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3’ 박민정 PD는 지난 달 열린 ‘해피투게더’ 15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토크쇼로서’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해피하우스’ 포맷 하에 방송의 근본이었던 토크쇼로서 재미를 찾아가겠다는 것이다.
최근 ‘해피투게더3’는 새 코너 ‘백문이 불여일짤’ 도입에도 불구, 저조한 성적을 거두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불안하면서도 반가운 변화다.
앞서 시즌3에서 시도한 ‘사우나 토크쇼’ ‘도전 암기송’ ‘스타퀴즈! 세상에 이럴수가!’ ‘손병호게임’ ‘야간매점’ 등 다양한 코너들은 모두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당시 진행됐던 코너들은 게임과 함께 웃음 가득한 이야기들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반면 ‘백문이 불여일짤’은 애매한 세대공감과 구시대적 발상, 토크쇼와 맞지 않는 흐름 등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제작진이 ‘백문이 불여일짤’이라는 게임을 도입한 배경에는 토크의 비중과 영향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었다. 박 PD는 “사실 안정적이었던 ‘쟁반노래방’이나 ‘웃지마사우나’ 등처럼 게임이 확실하다면 토크에 대한 부담이 줄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여러 시도를 해봤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토크를 안 하면 시청자 분들이 토크를 보고 싶다는 아쉬움을 주시고, 그렇다고 모두 토크로 채우면 루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토크쇼를 기본 골자로 하되 세대가 공감할 만한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는 방향이었다”고 당시 고민을 털어놨다.
그 결과, 노선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은 ‘해피투게더3’는 다시 한 번 재도약을 꾀했다.
개편된 ‘해피투게더’는 1, 2부로 나뉜다. 1부에서는 기존 토크쇼 형식이 유지되며, 2부에서는 토크쇼를 기반으로 한 ‘조동아리’의 캐릭터쇼가 펼쳐진다. 새롭게 단장한 방송은 오는 29일 첫 녹화가 진행되며 5월 전파를 탄다.

‘조동아리’는 ‘아침부터 밤까지 수다를 떠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의 연예계 사조직이다. ‘해피투게더3’가 김용만-지석진-김수용-박수홍 네 명을 영입해 ‘조동아리’ 완전체를 꾀한 의도는 ‘토크쇼로서의 회귀’에 있다고 풀이된다.
이들은 길 가다 잠깐 마주쳐도 몇 시간 동안 수다를 떨고, 맥주 한 잔을 나눠 마시며 밤새 이야기할 정도로 명불허전 토크왕이다. 개그맨들의 모임인 만큼, 연륜과 내공이 넘치는 입담은 큰 웃음으로 연결된다. 토크쇼의 명분을 다하고자 하는 ‘해피투게더3’에게는 최적의 패널이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양분화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토크 강자들이 뭉친 만큼 다시 웃음을 되찾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선, 그리고 토크의 중복과 다수의 토커(talker)들로 인해 너무 어수선하지 않을까 싶은 우려다.
그나마 이전과 다르게, 토크의 흐름에 있어 1부와 2부의 분절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 ‘조동아리’는 프로그램을 따로 신설했으면 했지, 코너에 투입될 인물들은 아니다. 모두 단독 진행이 가능한 프로 예능인들이다. 넘쳐흐르는 토크를 제한된 시간과 편집에 맞추려다 보면 이도저도 아닌 방송이 될 가능성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수를 쳐주고 싶은 부분은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시도, 그리고 ‘해피투게더’의 근본으로 돌아오려는 움직임이다. 박 PD는 “단발성 포맷이 아닌 전체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잘 나가던 ‘사우나토크’ 시절 때 조연출이었던 박 PD는 “당시 늘 하던 고민은 ‘시청률도 잘 나오고 광고도 잘 팔렸지만 너무 사우나에만 있던 것 아니야?’였다.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강박이 많았다”고 밝혔다.
안주하지 않는 자세는 발전을 가져온다. ‘해피투게더’가 15년 간 목요일 밤을 책임질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이기도 하다. 다만, 감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더 이상 갈팡질팡해서는 안 될 때다. 이번에는 다시 안정적인 항해를 할 수 있는 유의미한 시도여야 한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