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유명해지고 싶지 않은 가수, 그리즐리

기자 2017-04-11 13:58:31
사진=EGO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EGO엔터테인먼트 제공


“유명해지지 않으려고요. 재킷이나 뮤직비디오에서도 얼굴 노출을 잘 안했어요.”

가수 그리즐리(Grizzly)의 노래를 들어보면 결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정작 본인은 유명해지고 싶지 않단다. “그런 사람이 인터뷰를 하면 어떡하냐”고 짓궂게 물었더니, 그는 옆에 있던 소속사 대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리즐리가 인터뷰에 임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느껴지는 뚜렷한 이유는 바로 ‘음악’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소리일 수도. 그리즐리는 정제되지 않은 말로 웃음을 자아내는 한편, 자신의 음악에 담긴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놨다. 큰일이다. 그의 생각들이 전해지는 순간, 더 유명세를 탈 것 같은 예감이다.

실제로 그리즐리는 점차 입소문을 타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싱글 ‘불면증’은 아이튠즈 알앤비(R&B) 인기차트 7위, 인디차트 50위를 차지했으며 ‘미생’은 20대 여성이 가장 많이 들은 곡으로 선정됐다.

“아직 인기를 실감하지 못해요. 하루에 한 명이라도 절 알아봐야 유명해졌다고 느끼는데 아직은...(웃음) 친구들도 ‘얘 머리에서 이런 게 안 나올 텐데 어떻게 저런 곡을 쓸까’ 신기해해요. 좋은 성적을 거두면 기쁘지만, 차트에 이름을 넣기 위해 노력하진 않아요. 하고 싶은 음악을 할 뿐이에요. 다만 ‘불면증’이 아이튠즈 차트에 오른 건 신기하더라고요. 열심히, 꾸준히 하면 결과는 따라오는 것 같아요.”

 

 

 

 

 

힘주어 노력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리즐리의 소신은 음악에서도 묻어난다. 스타일과 장르를 구분하기보다, 어떤 생각 그리고 감정을 어떻게, 얼마나 진정성 있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하다.

“어떠한 감정이 내 안에 깊이 들어와야 음악도 전달이 된다고 생각해요. 내 자신을 들여다보는 게 재미있어요. 혼자만의 시간을 자주 갖는 편인데,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내 자신과 소통을 해요. 그러다보면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되고요. 그렇게 점점 제가 무르익으면 감정 깊숙이 있는 앨범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궁극적인 목표에요.”

자신을 스치는 찰나의 감수성을 포착하는 그리즐리는 일상생활에서 영감을 얻는다. 사실 ‘영감’이라는 거창한 단어보다, ‘기록’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수도 있겠다. 그는 게임을 하다가, TV를 보다가 어느 때나 떠오르는 걸 메모했다가 하나 둘씩 꺼내어 쓴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인터뷰①] 유명해지고 싶지 않은 가수, 그리즐리
[인터뷰②] 그리즐리, 자신 그대로를 드러내다
[인터뷰③] ‘미완’의 세상 속 그리즐리가 멈춘 곳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