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가요] 새로운 세계 구축하는 러블리즈의 고집

기자 2017-02-28 10:22:16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러블리즈가 약 2년 3개월 만에 정규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그동안 러블리즈는 타이틀곡 ‘안녕’ ‘아-츄(Ah-Choo)’ ‘그대에게’ ‘데스티니(Destiny)’ 등을 통해 조용히 자신들의 색깔을 만들어나갔다.

그 중 ‘아-츄’와 ‘데스티니’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아-츄’는 소녀의 사랑을 재채기에 비유한 노래로, 러블리즈가 ‘캔디 젤리 러브’로 데뷔 초 보여줬던 상큼발랄한 매력을 극대화했다. 중독성 넘치는 멜로디와 아기자기한 가사는 큰 인기를 끌었고, 그간 이렇다할 히트곡이 없던 러블리즈의 대표곡으로 자리잡았다.

‘데스티니’는 러블리즈의 본격적인 변화와 색깔 구축이 이루어진 때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들이 보여줬던 이미지와 완전히 다른 마이너풍의 곡으로, 러블리즈의 데뷔 앨범부터 쭉 함께해온 윤상의 특징이 직접적으로 드러났다. ‘데스티니’가 포함된 ‘어 뉴 트릴로지(A New Trilogy)’는 새로운 3부작의 시작이기도 하다.

최근 발매된 정규 2집 앨범 ‘아 유 레디?(R U Ready?)’ 타이틀곡 ‘와우(Wow)’는 ‘아-츄’와 ‘데스티니’를 적절히 섞어놓았다. ‘깜빡 깜빡 깜빡’ ‘간질 간질 간질’ ‘깜짝 깜짝 깜짝’으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특유의 귀여움을 느낄 수 있으며, 가성으로 내뱉는 ‘와우’에서는 소녀다운 매력이 물씬 풍긴다.

‘사랑은 특별한 이차원’으로 시작되는 후렴구는 앞선 파트와 반전되는 분위기로 노래의 변화를 꾀했다. 조금은 성숙해보이고 아련한 듯한 ‘데스티니’와 매우 유사한 맥락을 느낄 수 있다.

상반된 두 매력을 품고 있는 ‘와우’가 공개된 후 팬들 사이에서는 말이 갈렸다. 러블리즈의 밝고 귀여운 초반 콘셉트를 선호하는 이들은 신선한 도입부를 칭찬했지만, 뒤로 갈수록 ‘데스티니’와 비슷한 멜로디로 흐르는 것을 지적했다.

 


러블리즈만의 마이너 감성을 잘 구축하고 있다는 입장도 있었다. 대부분의 걸그룹이 발랄하고 상큼한 콘셉트를 내세우는 요즘, 러블리즈는 소녀다우면서도 성숙하고 어딘가 슬퍼 보이면서 아련한 모습으로 차별화를 이끌어냈다는 평이다.

 

두 입장 모두 맞는 말이다. 후렴구는 ‘데스티니’로 바로 이어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유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용처럼 팔과 다리를 부드럽게 움직이는 안무마저도 비슷하다. 하지만 이 유사함 자체가 러블리즈의 새로운 색깔로 굳어진 것도 사실이다.

 

주목할 점은 비슷해 보이는 후렴구이지만, ‘데스티니’와 또 다른 향신료가 첨가됐다는 점이다. 윤상은 “후렴구에 지금까지 안 썼던 향신료인 라틴 분위기를 넣었다. 너무 넣으면 남미 스타일이 될까봐 킥 정도로만 넣었다”면서 “걸그룹 중에서는 거의 시도하지 않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후렴구가 아닌 곳곳에 등장하는 킬링파트 또한 독특하다. 도입부에서는 ‘깜빡’ ‘간질’ ‘깜짝’으로 살린 라임과 ‘와우’라고 내뱉는 가녀린 목소리의 중독성이 강하다. 노래 후반부 ‘쟤 이뻐’ ‘얘 이뻐’라고 새침하게 말하는 순간 또한 매력포인트로 꼽히고 있다.

러블리즈는 이번 앨범을 “새로운 세계관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칭했다. 독특한 세계관은 ‘와우’를 통해 잘 드러난다. ‘와우’는 큰 임팩트를 남기는 곡은 아니지만, 러블리즈의 매력을 은은하게 마음에 물들이는 곡이다. 기존 모습과 최근의 변화, 새로운 시도를 한데 조합했음에도 어수선하지 않다.

그동안 러블리즈는 아이돌로서 드물게 윤상(원피스)과 함께하면서 성장해왔다. 기존 걸그룹들과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발걸음을 내딛고 있지만, 오히려 정체성은 점점 또렷해지고 있다. ‘아-츄’ 이후로는 아쉬운 성적을 거둔 것이 사실이지만, 러블리즈의 고고한 고집이 만들어 나가는 새로운 세계는 분명 가치가 있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