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방송] 드라마에 덧칠한 그림의 묘미

기자 2017-02-22 17:19:55
사진=KBS 제공
사진=KBS 제공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웹툰과 드라마의 만남은 더욱 풍성한 재미를 선사한다. 꼭 웹툰에서 드라마로 변모하지 않더라도, 영상 위에 그림이 덧입혀진 연출만으로도 신선함을 줄 수 있다. 웹툰의 그림은 정적이고 드라마의 영상은 동적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두 요소가 만나면 오히려 시너지가 발생한다.

최근 KBS2 수목드라마 ‘김과장’이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와 거침없는 스토리, 흥미로운 전개 등 드라마 자체의 힘도 무시할 수 없지만, 드라마 엔딩마다 삽입되는 웹툰은 시청자들의 재미를 높인다.

‘김과장’은 웹툰작가 양경수(필명 그림왕양치기)와 협업을 했다. 양경수 작가는 웹툰 ‘잡다한컷’과 책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 등을 통해 인기를 얻었다. 직장인의 애환을 독특한 발상으로 그려냈으며, 그에 따른 언어유희가 특징이다.

일러스트에는 ‘쉬어가면서 하게/쉬고 있는데 오셨잖아요’ ‘보고서가 개판이네?/개처럼 일만 시키니깐요’나 ‘경영자의 마인드로 열심히 일할 테니 경영자의 월급을 주세요’ ‘어차피 스쳐지나가는 월급, 냄새나 한 번 맡아보자꾸나’ 등 재미있지만 촌철살인인 멘트가 가득하다.

 

 

 

 

사진=양경수 작가 제공
사진=양경수 작가 제공

그림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웃음을 띠고 있다. 양 작가가 표현하는 웃음은 표정과 대사의 괴리에서 발생한다. ‘김과장’이 그리는 직장 라이프도 일맥상통한다.

‘김과장’에서는 모두가 별 탈 없이 일을 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속내는 검다. 기업은 비리로 찌들어있으며, 부당한 대우가 만연하다. 심지어 직원이 미스터리한 죽음을 맞이해도 금세 잊혀진 채 회사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간다.

양 작가의 그림과 ‘김과장’이 만나 발휘하는 시너지는 이 같은 이유 덕분이다. 웃음과 대사의 거리는 현실과 이상만큼 멀다. 위트 있게 현실을 꼬집는 맥락은 가벼운 듯하면서 가슴을 후벼 판다.

더 나아가 뜨끔한 일침에는 자조적인 말투로 체념하는 듯한 감정까지 느껴져 공감 가는 씁쓸함을 자아낸다. 여기에 드라마 속 김과장(남궁민 분) 특유의 너스레와 그림의 대사가 맞물려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그러다 보니 ‘김과장’ 엔딩에 삽입되는 그림은 어색함 없이 스며든다. 오히려 드라마의 여운과 웃음을 배가시키며 임팩트를 극대화한다.

 

 

 

 

 

 

사진=SBS 제공
사진=SBS 제공

머리에 피를 흘리는 김과장 모습과 함께 ‘엄마! 깍두기가 먹고 싶어서인지 깍두기 국물이 흘러요~ 하하하’라고 써진 멘트나, 오광숙(임화영 분) 그림 옆에 자리한 ‘꽈장니임~ 드뎌 나도 엔딩에 나왔어’처럼 디테일한 멘트 등이 인상적이다. 드라마 성격 및 분위기와 맞는 그림 한 컷이 얼마나 드라마를 풍성하게 만드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김과장’과 다른 방향으로 웹툰을 활용할 수도 있다. SBS ‘피고인’은 자사 PD노트를 통해 웹툰으로 그려낸 ‘피고인’ 몰아보기 편을 공개했다. 이 콘텐츠는 실사와 그림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채 웹툰 형식을 띠고 있다.

‘김과장’이 웹툰을 드라마에 활용했다면, ‘피고인’은 드라마를 웹툰에 적용했다. 웹툰으로 그려낸 ‘피고인’은 한 눈에 줄거리를 파악하기 쉽다. 또한 미스터리한 사건이 얽혀있는 드라마의 줄거리는 조금씩 화면을 내리면서 긴장감을 선사하는 웹툰의 특징과 잘 맞아떨어진다.

두 드라마처럼 웹툰을 드라마에 응용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아무 곳이나 갖다 붙여서 될 일은 아니다. 드라마 내용과 웹툰의 성격을 고려해 적재적소에 그림을 덧입힌다면, 2D와 3D의 묘미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