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그룹 백퍼센트의 가장 큰 무기는 진심이다. 훌륭한 성적을 바라며 무작정 트렌트를 좇지도 않고, 조급해하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자신들의 길을 만들고 걸어 나간다. 마음만 있고 실력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라이브 무대에서 강세를 보이는 백퍼센트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소화해낼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발라드로 컴백해 영역을 넓혔다.
백퍼센트는 최근 새 미니앨범 ‘스케치북’을 발매하고 타이틀곡 ‘어디 있니’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앨범은 지난해 10월 발매된 ‘타임 리프(Time leap)’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요즘 아이돌 시장의 흐름으로 보면 그리 짧은 공백은 아니지만, 1~2년씩 공백기를 가졌던 백퍼센트에게는 놀라운(?) 일이다.
“팬들도 저희도 긴 공백기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나오니 팬들도 즐거워해주세요. 빠른 컴백에 저희도 익숙하지 않지만 바쁘게 지내고 있으니 행복해요. 그동안 무대가 너무 그리웠어요.”(민우)
“일본 활동하면서 앨범을 준비했는데, 다행히 이번 곡에 안무가 없어서 괜찮았어요. (웃음)”(록현)

타이틀곡 ‘어디 있니’는 백퍼센트가 처음 시도하는 발라드 타이틀이다. 이별 후의 후회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의 아픔을 애절하게 담아냈다. 그간 댄스 퍼포먼스를 주로 펼쳤던 백퍼센트는 이번 무대에서 스탠딩마이크만 놓고 노래한다.
“안무를 대신해서 목소리에 많이 치중해야 하는 노래라 심혈을 기울였어요.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 계속 수정하면서 거의 녹음실에서 시간을 보냈죠. 이번 앨범을 들어보면 이전 앨범에 비해 더 귀가 즐거울 거예요.”(민우)
“발라드 앨범은 처음이라 작곡가와 색깔을 맞추는데 집중을 했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감정을 노래해야 하다 보니 곡 해석에 유난히 많은 고민을 했고요. 그래서 이번 앨범이 더 값진 느낌이 있어요.”(록현)
이별을 그렸다고 해서 암울한 노래는 아니다. 노래를 작사 작곡한 스윗튠 특유의 경쾌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듣기 편안한 멜로디를 선사한다. 그러면서 백퍼센트 특유의 매력인 고음이 덧입혀진 절제된 보컬은 이별의 감성을 세련되게 표현한다.

“절규의 차이인 것 같아요. (웃음) 안무가 있으면 눈으로 보면서도 감정이 느껴져야 하기 때문에 춤출 때는 온몸으로 표현하는 게 있어요. 애절을 뛰어 넘은 느낌이죠. 그런데 발라드는 목소리로만 감정을 전달해야 해서 좀 더 절제하며 부르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나 혼자만 울고 있으면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하고, 내가 이야기해서 그 사람을 슬프게 만들어야 하는 게 발라드라고 생각해요.”(록현)
‘스케치북’은 지난 앨범 ‘타임 리프’에 이어 스윗튠이 전곡 작사 작곡 편곡을 맡은 앨범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물었더니, 멤버들은 스윗튠이 백퍼센트에 유달리 애정과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좀 더 좋게 만들어줄까 생각하는 게 느껴져서 작업할 때도 즐겁고, 결과물도 만족스러웠단다.
“찬용이는 지난 앨범부터 랩 메이킹을 했고, 다들 곡 작업 공부에 관심이 있어요. 하지만 앨범에 꼭 실어야겠다고 느낄 만큼 작품이 나온 것도 없고, 서두르고 싶지 않아요. 자작곡을 실어야만 꼭 실력파는 아니잖아요? 계속 끄적이다가 앨범에 싣고 싶은 노래가 생기면 싣는 거죠. 고집 부려서 억지로 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우리에게 어울리는 곡을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민우)

그런 점에서 이전 앨범보다 톤 다운된 곡들을 실은 ‘스케치북’은 백퍼센트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발라드도 이렇게 잘 어울리고 소화해낼 수 있는 그룹이라는 것을 알리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저희 보컬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목소리로만 무대를 채우면 어떨까 싶었어요. 활동 스펙트럼을 넓혔으면 좋겠다는 욕심으로 도전한 활동이에요. ‘나중에 우리 노래를 들어주시는 분들이 백퍼센트가 저렇게 안무 없이도 무대를 채울 수 있구나’ ‘백퍼센트가 할 수 있는 게 많구나’ 느꼈으면 하는 기대도 내심 있었고요. 그게 이번 활동의 가장 큰 성과일 거란 생각도 했어요.”(민우)
어찌 보면, 데뷔 6년차인 백퍼센트에게 ‘발라드’라는 도전은 너무 늦은 걸 수도 있고 소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경력에 대한 부담을 묻는 질문에 “데뷔 후 기간 중 한 3분의 1은 활동을 하지 않아서”라며 웃어넘기는 대담함을 갖췄다.

“이번 인터뷰를 돌면서야 벌써 6년차라는 걸 알았어요. 연차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느끼지는 않고, 원하는 방향대로 활동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1년이 흘렀다고 해서 거기에 맞는 행동양식을 갖춰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가 오르고 싶은 산이 있다면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고 아직까지 가야할 길도 멀어요. 6년차 그룹이지만, 이제 막 데뷔한 신인처럼 활동하고 싶은 욕심도 많고요.”(민우)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해서 ‘중고 신인’으로 치부해버리기에는 너무도 단단한 그들이었다. 백퍼센트가 펼치는 도전의 가치는 아이돌의 정형화된 루트를 뛰어넘는다. 꾸준히 실력을 키우면서도 자신들만의 소신을 갖고 색깔을 칠해나간다.
“공백기를 가지면서 백퍼센트라는 그룹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저희는 그동안 힘을 합쳐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어요. 그때 생각했던 게, 아이돌 그룹이 가지고 가야 하는 노선, 기대치들이 있고 그게 안 되면 이 그룹은 더 이상 미래를 보기 힘들어지는 그룹이라고 하는데, 사실 우리는 그걸 전혀 모르겠다는 거예요.”(민우)

“수치적인 목표를 세우면 너무 지치고 방향성을 잃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희끼리는 욕심내지 않고 우리만의 길을 가자 싶었어요. 천천히 일지라도 마음을 모아 우리가 하고 싶은 노래,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보여주면 백퍼센트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더 늘지 않을까 믿어요.“(민우)
백퍼센트의 스케치북에는 계속 백지가 생겨난다. 종이는 의미 있는 음표들로 채워지고, 자꾸 만들어지는 백지만큼 작품들이 쌓여간다. 깊은 고민이 묻어나는 종이의 두께는 그 어떤 칼날도 뚫을 수 없다.
“요즘에는 팬덤이 큰 가수들이 아니어도 역주행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저희는 6년차이다 보니 팬덤이 커지길 바라기보다 우리 노래를 어떻게 들려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우리는 끊임없이 대중에게 다가가고, 대중은 우리의 가능성을 보고 다시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앨범이 그 가능성의 길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길 바라요”(록현)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