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씨스타 소유가 ‘듀엣의 여왕’으로 떠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소유는 ‘썸’을 시작으로 ‘오피셜리 미싱 유(officially mssing you)’ ‘틈’ ‘우리 둘’ 등으로 마음을 간질거리게 만들었다. 그의 듀엣곡이 유난히 와닿는 이유는 소유 자신의 음색이 달콤한 노래에 잘 어울린다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듀엣에 최적화된 가수는 많지만, 소유와 비슷한 단계를 밟아가는 가수는 수지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듣기 편안한 매력으로 누구와 어우러져도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보컬의 결은 다르지만, 담백하면서 설렘을 유발하는 달달한 노래에 최적화되었다는 점은 비슷하다. 수지는 이를 깨닫고 잠재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수지가 미쓰에이(miss A)로 데뷔했을 당시에는 보컬을 평가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퍼포먼스가 강렬한 무대를 주로 선보였으며, 목소리를 듣는다고 해도 대중에 큰 임팩트를 남길 수 있는 요인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의 음색이 드러나기 시작한 시점은 드라마 OST를 부르면서다. 수지는 ‘겨울아이’(드림하이), ‘눈물이 많아서’(나도 꽃), ‘그래도 사랑해’(빅), ‘나를 잊지 말아요’(구가의 서) 등을 발표했다.

여러 솔로곡을 발표하면서 수지는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무드를 찾아갔다. 첫 시작은 브로콜리너마저의 덕원과 함께한 듀엣송 ‘모먼트(Moment)’였다. 이 곡은 광고 프로모션용으로 만들어진 음원이지만, 색깔이 뚜렷한 덕원이 작사, 작곡, 편곡을 맡았기에 브로콜리너마저의 느낌이 강하게 풍긴다.
아이돌 가수와 인디가수, 특히 이미 마니아 팬층을 형성하고 비(非)주류 감성을 확고히 한 가수가 호흡을 맞추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지는 위화감 없이 노래에 스며들었다. 그의 소박한 음색은 ‘보통의 감정’을 노래하는 덕원과 자연스레 어우러졌다.
이후 수지는 자신의 색깔을 파악하기 시작했고, ‘왜 이럴까’(‘너를 사랑한 시간’ OST), ‘드림(Dream)’ ‘링 마 벨(Ring My Bell)’ 등을 발표했다. 대부분이 한층 가볍고 화사해진 분위기이며, 수지는 가성이 섞인 달콤한 목소리로 노래한다.
오롯이 들려주는 수지의 목소리는 화려한 기교를 부리거나 짙은 호소력을 갖춘 것은 아니었지만, 걸림 없이 깔끔했다. 담백한 스타일이어서 듣는 이를 편안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밝고 포근한 멜로디에 어울리는 목소리이다 보니, 어쿠스틱한 노래에서 강세를 보이는 인디가수와 만났을 때 시너지가 극대화된다. 자신에게 맞는 신을 찾아가자, 수지의 목소리가 지닌 매력은 배가 됐다.
수지는 자신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첫 솔로앨범에서도 아르마딜로, 어반자카파 조현아, 에피톤 프로젝트 등 비아이돌과 작업했다. 요즘에는 인디와 메이저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기에 완벽한 ‘인디’라고 할 수는 없지만, 기존 아이돌 음악을 주로 만드는 스타 프로듀싱팀을 기용하지는 않은 것은 사실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오프 더 레코드 수지’에서도 샘김과 함께 듀엣을 맞춰보며 추후 작업을 약속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박원과 함께 부른 ‘기다리지 말아요’를 발표했다. 연인관계의 세밀한 감정을 담고 있는 이 곡은 달달한 멜로디에 설렘을 유발한다.
‘기다리지 말아요’는 발표 전부터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으며, 공개된 뒤에는 ‘미리 맞는 봄 시즌송’이라는 수식어를 얻고 있다. 봄 시즌송은 귓가를 사르르 녹이는 듀엣곡이 많은 만큼, 이제는 감미로운 수지의 색깔이 완성됐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수지가 비아이돌, 그 중에서도 인디신과 진행하는 작업에 기대를 걸 만 하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