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온몸으로 삶을 받아낸 서민경, 인생을 노래하다

기자 2017-03-05 22:22:52
사진=레드라인엔터테인먼트 제공 / 디자인=정소정
사진=레드라인엔터테인먼트 제공 / 디자인=정소정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트로트는 ‘한(恨)’의 노래라고들 한다. 절묘한 꺾기는 구슬픔을 극대화하고, 간드러지는 목소리는 어딘가 슬퍼 보이는 흥을 담고 있다. 이제 막 데뷔한 가수 서민경은 트로트 깊숙한 곳에 자리한 인생을 노래하고자 한다.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 앞에서 트로트를 부르면서 가까이 했어요. 음악에 대한 호기심도 많았는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터라, 노래를 배우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는 거예요. 그러던 와중 지인을 통해 경기민요를 하시는 분을 알게 돼 민요를 배우게 됐어요. 경기민요를 접하지 않았다면 음악이 아닌, 다른 쪽으로 흘러갔을 것 같아요.”

꼭 가수가 되기 위해서가 아닌 노래를 좋아해서 민요를 배운 서민경이지만, 한편으로는 트로트 가수의 꿈이 잠재되어 있었다. 21살에는 ‘전국노래자랑’에 나가 당시 유행하던 소찬휘, 서문탁, 김현정 등 노래가 아닌 트로트 ‘서울의 밤’을 불러 우수상을 거머쥐었다. 그로부터 6년 후 나간 ‘전국노래자랑’에서는 선배가수 이혜리로부터 응원이 담긴 연락을 받았다.

이 외에도 서민경은 트로트 가수가 되기 위해, 궁극적으로는 무대 위에서 노래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노력했다. 드라마 OST 가창자 오디션에 응모하기도 하고, 일명 ‘밤무대’에 나가 노래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용기보다 목마름이 있었어요. 비록 밤업소 생활을 했고 무명이었지만, 전 가수생활을 했다고 생각해요. 마침내 이 늦은 나이에 데뷔를 하게 된 건 정말 감사하고 행운이에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무조건 앞만 보고 가려고 해요.”

서민경은 최근 데뷔곡 ‘핑글팽글’을 발표했다. ‘핑글팽글’은 수줍어하는 여자의 마음을 담은 세미 트로트곡으로, 어린이들도 따라할 수 있을 만큼 쉬운 멜로디와 동작이 특징이다.

“한마디로 재미있는 곡이에요. 남녀노소 흥얼거릴 수 있고, 아이들도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불러드릴 수 있을 정도에요. 저도 데모곡 한 번 듣고 따라 불렀으니까요. 어린이집으로 홍보하러 다닐까 봐요. (웃음)”

노래는 ‘쉽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언정, 서민경의 목소리는 결코 쉽게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간 여러 가지 힘든 일을 겪으며 얻은 성숙미와 노련미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목소리에 담긴 한은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서민경만의 힘이 됐다.

 

“트로트 가수로서 맛을 낼 수 있는 부분이라고도 생각해요. 지금까지 고생하며 차근차근 올라온 경험들이 저 나름대로 인생의 스펙이 아닐까 해요. 그래서 지금은 세미트로트로 나왔지만, 나중에는 정통트로트로 인생이 묻어나오는 곡을 부르고 싶어요. 제대로 노래를 배운 적이 없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과 같이 뒤섞여 진정성이 드러날 것 같아요.”

서민경은 “밤업소에서 매일 노래를 할 때는 목구멍이 찢어질 것 같아도 나가야 했다”면서 눈물 가득한 고충을 밝히면서도 “노래를 안 할 때는 오히려 몸이 아프거나 우울하더라”고 말했다. 가수가 천직인 것 같다던 자신의 말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조명이 켜지면 저도 모르게 웃으면서 노래를 해요. 신기하면서도 감사하죠. 어쩔 수 없는 천직인 것 같아요. (웃음) 아직도 목마른 게 있는 것 같아요. 제 속에 있는 걸 끌어낼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나서 열심히 노래해보고 싶어요.”

노래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서민경이기에, 자신의 아들이 가수를 한다고 하면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자신이 가수가 되기 위해 걸어왔던 험난한 길을 되풀이시키지 않기 위해 더 도와줄 것이란다.

“아들 때문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어요. 아들이 없었다면 상처도 못 견디고 중간에 포기했을 것 같아요. ‘엄마는 여자보다 강하다’는 말을 좋아하는데, 항상 되뇌면서 살아왔어요. 아들이 엄마보고 멋지고 자랑스럽다고 해줘서 고맙고 미안해요. 일하느라 같이 있어주지도 못했는데, 잘 이해시켜주며 이야기를 했더니 그 후로부터는 애어른이 됐더라고요. 오늘 아침에도 ‘인터뷰하러 가니 응원해달라’고 했더니, 제가 좋아하는 믹스커피에 초콜릿을 넣어 끓여줬어요. 로맨티스트죠. (웃음)”

그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서민경의 시작은 이제부터다. 온몸으로 인생을 받아내 노래로 승화하고자 하는 서민경은 인터뷰 내내 감격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두근거리는 설렘을 안고 더 나은 가수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거듭 전했다.

“제 곡이 많은 사랑을 받는 게 가수로서 가장 중요한 목표죠. 그러면 저는 저절로 그 길을 따라갈 것이라고 생각해요. 올 한 해, 인생 첫 데뷔도 하고 정식으로 가수 활동도 하니 발돋움하는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제2의 인생을 사는 만큼, 한 번 뜨고 잊혀지는 게 아니라 편안한 친구 같은 가수가 되고 싶어요. 늘 대중과 소통하면서 인생을 이야기하겠습니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