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방송] ‘김과장’ 이준호, 악역의 감칠맛

기자 2017-03-07 11:36:40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KBS2 수목드라마 ‘김과장’의 인기 요인으로 남궁민만 언급되면 조금은 서운할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연기인생의 가장 큰 전환점을 맞은 인물은 이준호(2PM)다.

극중 이준호는 서율 그 자체다. 악한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아이돌 틀을 벗고 대중의 인정을 받으며, 아이돌 배우의 좋은 선례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 서율, 악역인데 너무 귀엽잖아

악역의 매력은 '나빠보이지만 알고 보면 이해할 수 있는 그들만의 사정이 있는 비밀'이다. 서율 역시 마찬가지다.

서율은 12회에서 윤하경(남상미 분)에게 “그런 기분 모르죠? 남들보다 딱 한 발짝만 앞서나가자. 그런데 그게 두 발짝, 열 발자국이 되고 결국 혼자서 너무 많이 앞서나와 있는 그런 기분. 정신 차리고 보니 더 이상 멈춰 설 수 없게 됐어요”라고 털어놓는다.

또 김성룡(남궁민 분)이 “정확히 표현하면 양아치처럼이 아니라, 이사님처럼 일한 건데요. 군산에서도 이 정도는 안 했어요. 이사님이 더 세죠”라고 하자 자괴감이 든 듯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서율이 직접 속내를 꺼낸 첫 순간이다. 헤어나올 수 없는 권력의 늪에서 자신조차 컨트롤할 수 없는 심경이다.

설득력을 지니는 서율은 마냥 미워할 수 없다. 여기에 이준호의 연기 포인트들이 더해져 더욱 맛깔스럽게 다가온다. 서율은 나쁜 짓을 일삼긴 하는데 폭력을 쓰거나 거친 욕설을 내뱉지는 않는다. 엘리트 검사 출신인 만큼 머리싸움으로 승부하는 캐릭터로, 세련된 긴장감을 선사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분명 나쁜 사람인데 왠지 웃기고 귀엽고 정이 간다. 극중 행동과 달리, 아기처럼 하얀 이준호의 동안 페이스도 한 몫 한다. 이준호는 뽀얀 얼굴을 하고선,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만큼 얄미운 행동을 한다. 특유의 여유 넘치고 자신감 있는 성격이 더해져 더욱 묘하게 신경을 긁는다.

김성룡과 주고받는 환상의 핑퐁 또한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서율은 김성룡과 마주치면 으르렁대면서도, 그 저변에는 미운정이 쌓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만담을 펼친다. 서율은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자신을 놀리는 김성룡에게 분해하면서도, 그걸 또 받아준다.

서율은 “노잼” 등 유행어를 섞어 자연스럽게 위트를 더하거나, 영어 스펠링을 틀린 김성룡에게 하나하나 고쳐주다가 “어유, 저 모지리”라며 구수하게(?) 나무란다. 구렁이 담 넘듯 흘러가는 대화는 긴장감과 동시에 묘한 웃음을 유발한다.

 

◇ ‘먹는 악역’, 이준호가 만든 새로운 계보

이준호의 서율은 별난 구석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차별점은, ‘먹소(먹는 소시오패스)’라는 별명이다. 서율은 계속 먹는다. 군것질거리를 비롯해 온갖 먹거리를 입에 달고 살며, ‘김과장’의 카메라는 이 모습을 부각시켜 담아낸다.

‘먹는다’는 원초적인 행위다. 심리적으로 우리는 결핍을 겪을 때, 끊임없는 허기를 느끼거나 혹은 그렇지 않다 해도 계속해서 입에 음식을 집어넣는다. 무엇으로라도 마음을 채우려고 하는 움직임이다.

서율은 거의 누군가와 같이 식사를 하는 일이 없다. 늘 혼자 사무실 안에서 혹은 걸어 다니면서 먹는다. 그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은연중에 보여주는 모습으로, 왠지 모를 연민이 느껴진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반면 먹는 행위는 상대방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기도 한다. 서율은 직원들에게 협박하고 윽박지를 때조차 먹는다. 김성룡을 어두컴컴한 창고로 납치해 무릎을 꿇리고, 그 앞에서 고기를 굽는다. 이강식(김민상 분)에게 샌드위치 반쪽을 건네 놓고는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든다.

무조건 대놓고 악행을 저지르고 성질을 내야만 나쁘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서율은 지능적이고 섬세한 방법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사람을 괴롭힌다. 이준호는 이런 캐릭터를 완벽하게 파악해 악역의 새로운 계보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