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OST 전성기③] 음원차트의 새로운 강자, OST

기자 2017-03-03 15:56:56
사진='도깨비' 오프라인 앨범
사진='도깨비' 오프라인 앨범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요즘 컴백하는 가수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드라마 OST 물리치기’다. 상대적으로 화제성이 몰리는 가수의 컴백에 맞춰 컴백일을 조정하는 경우는 흔히 있었지만, 이제 상대는 가수가 아닌 드라마 OST로 바뀌었다.

물론 과거에도 드라마 OST가 음원차트에 진입한 경우는 많았다. 요즘에는 드라마 OST가 한 번 사랑 받으면 대부분의 트랙이 줄세우기를 기록하고, 오랜 기간 동안 차트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다르다. 드라마 OST가 음원차트에서 발휘하는 힘이 막강해진 것이다.

“과거 OST는 영화에서나 많이 쓰던 말이었어요. 드라마에는 삽입곡 혹은 주제가라고 불렀고요. 2000년대 이후 넘어와서 음원차트가 활성화되고 순위 경쟁이 심해졌을 때, ‘드라마 OST’라는 게 정착됐어요. 음원차트가 생기고 활성화되던 시기였죠.”(드라마 OST 홍보 권연태 대표)

온라인 음악 사이트 엠넷닷컴은 2006년 서비스를 론칭했다. 동시에 장르별 차트 속 OST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외 멜론, 지니, 벅스 등 다른 음악 사이트에도 OST 차트 혹은 장르별 보기 서비스를 도입해놓은 상태다.

벅스는 지난해 12월, 드라마 OST의 높아진 중요성을 인지하고 색다른 차트를 제공하고 있다. 연도별로 국내 드라마 OST의 추세와 톱(TOP)100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컬렉션이다. 벅스는 “한류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드라마의 인기 원인 중 하나는 수준 높은 OST”라고 그 위상을 인정했다.

사진=멜론 1월 차트 캡처
사진=멜론 1월 차트 캡처


◇ 차트순위로 보는 OST의 위상

드라마 OST가 음원차트에 끼치는 영향력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멜론 등 6개 음원 사이트의 음원소비량을 조사하는 가온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드라마 OST의 음원 시장 점유율은 5년 전인 2011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엠넷의 연간차트를 살펴보면 2012년 톱100에 오른 드라마 OST는 16곡이다. 2013년과 2014년에는 15곡, 2015년에는 11곡으로 평균 15곡의 드라마 OST가 차트에 이름을 남겼다.

지난해에는 ‘드라마 OST 전성기’라고 할 수 있다. 연간차트 톱100 중 24곡이 드라마 OST였다. 톱100의 24%에 해당하는 비중이며, 4년간 평균보다 1.6% 증가한 수치다. 1년(52주)간 드라마 OST가 주간차트 1위를 달성한 횟수는 12회다. 더욱 놀라운 것은 상위권 10위 중 5곡이 드라마 OST였다.

OST가 음원차트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상당히 길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1월 종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응답하라’ 시리즈 중 가장 많은 OST 사랑을 받았다. 이적의 ‘걱정 말아요 그대’는 종영 10개월 후인 지난해 11월까지 무려 46주 동안 엠넷 주간차트 톱100에 머물렀다.

‘또 오해영’ OST 정승환의 ‘너였다면’은 33주, ‘태양의 후예’ OST 다비치의 ‘이 사랑’과 거미의 ‘유 아 마이 에브리씽(You are my everything)’도 각각 33주, 32주 간 위상을 유지했다.

최근 ‘도깨비’ OST 역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첫 방송된 지난해 12월 2일부터 지난 1월 21일까지 집계된 엠넷 음원차트에 따르면 총 51일 가운데 25일간 ‘도깨비’ OST가 일간차트 1위에 등극했다. 주간차트에서는 ‘도깨비’ 방영 이후 평균 4.3곡의 OST가 매주 상위권 10위 안에 들었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사진=CJ E&M 제공
사진=CJ E&M 제공


◇ 음원차트 활성화, OST 인기의 촉진제

한 번 불붙기 시작한 드라마 OST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그만큼 차트와 드라마 OST의 상관관계는 깊다. 음원차트에서 점점 더 많은 드라마 OST를 찾아볼 수 있는 이유는 우선 음원차트 활성화다. 드라마가 흥행하면 OST도 음원차트에 이름을 올린다. 그러면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노래를 듣게 되고 청취자는 늘어난다.

“업계에서는 대부분의 노래가 세 번만 들으면 좋게 느껴진다는 말이 있어요. 그런 것처럼 OST의 법칙 역시 많이 들으면 사람들의 마음도 열린다는 것이에요. 드라마가 뜨면 OST를 더 많이 듣게 되고, 노래도 점점 좋다고 느끼게 돼요. 그렇게 차트에 오르면 더 많은 사람들이 듣게 되죠.”(권연태 대표)

드라마 OST의 트랙수가 증가하면서 그만큼 순위권에 이름을 올릴 확률도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OST를 많이 만들게 된 이유는 수익적인 부분이 크다.

“OST 수익을 만들기 위해 2010년도 전후로 OST를 쪼개서 내기 시작했어요. 파트별로 하나하나 공개하는 거예요. 또 과거에는 드라마당 OST가 많아봤자 6곡 정도였는데, 지금은 10곡은 기본에 25곡까지 있는 드라마도 있어요”(드라마 제작사 더하기미디어 이성권 대표)

“음원 유통사에서 OST 제작사에 선급금을 주니, 그 돈을 갚아야 하죠. 때문에 소위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기회를 넓히기 위해 트랙을 많이 발표할 수밖에 없어요.”(권연태 대표)

“드라마가 히트하면 많은 곡들이 따라 히트하기 때문에 매출적인 면에서 OST를 더 많이 제작하는 것 같습니다. 또 많은 장면들에 다양한 음악을 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해요.”(로코베리)

사진=2월 마지막주 멜론 OST 차트
사진=2월 마지막주 멜론 OST 차트


◇ OST 흥행의 법칙=‘멜로드라마’

그렇다고 해서 모든 OST가 순위권에 드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의 흥행은 물론이고, 장르나 방영일에 따른 시청층도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음원차트의 키를 쥐고 있는 연령대는 10대와 20대다. 이들은 복잡한 추리나 정치적인 내용이 담긴 내용보다 달콤한 러브라인이 그려지는 내용을 선호한다.

“OST 흥행에는 어떤 장르의 드라마인지도 중요해요. 잘된 OST를 보면 다들 사랑이야기에요. 최근 드라마를 예를 들면 ‘피고인’ ‘낭만닥터 김사부’가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차트에 진입한 OST는 거의 없어요.”(이성권 대표)

드라마의 어느 순간에 OST가 투입되는지 타이밍도 인기를 좌우하는 요소다. 이성권 대표는 “엔딩곡이 뜨는 경우는 별로 없다. 예고와 대사, 자막이 한꺼번에 겹치다보니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때로는 이 타이밍이 잘 맞으면 한 번만 전파를 타도 그림과 잘 맞는 순간에 붙는다면 인기를 끌기도 한다.

◇ 미니시리즈 OST만 흥행?...몰랐던 이면

다만 음원 주 소비층인 10대, 20대가 많이 보는 드라마의 형태는 미니시리즈다. 그러다보니 일일, 아침, 주말드라마의 경우 OST의 인기가 확 떨어진다. 일일, 아침, 주말드라마의 주 시청층은 40대 이상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음원 소비층이 아니다. OST에 큰 신경을 기울이지 않을 뿐더러, 설령 그렇다 해도 매출로 직결되지 않는다.

“얼핏 보면 OST 시장이 굉장히 잘되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 안 좋아요. 미니시리즈의 경우 드라마 제작사에서 받은 판권료를 OST로 갚을 수 있는데, 나머지는 손실이 커요. 평균 1억 원 정도 손해 본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소위 A급 가수들도 미니시리즈 OST 아니면 안 하려고 해요. 돈도 안 되고 체면도 안 산다는 거죠.”(이성권 대표)

드라마 OST 흥행의 이면에는 어두운 부분도 존재했다. 드라마 OST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퀄리티와 가창자 등은 확대됐지만, 점점 쏠림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심지어 미니시리즈 중에서도 ‘태양의 후예’ ‘응답하라’ 시리즈 등 특정 드라마의 OST만 집중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반적인 OST 업계가 웃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진정한 OST 전성기가 온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