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활 걸고 준비한 브레이브걸스, 진심 무시한 MC 윤성한

기자 2017-03-08 10:39:11
사진=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기자 쇼케이스는 가수가 공들여 준비한 신곡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다. 그 무엇보다 신곡 홍보와 팀 어필이 이루어져야 한다. 더불어 현장의 감상은 고스란히 글과 사진 혹은 영상을 통해 전파되는 만큼,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중요하다. 하지만 브레이브걸스의 컴백 쇼케이스의 MC를 맡은 개그맨 윤성한은 이 모든 것을 간과한 듯하다.

브레이브걸스는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 일지아트홀에서 네 번째 미니앨범 ‘롤린(Rollin)’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열렸다.

이번 쇼케이스는 브레이브걸스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지난해 원년멤버 혜란과 유진만 남고 다섯 명의 새 멤버가 영입된데 이어, 지난 1월 혜란과 유진이 다시 팀을 떠났다. ‘7년차 걸그룹’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실상은 지난해 한 번 활동한 다섯 멤버들이 팀을 이끌어나가게 됐다.

이에 멤버들은 거듭 “목숨 같은 분들을 위해 이번 앨범에 사활을 걸었다. 정말 잘 돼서 함께 웃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대표 용감한형제 앞에서 대성통곡을 한 일화도 밝혔다. 혜란과 유란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하고 있다. 동고동락했던 사이라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만큼 이해하고 있다”고 깊은 속내를 드러냈다.

하지만 MC 윤성한은 잘못된 방법으로 ‘브레이브걸스 띄우기’에 나섰다. 그는 “사실 7명이 있는 것보다 2명이 빠지니 더 보기 좋다. 7명은 너무 많았고 5명이 딱 좋다. 두 멤버의 빈자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년멤버와 무대 위에 서 있는 멤버들 간 사이를 전혀 고려하지 못한 채 내뱉은 발언이다.

상대방을 내리 깎으면서 다른 사람을 칭찬하면 무슨 소용일까. 이에 그치지 않고 윤성한은 브레이브걸스 노래가 너무 좋다면서 “다른 그룹이 1위를 하면 대기실에 찾아가 ‘왜 우리가 1위가 아니냐. 우리가 더 낫다’고 따지겠다”고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어떤 맥락도 없이 ‘우리가 최고’를 외치는 모습에서는 진심을 찾아볼 수 없었다.

브레이브걸스의 무대에 대한 이해도 전혀 없었다. 이번 활동 콘셉트나 배경을 묻기는커녕, ‘선정성’에만 초점을 맞췄다. 안그래도 브레이브걸스가 선정성으로 노이즈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상황 속,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멘트가 과연 득이 될까.

사진=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울러 “눈물을 흘려야 기사가 뜬다” “의자가 부서져야 대박이 날 거다”라는 등 계속해서 강조하며 이슈성만 내세웠다. 심지어 멤버들이 포인트 안무가 ‘골링춤(골반+롤린)’이라고 여러 번 말했으나, 윤성한은 취재진 앞에서 “롤링춤이다”라고 강조하며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

예의 없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윤성한은 뮤직비디오의 19금 판정을 강조하며 “남자 기자 분들, (몰입하지 마시고) 기사 쓰셔야 한다”고 도가 지나친 농담을 건넸다. 좋은 기사를 부탁하는 게 아니라, “포털 사이트 상단에 좀 걸리게 해달라” “기사는 감성팔이가 잘 나온다”고 여러 번 말하며 기사의 가치를 내려다봤다.

용감한형제에 대해서는 “나는 싸움을 하지 못해서 무대 위로 부르지 못한다”고 하거나, 메멤버들에게 “대표님이 때리지는 않냐”면서 민감한 발언을 했다.

브레이브걸스에게도 존중이 없었다. 멤버들이 도수 없는 컬러렌즈를 껴서 시야가 잘 보이지 않아 서로를 더듬으며 뮤직비디오를 촬영했다고 일화를 밝히자 “나도 거기 있었어야 한다”고 말해 멤버들의 어색한 웃음을 자아냈다. 8kg를 감량했다던 유나에게는 “다이어트 한 지금 보통 체격인데, 살 쪘을 때는 어마어마했을 것 같다”고까지 말했다.

심지어 현장에 없는 사람까지도 거론했다. 쇼케이스에서 자주 섭외되는 한 MC를 언급하며 “그가 다 해먹는다. 내가 더 잘하는데, 이제는 내가 자주 진행을 하겠다”고 했다.

그야말로 ‘아무 말 대잔치’다. 미디어 쇼케이스는 팬들의 박수 소리도 함성소리도 없다. 그래서 MC들은 현장 분위기를 띄우고 재미있게 진행을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행사의 목적이 우선이어야 한다. 취재진은 웃자고 현장을 찾는 것이 아니고, 가수는 농담 따먹기를 하자고 무대에 선 게 아니다.

윤성한은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첫 시작을, 진심을 망쳤다. 오히려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린 꼴이다. 행사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준비 없이 ‘아무 말’이나 던지는 MC가 좋은 자질을 갖췄을 리가 없다. 가수가 좀 더 편안하게 자신을 소개할 수 있고 노래를 홍보할 수 있도록 매끄럽게 이끌어주는 건 MC의 몫이다. 배려와 존중이 필요하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