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목요일 밤을 책임지던 ‘해피투게더’가 15주년 생일을 맞이했다.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3’ 1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박민정 PD, 이세희 CP가 참석했다.
2001년 11월 첫 방송된 ‘해피투게더’는 현재까지 약 15년간 자리를 지켜오며 토크쇼 대표 프로그램으로 등극했다. 그동안 세 번의 시즌을 거치면서 쟁반노래방, 사우나토크, 도전 암기송, 야간매점 등 다양한 코너를 도입해왔다.
최근까지도 ‘백문이 불여일짤’ 코너를 도입하며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오는 9일부터는 15주년 기념으로 추억을 되살리는 스페셜 방송 ‘레전드 리턴즈’를 진행한다. 프렌즈 리턴즈, 사우나토크 리턴즈, 쟁반노래방 리턴즈까지 역대 가장 인기를 얻었던 포맷 3부작으로 꾸며진다.
이 자리에서 제작진은 전 세대가 함께 공감하는 편안한 웃음을 추구하는 ‘해피투게더’의 의미를 되짚으며 프로그램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하는 ‘해피투게더’ 제작진 일문일답.
▲ 최근 시청률 부진을 겪었다가 조금씩 회복하고 있는 상황 속 15주년을 맞은 소감이 어떤가.
박민정 PD: ‘해피투게더’라는 건 해피선데이와 함께 KBS의 위대한 자산이자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15주년을 맞이해 지금 제가 연출하고 있지만 선후배님들과 함께 만든 것이다.
조연출 시절 때 10주년 특집도 했었는데, 늘 하던 고민은 ‘시청률도 잘 나오고 광고도 잘 팔렸지만 너무 사우나에만 있던 거 아니야?’ 였다. 제작진 입장에서 변화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강박이 많았다.
제작진은 ‘해피투게더’ 기본 브랜드에 충실하자는 생각이다. 편안한 웃음을 줄 수 있는 토크쇼를 지향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단발성 포맷이 아닌 전체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점점 시청자들이 알아주시는 것 같다.
▲ 15주년은 2016년이었는데, 2017년에 방송을 하게 됐다.
박 PD: 10주년 당시에도 특집을 기획하고 섭외하면서 좀 늦어져서 2012년 초에 방송을 했었다. 이번에도 시기상 2016년 말이 15주년인데 준비를 해서 선보이기까지 기간이 걸려서 올해 하게 됐다.
▲ 15주년 스페셜 3부작을 기획하게 된 배경은.
박 PD: 목요일 밤을 이렇게 지켜왔다는 느낌으로 3부작을 연출했다. 10주년 때는 그간의 MC들이 총출동하는 포맷으로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지금은 수많은 프로들이 많은 때라 시청자들이 피로감이 있는 것 같다. 시청자들이 그리워하는, 다시 보고 싶어 하는 프로그램들이 ‘해피투게더’에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물이 아닌 포맷 변화를 주자고 생각했다. 아직 시청률 조금 부족하지만 좀 더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프렌즈 리턴즈’에서 다시 유재석과 유진이 만나 화제를 모았다.
박 PD: 유진이 당시는 국민 요정이었고, 물론 아직도 요정 같지만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가 됐다. 유재석과 호흡에서 거침없는 발언도 해주시고 재미있게 진행해주셔서 유재석도 ‘10년 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라며 놀랐다.

▲ 대선주자 특집도 기획 중이라고 알려졌는데, 원래 15주년 기획이 아니었나.
박 PD: 공을 들여서 했던 기획이다. 15주년 방송을 봄이 되기 전에 빨리 해야 했고, 대선주자 특집을 위해 섭외를 하고 기획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15주년에 녹이기에는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방송으로 선보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 15년간 자리를 지키며 기억에 남는 순간과 위기도 많았을 것 같은데.
이세희 CP: 기억에 남는 순간은 신동엽이 유재석에게 쟁반노래방을 넘겨줄 때다. 거대하다고 할 수 있는 두 MC가 함께 있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 ‘이건 네가 이렇게 하는 게 재밌고 이건 이렇게 해야 한다’ 등 말도 해주고 우정이 정점일 때였다. 훌륭한 인수인계라고 할 수 있다. (웃음)
또 쟁반노래방에서 프렌즈로 넘어갈 때가 가장 어려운 때였다고 생각한다. 그때 SBS ‘웃찾사’가 흥해서 ‘해피투게더’ 시청률이 낮았는데, 프렌즈 포맷이 혜성 같이 나타나서 시즌을 전환할 수 있었다. 오래된 프로그램의 힘은 어려움도 노하우가 되는 것 같다.
▲ ‘해피투게더’의 기둥 유재석이 가지는 의미는.
박 PD: 유재석은 하나의 브랜드가 된 듯하다. 목요일 밤은 유재석이 진행하는 편안한 웃음이 있는 ‘해피투게더’가 하는 날이라고 굳어진 것 같다. 15주년 할 수 있던 것도 유재석이라는 변치 않는 MC가 있어서다. ‘해피투게더=유재석’이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나 싶다.
피디 입장에서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유재석의 의사도 물어본다. 늘 제작진을 지지하고 격려해주셔서 큰 힘이 된다. 지난해 연말 시상식에서 팀워크상을 받았는데, 유재석이 우리 팀워크만은 대단하다고 하셨다.
▲ 박명수와 전현무를 비롯해 다른 패널들에 대해 칭찬한다면.
박 PD: 방송상 박명수에게 ‘맥 커터’라고 하는데, 오히려 제작진 입장에서는 착한 토크에서 변주를 할 수 있는 MC라고 생각한다.
전현무는 트렌디하고 PD의 마인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이런 질문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때 치고 들어가는 게 있다. 확실히 명석하기 때문에 적재적소에 맞는 질문을 해주며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것 같다. 또 본인이 알지 모르겠지만 리액션이 좋다.
MC한테 가장 미안한 점 중 하나는, 조세호나 엄현경은 방송에 다 안 나와도 현장에서 분위기를 띄워주고 유도하는 등 많은 역할을 해준다. 게스트쇼이기 때문에 게스트 분량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세호나 엄현경이) 자신이 오늘 잘 못한 거 같다고 이야기할 때도 있는데 그러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다.

▲ 15주년 방송 후 ‘해피투게더’에 찾아올 변화가 있다면.
박 PD: 3부작 내고 나서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해피하우스 포맷 아래서 토크쇼로서 재미를 찾아가려고 한다.
최근 도입한 ‘백문이 불여일짤’ 코너에서는 모두가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세대공감에 집중했다. 신세대 용어인 ‘짤’을 활용해 문제를 출제하는 방식인데, 기본 코드는 세대 공감이었다.
사실 그때만 해도 안정적인 쟁반노래방이나 묻지마사우나 등처럼 게임이 확실하다면 토크에 대한 부담이 줄지 앟을까 생각에 여러 시도를 해봤다. 또 토크를 안 하면 시청자 분들이 토크를 보고 싶다는 아쉬움을 주시고, 그렇다고 모두 토크로 채우면 루즈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토크쇼를 기본 골자로 하되 세대가 공감할 만한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가 있다면.
박 PD: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모두의 웃음이다보니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거나 선수라고 평가받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런데 요즘에는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깔깔거릴 수 있는 웃음이 아니어도 진심이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그런 분들을 꼭 모시고 싶다. 예능적으로 검증된 사람들만 부르는 게 아니라 진짜 자기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을 모시고 싶다.
▲ ‘해피투게더’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앞으로의 방향성은.
박 PD: 우리의 강점은 MC들이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재미없다는 걱정을 해도 ‘해피투게더’에 오면 좀 더 편안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부분들을 경쟁력으로 삼고 싶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