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호모 라보르(Homo Labor)’. 일하는 인간이라는 뜻으로, 즉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일한다. 단순한 아르바이트부터 전업주부의 가사노동, 회사의 업무까지 소화해내며 나름의 전문성을 키워 나간다.
종합편성채널 JTBC 새 예능프로그램 ‘잡스’는 우리 그 자체인 ‘직업’을 소재로 한다. 비(非)지상파에서 처음 시도되는 토크쇼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새로운 직업 역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 인공지능(AI)이 만연해진 상황 속 수많은, 그러나 사라질 수도 있는 직업들도 많다.
‘잡스’는 다양한 인물들을 초대해 직업에 대한 가치를 짚어보고 궁금증을 파헤치고자 한다. 흥미로운 점은 3MC가 ‘열일의 아이콘’ 노홍철, 박명수, 전현무라는 것이다. 직업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가진 이들인 만큼, 다양한 직업을 대하는 태도도 남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베일을 벗은 ‘잡스’는 기대 이하였다.
‘잡스’는 “모두가 궁금해 했던 세상의 모든 직업! 어디서도,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먹고 사는 방법’의 A to Z를 함께 고민해주는 세밀한 토크쇼”라는 기획의도를 내세웠다. 예능요소와 함께 정보성을 추구함을 예측할 수 있다.
김희정 PD는 “평생 직업이 보장되지 않는 불안함 속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청춘들은 물론, 끊임없이 이직을 갈망하는 세대들의 궁금증을 해결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직업에 대해 관심 있게 지켜보는 청년들이 타깃인 만큼, 단순한 직업소개에서 더 나아가 직업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게 중요한 방향이다.

세 MC가 게스트의 직업 그리고 업무에 대해 꿰뚫는 질문을 던져야만 정보제공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방송은 직업탐구, 필수자질, 심층연구, 직업 맛보기, 수입 등 코너를 만들었다.
첫 회는 야구해설가가 주인공으로, 박찬호와 송재우가 출연했다. 위엄 있는 두 게스트를 앉혀놓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정보는 생각보다 적었다. 내용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예능용 토크와 비중을 견준다면 턱 없이 부족했다. 박명수, 노홍철, 전현무가 직업인들에게 건네는 대화와 질문은 평범한 예능토크쇼에서 볼 수 있는 수준의 말장난이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어떻게 해야 그 직업을 가질 수 있으며 어떤 업무를 하게 되는지, 환경은 어떤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다. 방송에서는 네티즌의 질문을 대신 물어보는 순서를 가지긴 했지만, ‘야구해설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만 잠깐 언급됐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선수활동, 분석 글 작성 등 루트만 제시하고 구체적으로 풀이되지 않았다.
‘직업 맛보기’ 코너에서는 실질적으로 직업인이 어떤 일을 수행하는지를 보여주는 게 아니었다. 세 MC가 야구해설에 도전했는데, 이는 타 예능에서 볼 수 있는 실력 테스트에 그쳤다.

야구 해설가의 필수자질을 논하면서는 ‘집착형 인간이어야 한다’ ‘야구밖에 모르는 야구바보’ 등 모호한 주장을 제시했다. 야구해설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는 말을 건네는 순서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목표를 향해 도전하라 등 상투적인 대화가 오갔다.
방송 말미 보여준 ‘출장 연구소’는 현장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고 직관적으로 직업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 다만, ‘야구해설가가 어떻게 일을 하는가’가 아닌 ‘박찬호가 무엇을 하는가’를 집중조명한 점이 실수다.
이런 문제점들은 ‘잡스’의 정체성마저 애매하게 만들었다. 예능인지, 교양인지 헷갈린다. 어느 정도의 예능을 가미한 정보성 프로그램도, 정보가 가미된 예능프로그램도 아니었다. 앞으로 다양한 직업들이 소개될 텐데, 그에 대해 던지는 질문과 대하는 태도는 너무 포괄적이다.
어떤 요소에 좀 더 중점을 두고 나아갈지 노선을 확실히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하면 직업탐구가 아닌 인물탐구, 즉 이도저도 아닌 예능 토크쇼에 머무를 위험이 크다. 모든 직업에 공통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특성이 아니라, 해당 전문직업만 가지는 특수성을 짚어내야 한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