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서...
가수 이든(EDEN)은 음악에 대한 소신과 생각이 뚜렷한 사람이었다. 음악을 업으로 삼고 있으니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그 당연한 것을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 만연한 상황 속 이든의 확고함은 빛났다. 좋은 고집과 함께 특유의 여유도 묻어났다.
“거추장스러운 건 다 뺐어요. 심플하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며, 어떤 포장지에 싸서 어떤 애티튜드로, 얼마나 완벽하게 전할 것이냐’를 신경 썼어요. 난해한 건 하지 않아요. 제 스스로 납득시키지도 못할 뿐더러, 꺼내놨을 때 씹어 삼키기에 너무 하드한 음식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좋은 의도를 품고 있더라도, 음악을 전달하는 애티튜드도 중요해요. 생소한 재료를 가져와서 ‘특이하지?’라고 말하는 아티스트는 되고 싶지 않아요.”
이든은 ‘어반 힘스’를 만들면서 특별히 주의를 기울인 부분이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답변은 비단 ‘데뷔앨범’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었다. 음악을 대하는 자세 전반에 걸친 이야기였다.
“모두 다 알고 만들 수 있는 음식이지만, 그 중 가장 맛있게 만들고 싶어요. 그게 더 어렵지 않냐고요? 쉬운 건 재미없죠. (웃음) 대중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잡는 게 어려운 걸 알면서도 모두가 도전하잖아요. 모두 실패한 것도 아니고요.”
이든은 가수이자 프로듀서인 직업에 대해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들을 구현해내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클래식의 정서가 지금의 음악에도 영향을 많이 끼친 이유다.

클래식을 좋아하게 된 이유로는 우아함, 정적인 느낌, 깊이감과 진중함, 엘레강스함 등을 꼽았다. 수많은 악기소리가 함께 연주됨에도 불구하고 요란스럽지 않은 것도 언급했다. ‘그 땔 살아’와 ‘스탠드 업(Stand Up)’ 두 곡 역시 몽환적이고 부드러우면서 묵직하게 다가온다.
“똑같은 주제로 음악을 풀어낸다고 해도, 저는 좀 더 정적이고 우아한 정서를 입혀가면서 해요. ‘감성적이다’라는 표현과 크게 다르진 않지만, 표현하는 방법이나 구현하는 사운드에 있어서 서정적이고 우아하고 모던한 걸 추구하죠.”
이든이 부리는 고집은 고품스러움과 절제미다. ‘고품’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허영과 같은 부정적인 뜻이 아니라, 기품 있고 싶다는 거다. 럭셔리와는 다르다”고 사용 의도를 설명했다. 우아한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절제’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음악에도 여백이 있어야 한다.
“편곡을 할 때도, 최대한 내가 하고 싶은 말과 본질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선에서 해요. 어렸을 때는 좋은 것들, 돋보이는 것들을 다 때려 넣었어요. 오버페이스인 거죠. 다 독보적인 요소들이니 평준화가 돼서 노래가 잘 안 들리는 거예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이야기하려고 노래도 덤덤하게 부르고 있어요.”
가사 역시 미니멀하게 쓴다. 자극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은 배제하고 감정을 절제한다. 이든은 “양을 줄인다는 게 아니라, 직접적이고 휘황찬란한 꾸밈새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게 많아요. 사물 표면의 질감을 느끼듯 소리도 각기 다른 질감이 있거든요. 그게 알게 모르게 주는 영향이 커요.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고, 음악은 섬세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든을 소개하는 자료에는 ‘크러쉬의 대중성과 딘의 어반 감성의 믹스매치’라는 문구가 있었다. 이든은 두 가수를 두고 “우리가 듣는 음악의 대명사”라고 표현했다. 어떠한 장르의 음악이 아닌, ‘크러쉬 같은 음악’ ‘딘스러운 음악’이 유행하고, 대중은 그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다.
“지금 힙합 알앤비 시장에서 반짝거리는 어린 아티스트들과 나이 차이가 좀 있는데, 나도 그들 틈에 들어가서 트렌디하게 해야지, 생각하고 입는 거 따라해야지, 하면 의미가 없어요. 저는 제 나이가 멋있어요. 알 만큼 다 알고 경험으로 인한 히스토리도 많고요. 제 음악도 촌스럽지 않다고 생각해서 있는 그대로 풀어놓자 했어요.”
그는 자신만의 색깔에 대한 뿌듯함을 드러내면서도 자신의 음악도 그런 카테고리(‘이든 같은 음악’)에 들어간다면 기쁜 일이라고 했다. 트렌드를 따라가고 유행하는 가수를 좇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압박이 있더라도, 자신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고 원하는 음악을 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의도다.
최근 이든은 JTBC ‘힙합의 민족2’에 출연한 김준면의 무대를 보고 놀랐다고 한다. 조금은 흥분한 목소리로 김준면을 칭찬하던 이든은 그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진다며, 자신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해다.
“모든 사람들이 저를 영원히 파악하지 못했으면 좋겠어요. 평소 생활도 그렇긴 하지만, 엔터테이너로서 모습도 다 드러내지 않을 거예요. 온탕과 냉탕처럼 가지고 있는 성향도 많고, 의외성을 좋아하거든요. 전 그 의외성에 분명한 답을 주지 않을 거예요. (웃음).”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