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방] ‘화랑’, 사전제작 드라마·작품성 한계 못 넘고 아쉬운 마무리

기자 2017-02-22 12:47:11
사진=KBS 제공 / 디자인=정소정
사진=KBS 제공 / 디자인=정소정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화랑’이 아쉬운 성적으로 막을 내렸다.

‘화랑’은 1500년 전 신라 수도 서라벌을 누비던 화랑들의 열정과 사랑, 성장을 그린 청춘 드라마다. 꽃 같은 미모와 다채로운 재능을 지닌 남성들로 이루어진 화랑을 다루는 만큼, 화려한 비주얼을 가진 배우들에 대한 시선이 쏠렸다. 또 신라시대 화랑을 처음으로 다룬다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화랑’은 허술함과 아쉬움이 가득했다. PD는 제작발표회 당시에도 비주얼과 청춘의 화사함을 강조했는데, 정말 그뿐이었기 때문이다. 친오빠인줄 알면서도 가슴이 콩닥거리는 장면부터 삼맥종(박형식 분)이 왕이라는 비밀이 밝혀지기까지 스토리는 개연성이 떨어졌고, 전개마저 답답하게 흘러가 시청자들을 설득시키지 못했다.

배우들은 연기 기복 없이 역할을 잘 소화해냈고, 화랑들의 케미 또한 잘 살았다. 다만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못했다. 적어도 진흥왕 만큼은 탄탄한 캐릭터였어야 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모델이기에 ‘사극’이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랑’ 속 진흥왕은 얼굴을 숨긴 채 살아가며 끝까지 주체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퓨전사극도 아니고 정통사극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놓였던 점도 독이 됐다. 패러디한 대사를 비롯해 시대적 배경을 잘 살리지 못한 샤워기 등 디테일한 소품들, 말투는 사극이지만 성격은 현대적인 면들 등이 주효했다.

연출과 스토리의 힘이 부족했던 탓도 있다. 화랑들이 날이 갈수록 성장하는 내용이 중점이 됐는데, 진정한 성장인지는 의문점이 들었기 때문이다. 화랑들은 차차 문제를 해결해나가면서도 그다지 주체적인 면은 없었다. 여자주인공 아로(고아라 분) 캐릭터 역시 그랬다.

‘화랑’은 지난해 촬영된 사전제작 드라마였다. 첫 방송 후부터 시청자들의 의견과 불만이 줄을 이었지만 수정에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극이 전개될 수록 고정 팬들을 얻기는 했지만, 드라마 자체의 팬이라기보다 캐릭터 혹은 배우의 팬인 경우가 많았다. 결국, ‘화랑’은 배우들의 연기력이 아깝다는 평을 받으며 저조한 성적으로 마무리를 짓게 됐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