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방송 프로그램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시대다. 매일 새벽부터 새벽까지 단 몇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만난다. 시청자수는 한정되어 있고 볼 프로그램은 많다. 방송사간 편성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요소는 좋은 출연진, 막대한 자본투자, 작품성 등 다양하지만, 근본적으로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은 ‘편성’이다. 편성은 프로그램의 성공여부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바탕이자 시작점이다.
잘 짜인 편성전략은 방송사의 가장 큰 목표인 시청률 상승을 이뤄낸다. 과거 한 드라마에서 나왔듯 PD들이 시청률 소수점 하나에도 경쟁하며 일희일비하는 것도, 드라마 방영 다음날 시청률 기사가 우후죽순 뜨는 것도 모두 같은 이유다. 시청률의 숫자는 광고, 즉 돈으로 연결된다.

◇ 방송사들은 어떻게 편성을 결정할까
편성의 기본은, 프로그램 성격이 해당 요일·시간대와 타깃 성격에 잘 맞는지 고려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어도 경쟁작을 배제하거나, 시청층과 시간대별 특징과 맞지 않게끔 배치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낮아진다.
“전반적으로 편성은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의 특성과 경쟁상황 등을 고려하여 결정합니다. 시간대에 따라 어떤(성별, 연령) 타깃이 주 시청 층인지, 채널 주 타깃의 라이프스타일과 프로그램 특성 등을 고려했을 때 언제 편성을 해야 더 많은 시청자가 편하게 시청할 수 있을 지가 편성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CJ E&M 미디어)콘텐츠편성전략팀 tvN 팀장)
대표적인 예가 KBS 1TV와 KBS 2TV다. 두 채널은 같은 방송사 아래 존재하지만, 각자 갖고 있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전략을 지닌다.
“KBS 1TV는 시청자들이 많이 보는 시간대 중심이라기보다, 프로그램 성격에 맞는 시간대를 고려합니다. 1TV는 오후 7시30분, 10시대가 프라임타임이죠. 또 모든 편성은 기본편성을 기준으로 하긴 하는데, 1TV는 시기나 타이밍도 중요해요. 특정 사안이 터졌을 때 관련된 프로그램들을 유동적으로 배치해야 합니다. 레귤러 편성이 있기 때문에 사안의 중요도나 내용 등에 따라 맞는 시간대에 넣습니다.” (KBS 1TV 편성운영부 팀장)
“KBS 2TV는 오후 9시, 11시대 그리고 금요일 저녁시간에 경쟁이 가장 치열합니다. 주말은 이미 주말연속극 등 고정 프로그램들이 안착되어 있는, 틀이 짜여 있는 시간대이고요. 평일 오후 9시는 40대 시청 층에게 노출되는 시간대라 주부들을 대상으로 고려하고, 11시대는 20대부터 40대까지 층이 폭넓죠. 금요일은 젊은 층의 취향을 고려해, 트렌디한 프로그램이 많이 편성돼있습니다.” (KBS 2TV 편성운영부 팀장)

◇ ‘불금’ 편성,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최근에는 ‘불금’이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시간대다. 월요일부터 목요일은 미니시리즈가 나뉘어 편성되어 있다. 금요일에는 대중들이 평일의 마지막을 가족과 함께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는 예능프로그램이 자리해왔다. 여기에 케이블, 종편사들이 퀄리티 높은 금토드라마를 만들며 금요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삼시세끼’ 시리즈의 경우 평일의 끝인 금요일 밤에 맥주 한 잔 하며 편하게 볼 수 있는 콘텐츠로, 금요일 밤 편성이 딱 맞아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타깃의 동반 시청 등을 고려해 월·화요일 오후 11시에는 트렌디한 성향의 드라마를, 금·토요일 오후 8시에는 가족 시청을 고려하여 타깃 확장형 드라마를 편성하는 것도 타깃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편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CJ E&M 미디어)콘텐츠편성전략팀 tvN 팀장)
특히 요즘에는 시청자들의 안목이 높아지고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덩달아 방송사 편성부서의 고민은 더욱 세심해지고 깊어져간다.
“근래에는 시청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요. 또한 시청자들이 방송 업계 종사자만큼이나 방송 트렌드에 민감하고 콘텐츠 안목이 높아졌기 때문에, 사전 리서치 기능을 강화하여 사회 트렌드나 시청자들의 취향을 앞서 파악하고 콘텐츠의 양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서베이, FGD(Focus Group Discussion) 등을 통해 변화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취향 등을 좀 더 세밀하게 파악하고, 이를 고려하여 실제 콘텐츠 제작이나 편성 전략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후에도 몇 번에 걸친 프로그램 리뷰를 통해 제작 방향을 수정하는 등 피드백에 대해 빠르게 대응하고자 합니다.” (CJ E&M 미디어)콘텐츠편성전략팀 tvN 팀장)

◇ 시청자 유입 위해 치밀해지는 전략
시청자들의 반응을 기반으로 핵심 시간대를 더욱 강화하고 취약 시간대를 보완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최근 JTBC는 대대적인 편성변화를 결정했다. 안정적인 지지층을 확보한 ‘뉴스룸’은 오후 7시 40분 방영됐던 주말 ‘뉴스룸’ 시간을 평일 ‘뉴스룸’ 시간대인 오후 8시로 모두 통일했다. 주말의 보도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역시 고정 시청자 층을 확보한 ‘아는 형님’은 토요일 오후 11시에서 오후 8시50분으로 변경됐다. 보통 토요일에는 예능프로그램들이 저녁시간대 몰려있고, 심야시간대에는 드라마가 편성돼 있다. 이에 ‘아는 형님’은 예능프로그램의 빈자리를 노려, 볼만한 예능을 찾지 못했던 시청자까지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아는 형님’이 빠진 토요일 11시대는 ‘힘쎈여자 도봉순’부터 금토드라마가 책임진다. tvN이 오후 8시 방영됐던 금토드라마 ‘시그널’ ‘기억’ ‘도깨비’ 등으로 금·토요일 저녁시간대를 자신들만의 드라마존으로 입지를 굳히면서, 같은 요일 오후 8시30분 방영됐던 JTBC 드라마들이 고전했기 때문이다. 정면돌파 대신 우회한 셈이다.
“새로운 편성전략의 핵심은 주말 프라임 타임의 강화입니다. 킬러콘텐트를 전면 배치해 채널 경쟁력을 한층 더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뉴스룸’의 방송시간대를 동일한 라인으로 통일하며 시청자들의 접근성을 높였고, 주말 ‘뉴스룸’ 이후 이어지는 예능 프로그램 역시 동시간대 타사 프로그램과의 맞대결에서 절대 밀리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힘쎈여자 도봉순’도 주말 11시대를 ‘JTBC 드라마 존’으로 확고히 인식하게 만들어 줄 화제작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JTBC 전략편성팀 실장)
‘뉴스룸’ 이후에는 새 예능프로그램 ‘잡스’를 편성했다. ‘잡스’는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토크쇼다. 이 프로그램은 평균 시청률 8~10%를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인 ‘뉴스룸’과 ‘썰전’ 사이에 방영된다. 색깔이 비슷한 프로그램끼리 흐름을 이어나가 목요일 황금 블록을 형성하고자 하는 의도다. 이처럼 방송시간 하나를 옮기더라도 수많은 방향성과 목적의 고민이 존재한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