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상큼한 단발머리를 하고 모습을 드러낸 고아라는 환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찌뿌둥한 아침은 그의 밝은 기운에 금세 환해진 느낌이었다.
고아라는 유연한 배우이자 사람이자 여자였다. 대화 내내 유쾌한 에너지를 내뿜으면서도 털털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애교 섞인 말투도 내뱉었다. 때로는 여유로우면서도 진지한 이야기도 이어갔다.
이런 내공은 끊임없이 연기하고, 배우로서 생각하고 고민한 결과다. 어느덧 28살이 된 고아라, 어린 나이에 데뷔한 그는 벌써 데뷔 15년차 배우다. 최근에는 회사를 옮기는 큰일까지 겪었다.
고아라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반올림’을 시작으로 최근 종영한 작품 KBS2 ‘화랑’까지, 고아라는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커리어를 쌓아왔다. ‘화랑’은 고아라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사극이다. 퓨전 사극에 화랑 중심으로 흘러가는 작품이지만, 극중 고아라가 연기한 아로는 분명 극을 이끄는 역할을 했다. 실제 고아라 모습처럼 반짝반짝 빛이 났다.

이하는 고아라 일문일답.
▲ ‘화랑’은 사전제작 드라마여서, 마지막 촬영날과 방송일의 시간차가 꽤 된다.
촬영한지 약 반 년 정도 됐는데 얼마 안 된 것 같다. 마지막 회를 보니 엊그제 촬영이 끝난 기분이었다. 여름에 힘들게 촬영해서 현장 에피소드들도 많이 생각났고, 후련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했다. 사전제작이 처음이어서, (방송날과 합치면) 작품을 1년 동안 찍는 느낌이다. 그래서 아쉬움이 더 큰 것 같기도 하다.
▲ 기억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늘 현장이 젊은 청춘들로 인해 에너지가 넘쳤는데, 여름의 뜨거운 날씨와 어우러져 더 에너제틱했다. 액션이 많지는 않았지만 와이어도 달아봤고 화살 맞는 신도 있었고, 누워서 찍기도 하고 촬영의 특별한 기법들에 공을 들였던 기억이 난다.
▲ 사전제작 드라마의 장단점을 느꼈나.
시청자 분들과 소통할 수는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스태프진과 대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던 시간이 많았다. 다양하게 촬영해볼 만한 시간과 장소 여건도 됐다. 마음에 안드는 자면이 있다면 다시 찍어볼 여유도 됐다. 초반에는 한 신을 4일 동안 찍은 적도 있다.
▲ 화랑 중심의 드라마여서 아쉬운 점은 없었는지.
그렇다고 제가 화랑을 할 수도 없고. (웃음) 화랑은 신라 시대 화랑을, 역사를 토대로 한 것에 좋은 느낌을 가졌다. 역사 이야기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것도 있어서 화랑이 되고 싶지만 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역사의 인물을 경험해서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
▲ 화랑 속 홍일점이었다. 외롭지는 않았는지.
화랑들 속에 혼자 있어서 홍일점이긴 한데, 아무래도 화랑 이야기다보니 촬영에서는 겹치는 게 많이 없었다. 그래서 분장실에서 보면 반가웠고, 인사만으로도 서로 기운을 북돋아주곤 했다. 홍일점 기분을 느끼기보다 화랑들을 지지하고 도와주는 모습으로 촬영에 임했다.
▲ 아로가 결국엔 도움만 받는 수동적인 여성상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작품의 특성이지 않나 싶기도 하다. 역할이나 작품 특성에 따라 여자가 이끌 수도 있고, 여자가 마음을 더 드러낼 수도 있는 것 같다. ‘화랑’은 시대적 배경도 그렇고 남자들의 이야기에 맞춰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그 안에서 역할을 표현하는 게 내 몫이라고 생각했다. 잘 끌려 다니려고 노력도 했다. 감옥도 가고 자꾸 끌려가더라. (웃음) 그게 드라마에 필요한 부분이라면 있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설령 끌려다니는 역할이라 해도, 아로만의 매력이 분명히 있다.
극중 우리 나이가 10대였는데, 아로 역시 철부지에 사랑도 모르는 왈가닥이었다. 그런데 9회 이후부터 친오빠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면서 느끼는 생의 아픔, 사랑을 알면서 성장해가는 모습이 와닿았다.
삼맥종과 관계에서도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하며 대사를 주고받은 장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드러난 장면 등에서는 아로가 진취적이고 삼포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지만, 상황 안에 국한될 수도 있다는 걸 느꼈다.
또 진짜 친오빠가 아니란 걸 알면서 감정에 대한 확신과 사랑할 수도 있다는 안도감, 날 속였다는 마음 등을 복합적으로 느끼는 게 재미있었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