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변화하는 환경 속 방송사는 자꾸만 편성전략을 바꿀 수밖에 없다. 방송사 역시 “시청자들을 위해서”라는 말을 전면에 내세우며 자신들의 변화 이유를 설명한다.
그렇다면 편성변경을 받아들이는 시청자들도 ‘자신들을 위한 선물’이라고 여길까? 어느 정도는 풍부한 콘텐츠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만, 요즘의 시청자들은 똑똑하기 때문에 ‘결국엔’ 방송사를 위한 전략임을 눈치 챈다.
방송사도 이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방송사도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이기에, 시청자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면서 자신들에 대한 이미지와 관심을 재고시켜야 하는 임무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경우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모두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초반에 홍보를 강화하고 시청자들을 유입하고자 합니다. 몰아보기 편성이가 초반에 성행하는 것도 그 이유인데, 이득을 보는 부분이 있습니다.
또 방영기간에 명절 등이 포함되어 있다면 그때 드라마 내용도 요약해서 보여주면, 시청자들을 위한 서비스 면에서도 좋고 미처 방송을 보지 못한 잠재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시청률 면에서도 1%든, 2%든 약간의 효과가 있어요.” (KBS 2TV 편성운영부 팀장)
“콘텐츠에 따라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난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만, 콘텐츠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본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데는 그 효과를 발휘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본 방송 종영 후 스페셜 방송분을 많이 활용하는데, 이는 프로그램 종영 후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달래고, 성공한 콘텐츠의 다양한 활용을 통해 채널 자체에 대한 관심과 유입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CJ E&M 미디어)콘텐츠편성전략팀 tvN 팀장)
편성변경 및 전략은 시청자들의 반응을 고려해 결정 내린 사안들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치열한 경쟁 속 살아남기 위한 해결책이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더 많은 수익을 내고 부진한 작품의 성적을 키워 적자를 내지 않으려는 움직임인 셈이다.
폭발적인 인기를 끈 콘텐츠일수록 활용도가 높아진다. 드라마 부문에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던 KBS도 KBS2 ‘태양의 후예’가 대박을 치자, 방송 후에도 한두 달 간 계속해서 관련 콘텐츠를 생성하며 지속적인 마케팅을 실시했다. 인기가 낮다면 감독판 재편집본 등을 방영하거나 VOD 무료 공개 서비스 등을 통해 새로운 시청자들을 유입하고자 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KBS 1TV는 드라마나 젊은 시청자 위주 예능보다 시사교양프로그램 혹은 시청 연령대가 높은 프로그램을 주로 편성하고 있다. 특집 방송에 따른 결방이 생기면 오히려 시청률에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 1TV가 특집방송을 진행하는 이유는 시청자들이 수신료를 내는 만큼, 이슈를 알고 정보를 누릴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원래 방영되던 프로그램이 한두 번 흔들리면 다시 돌아왔을 때 그 전의 시청률을 바로 받아가기는 힘들어요. 흐름이 끊겨서 시청률을 복구하기 힘들다는 거죠. 시청률은 큰 차이는 아니고 한 자리 수에서 왔다 갔다 하는데, 사실 시청률에서 1%도 큰 차이긴 하니까요. 레귤러 편성에는 데미지가 있지만, KBS 1TV는 특성상 감수를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KBS 1TV 편성운영부 팀장)

이처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트렌드에 따른 편성전략은 실제로도 효과를 보고 있기에 앞으로 지금보다 더 기발하고 새로운 변화들이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시청자들도 좀 더 다양한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발전이다.
다만, 해당 방송에 대한 관심도가 높지 않은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점이 될지는 생각해봐야할 문제다. 아무리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콘텐츠라고 해도, 모든 대중이 관심 있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드라마를 열심히 챙겨보던 시청자 중에서도 스페셜방송분은 챙겨보지 않는 이들도 있다.
특정 프로그램에 지나치게 집중된 편성은 높은 피로도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속보이는 경쟁은 오히려 시청자들의 반감을 사기 쉽다.
예를 들어 ‘태양의 후예’ 종영 후 계속해서 관련 내용이 흘러나오자, 열혈 시청자들은 종영 후에도 뜨거운 열기와 다양한 내용을 접할 수 있어 기뻐했다. 한편으로는 ‘뽕 뽑기’에 혀를 내두르며 비판한 대중도 적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특별 편성이 레귤러 편성을 피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KBS 2TV 편성운영부 팀장은 이런 우려에 대해 “스페셜방송분은 주로 명절이나 휴일 등에 하고 평상시에는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안그래도 드라마들은 분량이 많기 때문에 특별판을 꾸리는 정도이고, 모든 드라마에 적용하는 것도 아니다. 자주 편성을 변경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혼란을 느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