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미완’의 세상 속 그리즐리가 멈춘 곳

기자 2017-04-11 15:48:28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서...

타이틀곡 ‘아이 앤 아이’의 제목 속 ‘아이’는 ‘나’를 뜻하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아이(kid)’를 뜻하는 의미도 있다. 미처 알지 못했던 현재의 나, 그리고 잘 알지만 다시는 알아보지 못할 예전의 나를 모두 담아낸 이 곡은 ‘미완성’된 상태의 아이를 그렸다고 할 수 있다.

“지금 26살의 저를 표현하는 곡이에요. 순수하고 아무것도 몰랐던 때가 있었다면, 지금은 헤매기도 하고 정착하기도 하죠. 데뷔하기 전에는 철부지 어린 애였는데,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때가 더 도전적이었어요. 이제는 책임져야할 것도 많으니 겁이 많아졌고요. 성숙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즐리는 아이도 어른도 아닌 경계에 서 있다. 아직 미완의 상태이기에 성숙에 다른 두려움도 있다. 그는 “사소한 지점에서 어른이 되어간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걱정된다. 제 모습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서다. 책임이 많아질수록 어른이 된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그래서인지 전 ‘미생’보다 ‘아이 앤 아이’가 더 슬퍼요. 녹음할 때 저도, 엔지니어도 울었어요. 예전의 내가 그리워도 돌아갈 수가 없는 거잖아요. 예전처럼 자유로워질 수도 없고요.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일본으로 도망갈까 진지하게 생각했어요. (웃음) 여권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못 갔는데, 배게 옆에 있었다면 갔을 거예요. 하하.”

 

그리즐리는 자신이 느낀 감정과 생각을 그대로 전달하는 음악을 중요시 여긴다. 작업할 때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은 것도 찰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외국 아티스트보다 한국 아티스트들에게서 더 영감을 많이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같은 언어로서 표현할 수 있는 가치관이나 뉘앙스 등이 더 가까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빈지노, 서사무엘, 기리보이를 가장 좋아하는데, 그 분들의 음악을 들으면 세상이 잠깐 멈춘 듯한 기분이 들어요. 그 세계에 들어갔다 온 느낌도 들고요. 제 음악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제가 노래를 만들며 떠올렸던 장면, 그림들을 떠올리시면 행복할 것 같아요.”

요즘에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 빠져있다. 작품을 영감으로 한 노래도 있다. 이번 앨범에서 자아에 대해 풍덩 빠져있던 탓인지, 다음 앨범에서는 조금 더 단순하고 가벼워지고 싶다고 했다. 한 색깔에 갇혀 있지 않기 위한 노력이다.

“올해는 많은 공연 무대에 올라보고 싶어요. 큰 차도 사고 싶고요. 유럽여행도 가고 싶어요. 아직 돈이 별로 없어서, 올해 ‘메이크 머니(make money)’하고, ‘세이브 머니(save money)’해서 ‘스펜드 머니(spend money)’ 할 거예요!”

[인터뷰①] 유명해지고 싶지 않은 가수, 그리즐리
[인터뷰②] 그리즐리, 자신 그대로를 드러내다
[인터뷰③] ‘미완’의 세상 속 그리즐리가 멈춘 곳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