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OST 전성기②] 인디신, 어떻게 OST 시장에 진입했을까

기자 2017-03-03 15:54:22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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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과거와 지금, OST를 부르는 가수의 모습은 조금씩 달랐다. 김민교(‘마지막 승부’), 정일영(‘가을동화’), 김시진(‘프라하의 연인’) 등 OST로 유명세를 떨쳤지만 얼굴 없는 가수가 많았던 시절도 있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김건모, 이승철, 임재범, 백지영 등부터 성시경, 린, 김태우까지 인지도 높은 이들이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이들만 OST를 부를 수 있었다.

2006년에도 다이나믹 듀오, 세븐, 씨야, 브라운아이드걸스, 슈퍼주니어 K.R.Y 등 젊은 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가수들이 이름을 드러냈다. 이후 더원, 박효신, SS501, 테이, 스윗소로우, 케이윌, 다비치, 거미 등이 OST 가창자에 이름을 올렸고 태연, 벤, 에일리 등은 그 뒤를 이었다.

그런 와중 낯선 이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07년은 요즘 개념으로 ‘인디신’ 가수들이 서서히 OST 업계에 이름을 내놓기 시작한 때다. 당시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 허밍어반스테레오, 캐스커 등을 OST 가창자로 기용했다. 2008년에는 페퍼톤스(‘크크섬의 비밀’), 루싸이트토끼(‘우리들의 해피엔딩’)가, 2009년에는 짙은(‘트러플’) 등이 OST를 불렀다.

사진=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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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가수의 OST 시장 진출, 왜?

인디가수가 왜 갑자기 드라마 OST 시장에 등장했을까? 드라마 OST 홍보를 맡고 있는 권연태 대표는 “재정적인 이유”라고 밝혔다. 유명한 가수보다 인디가수를 섭외하는 게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제작비와 관련해 케이블 방송사의 역할도 컸다. 드라마 제작사 더하기미디어 이성권 대표는 “이전 케이블 방송들은 시청률이 낮아서 과감하게 제작비를 쓸 수 없었다. 제작비를 줄이면서 실력 좋은 친구들을 찾다보니 점점 인디신에 눈을 돌리게 됐다”고 밝혔다.

케이블 방송사의 영향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 대표는 “인디가수가 OST로 뜬 건 케이블 드라마 덕분”이라고 밝혔다. 케이블은 섬세하고 솔직한 감정선이 돋보이는 특유의 로코물을 주로 선보인다. 주부들을 타깃으로 하는 연속극이나 일정한 클리쉐의 러브라인을 다루는 미니시리즈를 송출하는 지상파와 다른 이 감성이 인디가수들의 것과 잘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이 케이블 드라마를 좀 더 열린 마음으로 특별하게 대하기 때문에, 시도할 수 있는 폭도 넓어졌다. 권 대표는 “사람들의 소비 능력과 계층, 성향 등이 다양해지면서 음악감독이나 제작사가 신선한 가수를 찾게 됐다”면서 또 다른 이유를 설명했다.

로코베리는 “케이블 드라마는 확실히 많은 장르들을 만들 수 있고 제한된 면이 적다. 음악도 그에 따라 다양한 음악과 인디밴드들까지 쓸 수 있는 여력이 되기 때문에 다양성에 대해서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tvN이 인디가수의 OST 진출의 물꼬를 틀 수 있던 것도 위 이유들이 다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tvN은 2012년 ‘로맨스가 필요해’로 소위 ‘대박 드라마’를 만들었고, OST 역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10cm, 옥상달빛, 델리스파이스 등은 지상파에서 느낄 수 없었던 특유의 로코물 분위기를 구현해냈다. ‘도깨비’ OST 가창자로 잘 알려진 라쎄 린드 역시 힘을 보탰다.

사진=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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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닝포인트 된 2015년, 전성기 만든 2016년

2015년에는 ‘연애의 발견’ OST의 흥행으로 인디가수가 OST시장에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만든 터닝포인트가 된 계기를 마련했다. 당시 어쿠스틱콜라보(현 디에이드)가 부른 ‘너무 보고 싶어’와 ‘묘해, 너와’는 당시 음원차트에서 롱런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응답하라 1988’ OST를 부른 오혁은 리메이크곡 ‘소녀’로 이름을 알린 후, 지금은 수많은 팬들을 이끌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케이블 방송사가 바탕을 마련해놓고 나니, 인디가수들은 더욱 활개를 쳤다. 특히 2016년은 ‘OST 전성기’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OST가 아이돌 노래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한 타이밍이어었다. 덕분에 인디신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지상파는 ‘태양의 후예’와 ‘구르미 그린 달빛’ 등으로 OST 차트를 이끌면서도 ‘질투의 화신’에서 수란, 라디, 브라더수를, ‘우리 갑순이’에서 빌리어코스티를, ‘역도요정 김복주’에서 스탠딩 에그 등 인디신에 가까운 가수를 놓치지 않았다.

tvN은 ‘치즈인더트랩’에서 바닐라어쿠스틱, 스웨덴세탁소를, ‘또오해영’에서 검정치마, 김이지(꽃잠프로젝트), 와블 등을 영입하며 꾸준히 인디가수들을 가창자로 삼았다.

특히 최근에는 볼빨간사춘기, 신현희와김루트 등이 역주행으로 인기를 얻는 등 인디와 메이저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인디가수가 OST 시장에 진입하는 장벽을 낮췄다. 인디가수의 음악을 소비하는 이들이 대부분 10대와 20대인데, 이들이 가요시장을 꽉 잡고 있는 세대임도 한몫했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