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그리즐리, 자신 그대로를 드러내다

기자 2017-04-11 14:45:30
사진=EGO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EGO엔터테인먼트 제공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서...

수많은 기록 중 정규 1집 앨범 ‘아이(i)’는 앨범명 그대로 그리즐리 자신에 관한 이야기다. 단편적인 이야기를 엮다보니 정규 트랙을 채우는 부담도 있긴 있었다. 그는 “노래들이 스토리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어떡할까 고민했다”면서도 “그래도 일단 냈다. 이런 앨범이 다시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어느 틀에 갇혀 있는 게 싫었고 어차피 내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냈으니, 대중이 한 곡 한 곡 들으며 내가 떠올렸던 그림을 같이 떠올려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이 첫 앨범이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만든 음악이어서 소중해요. 가장 오래 들을 것 같은 앨범이에요.”

그가 말한 ‘아무 생각 없이’는 ‘대충’이 아니다. 순수한 음악을 하는데 있어 방해되는 요소들, 가령 회사의 데드라인이나 대중성 등을 의미했다. 그리즐리는 직접 ‘스파르타식’ 작업을 자처할 정도로 열정이 넘쳤다.

“일주일 만에 두 곡을 새로 써야 해서 힘든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하고 싶다고 했던 거예요. 하하. 원래 미니앨범으로 기획했는데 욕심이 나서 점점 곡을 늘렸어요. 또 하루에 한곡씩 녹음하자고 해서 5일 연속 녹음을 했는데, 그것도 제가 하자고...(웃음) 너무 힘들었는데, 그 녹음본을 그대로 다 살렸어요. 집중하고 싶었고 노래의 바이브를 이어나가고 싶었어요.”

 

그리즐리는 나중 돼서 너무 힘들어 “감정이고 나발이고 내 맘대로 부르게 됐다”고 말했지만, 어차피 그 ‘내 맘대로’도 그리즐리의 모습이었다. 다행히 타이틀곡 ‘아이 앤 아이(i&i)’를 뺀 나머지 곡들은 5분 안에 만들어졌을 정도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완성된 노래 역시 다듬는 정도로만 수정하고 건들지 않았다. 그때의 감성을 살리고 꼬리를 무는 생각에 끼워 맞추지 않기 위해서다.

타이틀곡 ‘아이 앤 아이’는 기존 곡들보다 조금 화려해진 연주가 눈에 띈다. 이에 대해 묻자 자신은 악기를 잘 다루지 못해 편곡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편이라고 했다. 이번 곡은 레이백사운드가 편곡을 맡았다. 이들과 그리즐리는 같은 회사에서 작업실을 쓰는 막역한 사이다.

그리즐리는 10여 분 넘게 편곡과 레이백사운드를 주제로 열변(?)을 토했다. 그는 “제가 봤을 땐, 타이틀곡이어서 다행이지 수록곡이었으면 과했을 것 같다”고 거들며 “미니멀한 코드 진행으로 멜로디와 가사를 얹은 뒤 편곡을 해달라고 하는 편인데, 레이백사운드는 너무 ‘간지’를 부린다”면서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 “레이백사운드 멤버 한결은 정말 제가 키운 거나 다름이 없다. 사람이 덜 됐는데 인간을 만들어놨다”며 웃었다. “꼭 좀 넣어달라”라고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물론, 곡에 대한 만족감과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나올 수 있는 농담이었다.

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

[인터뷰①] 유명해지고 싶지 않은 가수, 그리즐리
[인터뷰②] 그리즐리, 자신 그대로를 드러내다
[인터뷰③] ‘미완’의 세상 속 그리즐리가 멈춘 곳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