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배우 김원해를 보고 있으면 짠내 나는 눈물이 흐르기도 하고 깔깔 폭소가 터진다. 찰진 욕설에 감탄하기도 하고 얄밉지만 밉지 않은 매력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김원해는 마법을 부리듯 순식간에 다른 캐릭터로 변신하며 다양한 인생을 살아낸다.
2016년 첫 작품은 tvN 드라마 ‘시그널’이었다. 흰 머리가 희끗 비치는 더벅머리를 하고 강력계 형사 김계철을 연기했다. 극중 김계철은 기막힌 말솜씨로 정보원만 한 트럭을 얻은 인물로, ‘오대영 사건 조사하자~’는 유행어로 귀여움까지 어필했다.
‘혼술남녀’에서는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공무원학원 원장 김원해(동명의 역할)로 분했다. 돈 안 되는 강사에게는 얄미운 말투로 폭풍 갑질을 하고, ‘스윽~ 한 잔 어때?’라고 능글맞은 말투로 매일 회식을 권유하는 인물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시대도 넘나든다. 김원해는 퓨전사극 KBS2 ‘화랑’에서 무명(박서준 분)과 막문(이광수 분)을 맡아 기른 가야금 장인을 연기했다.

‘김과장’에서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을 연기했다. 그가 보여준 TQ그룹 경리부장 추남호는 리얼리즘을 뛰어넘어 우리의 삶 그 자체였다.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부조리에도 순응하는 추남호는 김원해를 통해 씁쓸한 공감으로 승화됐다. 눈물을 흘리며 속내를 털어놓는 모습은 명장면, 명대사로 남았다.
기러기 아빠로 살아가며 딸의 모습 한 번 제대로 못보고, 늘어진 셔츠를 입은 채 매일 깡소주로 밤을 달래는 모습은 리얼하게 와 닿았다. 그러면서도 심성은 착한 추남호는 직원들을 은근히 챙기는 모습으로 따뜻함을 자아냈다.
같은 시기에 방영되고 있는 ‘힘쎈여자 도봉순’에서는 사납지만 어딘가 우스워 보이는 용역 깡패 김광복으로 출연한다. ‘김과장’과는 전혀 거리가 먼 인물로, 김원해는 동시에 온탕 냉탕을 넘나들고 있다.

특히 김광복이 도봉순에게 얻어터진 뒤 이가 몽땅 빠져 울먹이고 다리가 풀려 걷지 못하는 등 완전히 망가지는 모습은 ‘추남호를 연기했던 그 배우 맞나’ 싶을 정도다. 김원해의 거침없는 연기는 드라마에 빠질 수 없는 깨알 웃음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심지어 10회부터는 히스테릭한 기획개발실 팀장 오돌병으로 깜짝 등장했다. 진한 눈화장을 하고 립스틱을 바른 오돌병은 높은 톤의 목소리로 ‘이 구역 미친X은 나야!’라고 소리를 지른다. 경계 없이 어떤 캐릭터도 소화할 수 있는 배우임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힘쎈여자 도봉순’ 이형민 PD는 “김원해 캐릭터는 원래 시놉시스에 없는 캐릭터였다. 도봉순에게 맞아 이가 부러지는 에피소드를 보고 김원해가 생각났다”면서 “좋아하는 배우인데 한 번도 작업을 안 해봤다. 당시 영화 ‘아수라’가 잘 돼서 캐스팅 힘들겠구나 했는데 인연이 되어 같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극중 김광복의 보스로 출연하는 임원희는 “드라마에서 비중은 별로 없지만, 김원해 선배님이 워낙 출중한 연기를 보여주시고 있고 나도 나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캐릭터상)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보여주려고 노력한다”면서 김원해에 존경심을 드러냈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총 5작품. 모두 김원해 특유의 능글맞은 말투와 표정이 살아있지만, 단 하나도 겹치지 않는 옷이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배역들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는것이다.
주연으로 출연한 드라마들은 아니지만, 그에게 비중은 중요하지 않다. 조연 그 이상의 역할을 해내며 오히려 시청자들이 자신을 찾게 만드는 마법 같은 연기를 펼쳤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