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OST 전성기①] “이 노래에는 이 장면”...OST가 지닌 색채

기자 2017-03-03 15:43:56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노래는 또 하나의 기억저장소다. 노래를 들으면 특정한 사건이나 장면이 절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토리가 담긴 영상 콘텐츠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의 힘은 더욱 상승한다. 드라마 OST가 큰 사랑을 받고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는 이유다.

대부분 OST는 드라마 방영과 함께 곡 작업이 이루어져 장면장면에 맞는 사운드를 부여한다. 시청자들이 어떤 류의 음악에 반응하고 선호하는지 바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에는 사전제작, 반사전제작 드라마가 늘어나 제작 시점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KBS2 ‘태양의 후예’ 경우에는 사전제작이어서 6개월 전부터 작업에 들어갔고, tvN ‘도깨비’는 사전제작이 아니어서 드라마를 찍고 있을 때도 작업이 진행 중이었어요. 드라마 음악 감독님과 연출 감독님의 상의 하에 작업을 들어가게 되는데 어떤 느낌의 곡인지를 저희에게 제시해주면 곡을 쓰기 시작합니다.”(로코베리)
 

사진=CJ E&M 제공
사진=CJ E&M 제공


◇ 멜로디가 그려내는 감정선, 드라마의 색채다

드라마마다 프로듀싱팀과 OST 제작사, 드라마 제작사 등은 모두 다르지만 이들이 OST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일치한다. 바로 멜로디가 그려내는 감정선이다. 배우들의 연기와 스토리가 더해진 장면에 노래가 삽입됐을 때, 흐름을 망치지 않아야 한다. 드라마가 중심이고, OST는 드라마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조력자 역할이다.

OST의 역할은 단순히 장면을 살려주는데 그치지 않는다. 유명한 OST를 들으면 해당 드라마가 바로 떠오르듯, 드라마의 대표성을 지니고 있는 존재다. 드라마의 인기를 더욱 높게 끌어올리는 임무를 해내기도 한다. 각종 드라마 OST 홍보를 맡고 있는 권연태 대표와 드라마 OST 제작사 더하기미디어 이성권 대표는 이런 OST의 역할을 강조했다.

“드라마에 색채가 없으면, 아무리 좋아도 흥행할 수가 없는데 OST가 그 색채를 부여하는 역할을 합니다. OST를 들으면 드라마의 장면이 떠오르고 분위기가 연상되죠. 최근 흥행한 ‘도깨비’도 신비로운 드라마에 감성적인 곡을 넣어 확실하게 이미지를 각인시켰어요. 드라마 전개와 이미지, 노래의 분위기가 잘 교차됐기 때문이에요. 특정 드라마만을 위한 곡을 만든다는 건, 그만큼 드라마를 잘 형상화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해요.”(권연태 대표)

“OST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음악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이미지를 보는 건 하늘과 땅 차이에요. 시놉시스를 보고 노래를 만들고, 그 내용에 가사를 맞춰 쓰기 때문에 극의 흐름을 아는 것이죠. 그냥 ‘슬프다’고 느낄 수 있는 장면에서 눈물까지 흘릴 수 있게 만드는 게 OST의 힘이에요.”(이성권 대표)

사진=화랑문화산업전문회사, 오보이 프로젝트 제공
사진=화랑문화산업전문회사, 오보이 프로젝트 제공


제 아무리 인기 있는 가수가 노래를 불러도 드라마에서 튄다면 그 OST는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박히지 못한다. 최근 음원차트를 장악하며 대세로 떠오른 볼빨간사춘기가 부른 KBS2 ‘화랑’의 OST ‘드림(Dream)’이 각광받지 못한 것이 예다.

흥행하지 못한 OST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수의 인지도보다 OST의 역할을 얼마나 잘 해내고 어우러졌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드라마의 흥행, OST의 퀄리티와 조화가 삼박자를 이뤄야 비로소 시너지가 폭발한다.

◇ 일반 가요 vs OST, 무엇이 다를까

OST가 일반 가요와 다른 색과 결을 지니고 있는 것도 그렇다. 드라마 OST는 시청자라는 타깃이 명확하다.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감정을 극대화시켜야 하는 책임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작을 할 때에도 신경 쓰는 점도, 노래를 부를 때 중점을 둬야할 부분도 일반 가요와 차이가 있다.

“OST와 일반 가요의 다른 점은 보컬의 섬세함이에요. 일반 가요에서는 화려한 고음이 나오거나 폭발하는 파트가 있으면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OST는 절제가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록을 하는 가수들을 OST 가수로 잘 섭외하지 않아요. 드라마 속 대사가 있는데 소리를 지르거나 음악이 부각되면 맞지가 않으니까요. 발라드 하는 가수들이 OST신에서 잘 되는 이유이기도 해요.”(이성권 대표)

“OST 가창자를 선택할 때 노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가수인지를 중점적으로 둬요. 감정이 풍부한 가수를 선호합니다.”(로코베리)

“일반 노래의 경우 가사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고, OST는 극 중 상황에 맞게 또 몰입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므로 극 전제를 이해하려고 해요. OST를 녹음할 때는 내가 연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까지 들어요.”(가수 벤)

로코베리 / 사진=하얀달 엔터테인먼트 제공
로코베리 / 사진=하얀달 엔터테인먼트 제공


◇ OST의 디테일한 조건

그만큼 OST의 역할과 조건은 까다롭다. 가창자의 감수성에서 더 나아가 언어, 볼륨, 삽입 타이밍, 가사유무 등 디테일한 부분도 중요한 차이점이 된다. 이성권 대표에 따르면 최근 극에 삽입되는 OST 볼륨의 한계치를 정해놓는 법까지 생겼다.

이런 요소들은 시청자들이 동시에 보고 들으며 무의식적으로 느끼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전문성이 높아진 시청자들이 먼저 알아채기도 한다. 드라마 ‘화랑’ 방송 초반에도 드라마 볼륨과 가사 때문에 드라마에 집중할 수 없다는 시청자 평도 많았다. 어떤 타이밍에 어떤 OST를 넣느냐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로코베리는 “전주를 특히 신경 쓰고 후렴에서는 확실한 멜로디라인을 쓰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OST의 도입부는 영상에서 음악이 처음 흘러나오는 순간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영상에 스며들어야 한다. 후렴구는 확실한 감정부여를 해주는 클라이막스 파트이기 때문에, 감수성을 폭발시키고 몰입도를 높이는데 좋다.

가사의 유무와 언어도 쓰임새가 다르다. 이성권 대표는 “중요한 대사를 주고받는 신에서 가사가 있는 OST를 깔면 언어가 부딪힌다. 대사가 없는 몽타주 신에서는 가사를 넣어 허전함을 채워준다”고 설명했다.

언어에 대해서는 “카페 신을 보면 대부분 팝송을 틀어놓는 걸 볼 수 있다. 잔잔하게 깔리는 BGM 수준이기 때문에 말이 충돌하면 안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로코베리는 “확실히, 영어로 된 OST는 주인공들의 대사가 더 잘 들리기 때문에 영상미를 살려줄 수 있다”면서도 “반면 한국의 모든 대중들이 감정이입하기에는 다른 언어라 힘든 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