다.
“제 음악을 ‘어떤 장르’에 맞추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어렸을 때부터 해왔던 다양한 음악이 합쳐져서 나온 게 지금의 제 음악이기 때문에, 규정짓지 않아도 제 색깔과 무드는 충분히 묻어나오는 것 같아요. 노래를 테크니컬하게 잘 부르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이‘나 같이’는 못 부를 것 같아요. 따라할 수 없는 무드는 저의 지문 같은 거죠.”
이든의 첫 번째 지장은 첫 번째 싱글 ‘어반 힘스(Urban Hymns)’다. 타이틀곡은 수록곡 ‘그 땔 살아’와 ‘스탠드 업(Stand Up)’ 두 곡 모두다. 이든은 “이 중 너의 취향은 있지 않겠어? 둘 다 싫다고? 그럼 다음 앨범에 또 보여주지!” 이런 마음도 솔직히 있었다며 웃었다.

두 곡은 비슷한 듯 다른 분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그 땔 살아’는 권진아가 피처링에 참여해 서정적인 분위기를 강조했고, ‘스탠드 업’은 베이빌론과 함께 몽환적인 느낌을 구현해냈다.
“권진아 씨 팬이에요. 목소리에 많은 느낌을 담고 있고 이야기를 하는데, 거슬리지 않는 담백함이 있어요. 더 큰 아티스트가 되기 전에 호흡을 맞춰서 다행이에요. 권진아 씨의 20대 초반 목소리가 담긴 콘텐츠를 소장할 수 있다니. (웃음) 녹음할 때도 별 다른 요청 안 했는데 40분 만에 끝났어요. 음악 인생에서 가장 최단 녹음 시간이었어요.”
두 곡 모두 타이틀이긴 하지만 ‘스탠드 업’은 이번 앨범의 시발점이었다는데 좀 더 의미가 있다. 이든은 ‘스탠드 업’을 만들고 난 뒤, 두 번 다시 이런 곡을 못 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의 음악 인생은 ‘스탠드 업’ 이전과 이후로 나뉘었다.
“‘스탠드 업’ 때부터 제 음악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 전에는 스스로에 대해 찾지 않는 상태였고, 트렌드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제 곡으로 썼던 노래들은 다 버렸고요. ‘스탠드 업’은 아무 생각 안 하고 썼어요. 저에 대해 솔직해지니 잘 되더라고요. ‘그 땔 살아’도 ‘스탠드 업’ 만든 이후에 나온 곡이에요.”
그만큼 ‘스탠드 업’은 이든을 뒤바꿔놓은 곡이다. 이든은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는데, ‘어반 힘스’는 자신에 대해 몰랐던 것들을 깨닫고 납득한 후 만든 첫 발걸음이었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