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트로트가 아직도 부모님 이상 세대의 전유물이라고만 생각하며 오산이다. 가요업계에서는 꾸준히 젊은 트로트가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반가요와 정통 트로트의 경계에서 노래하는 이들은 주로 세미 트로트를 내세워 젊은 층과 부모님 세대를 모두 공략하고자 한다. 그런 와중 가수 지나유의 행보는 조금 독특하다.
지나유 역시 세미트로트 곡 ‘오빤용’으로 2015년 데뷔했다. 이후에는 ‘짝짝짝’과 ‘꽃비’로 정통 트로트의 길로 들어서더니, 최근에는 정통 트로트풍의 신곡 ‘물길백리 꽃길백리’를 선보였다.
‘물길백리 꽃길백리’는 사랑하는 이의 대한 추억과 그리움을 표현한 노래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노래는 자연을 품고 있다. 이 노래를 작사 작곡한 이철민은 충남 청양에서 방송 촬영 중 칠갑산 골짜기의 물과 꽃길이 너무 아름다워 그 자리에서 만든 곡이다.
“청양 군수님께서 이철민 선생님께 청양에 대한 노래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으셨대요. 청양에 출렁다리라고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데, 선생님이 그 근처 칠갑산 꽃길과 물길을 보신 거죠. 청양 출렁다리 앞에는 제 노래비가 선다고 해요. 이런 경우는 이례적이라서 매우 기뻐요. 저도 청양고추축제에 참여해서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아름다운 광경 속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이 노래는 정통 트로트라는 장르와 만나 분위기가 극대화됐다. 특히 세미 트로트로 데뷔한 지나유가 이 노래를 부른 것은, 그가 자신의 미래로 정통 트로트를 택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쭉 밀고 나갈 생각이냐고 물었더니 지나유는 “그렇다”고 답했다.
“원래 하던 음악 스타일과는 정반대이다 보니 다들 노래를 듣고 놀라는 반응이었어요. 이렇게 정통 트로트도 할 줄 알았냐고, 연습 많이 했겠다고 격려해주셨어요. 전에도 정통 트로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꽃비’로 물꼬를 텄어요. ‘꽃비’를 내고 나니까 더 깊숙이 들어가고 싶은 거예요. 정통 트로트의 맛을 알게 된 거죠.”
노선을 달리한 지나유에게 우려보다 격려의 메시지가 더욱 많이 쏟아졌다. 선배 가수들은 트로트를 알리려 노력하는 후배에게 조언과 당부도 해주시고, 한복을 입고 노래하는 지나유를 무척이나 예뻐하신단다. 어른들도 세미 트로트를 불렀을 때보다 정통으로 노래했을 때 더욱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박수 소리부터 다르다고 한다.
“최근 충주 쪽 노래교실에 갔는데 어머님들이 제가 딸 같고 손녀 같으신가 봐요. 정말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용돈을 주시는 거예요! 다들 매너가 너무 좋으신 게, 제 노래를 미리 연습해서 따라 부르셔요. 방송 녹화를 가면 현장에 따라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제가 모르는 스케줄을 알고 계실 때도 있다니까요? (웃음)”

가족들도 지나유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부모님과 언니는 자신의 무대에 대해 냉철하게 평가해주는 사람들이다. 최근에도 부모님이 해준 “노래 분위기를 타서 어깨춤을 춰보는 게 어떻겠냐. 박수도 유도해보라”는 조언을 그대로 실행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런 모두의 기운을 모아 지나유는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었고, 베스트가요쇼 대축제에서 신인상까지 수상했다. 특히 지나유는 앞서 걸그룹으로 활동할 때도 받지 못했던 신인상을 트로트가수로서 받게 되어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고 했다.
“실감이 안났어요. 아직도 제 방 안에 트로피가 있는 게 신기해요. (웃음) 다른 분들도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상 받고 돌아오는데 차 안에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트로트가수로 전향하고 난 뒤 목표가 신인상이었는데 2년 만에 이루게 됐는데, 변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제 새로 생긴 또 다른 목표는 ‘지나유’라는 가수의 존재를 알리는 거예요.”
지나유가 걷는 길이 항상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걸그룹으로 데뷔했으나 별 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지나유는 그간 상처도 많이 받았고 실패의 맛도 봤다. 가수라는 같은 직업이지만, 다른 장르로 전환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아울러 어린 나이에 트로트를 부르기에는 부담도 됐다.

“아무래도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트로트의 한’에 대한 부담을 느끼죠. 선배님들은 경험에서 목소리가 나오는데, 전 그 경험을 따라가지는 못하니까요. 무대 마치고 나면 ‘더 감정을 실을 걸’하고 항상 후회가 남아서, 최대한 선배님들의 근사치까지 가려고 연습하고 있어요.”
선배들만큼은 아니지만, 그가 겪었던 나름의 실패는 지나유의 경험치가 됐다. 지나유는 “첫 번째 실패했을 때는 바닥까지 무너졌는데, 그걸 딛고 일어나니 또 다른 실패가 왔을 때 괜찮았다. 실패할수록 점점 단단해지는 것 같다”고 깊은 속내를 드러냈다.
넘어져도 또 다시 일어나는 지나유는 새로운 도전과 함께 색다른 행보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아이돌 가수와 배우만 주로 해외진출을 한다는 편견을 깨고, 중국과 일본 등에서 활동하며 트로트를 알리고 있다.
“중국에서 많이 활동했는데, 지난 활동 곡 ‘꽃비’를 중국어로 바꾸니 중국 노래 같더라고요. 한국의 트로트와 정서가 비슷한 부분이 좀 있는 것 같아요. 현지인 팬 분들도 한국 트로트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반응이 좋았어요. 일본에서도 웬만한 노래를 다 따라 부르셔서 놀랐어요. 이렇게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모든 대중 분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