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과 팬심②] 무감각해지는 대중도 문제

기자 2017-04-25 11:24:40

[아이돌과 팬심①]에 이어서...

범죄를 저지른 팬들의 합리화는 무섭다.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인식은 급속도로 퍼져나가 모두를 전염시키기도 한다. 일부 대중들까지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아티스트 혹은 소속사를 나무란다.

일례로 여자친구 예린이 몰래카메라를 적발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당시 대중의 반응은 나뉘었다. '팬사인회가 촬영이 가능한 행사라 하더라도 몰래카메라는 엄연한 범죄다, 혹은 어차피 촬영이 가능한 거 좀 더 가까이에서 찍겠다는데 무슨 문제냐'의 의견이었다.

놀랍게도 후자의 반응을 보인 이들도 적지 않았다. 나쁜 의도로 촬영한 것도 아니고 얼굴을 가까이 찍었을 뿐인데, 퇴장조치를 취한 것은 심했다는 말이었다.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몰래카메라까지 이해받는 시대가 왔을까. 몰래카메라는 말 그대로 ‘몰래’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촬영된 영상은 범죄다.

프리스틴 주결경의 일화가 기사화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댓글에는 스케치북을 건넨 이에 대한 비난도 있었지만, ‘언플 그만’이라는 반응이 절대적으로 주를 이루고 있었다. 오히려 ‘공식입장까지 나오고 난리. 이렇게 되면 프리스틴한테 독이다’라는 반응까지 존재했다.

노이즈마케팅도 있듯, 소속사 입장에서는 뭐든 이슈몰이를 하면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팬심의 탈을 쓴 범죄에 대한 공식입장과 기사는 ‘언플’로만 치부될 만큼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어쩌라고. 대체 똑같은 기사가 며칠 째’ ‘지겹다’처럼 ‘나와 상관없다’는 식의 댓글은 아이돌에게 노출된 범죄에 무감각해진 대중의 인식을 보여준다. 부정적인 의견을 지닌 사람들은 일부라고 할지언정, 대형 포털사이트에 몇 백 개씩 달리는 댓글은 어느 정도 여론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으며, 다른 이의 의견을 움직이는 힘까지 지니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다른 일화들이 알려져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 사건 외 다른 요소를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논점 흐리기에 불과하다. 본질은 지금껏 수많은 아이돌이 무감각해지는 대중과 팬심이라는 굴레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돌을 둘러싼 울타리는 한없이 약하다. 주로 10, 20대가 팬층인 아이돌은 친근한 이미지, 불친절한 이미지가 박히는 순간 외면 받는다. 그 탓에 아이돌에게 주어지는 역할과 책임은 유난히 무겁다. 만약 누군가가 배우나 다른 영역의 아티스트에게 무례한 언행을 했다면 지금처럼 큰 일이 아닌 것 마냥 여겨졌을까.

연예인과 팬덤 간의 심리적,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아이돌을 향해 도사리고 있는 크고 작은 범죄는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고 있다. 팬들과의 소통과 범죄 사이의 기준은 너무나 모호한 현실이다.

그 탓에 소속사는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있어도 쉽사리 움직일 수 없다. 사전에 주의사항에 대한 공지를 띄우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수상한 팬을 적발해 책임을 묻기엔 역부족이다. 소속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미연에 방지하는 일’ 뿐이며, 이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모든 대중문화가 그렇듯, 결국 팬들과 대중, 소속사, 아티스트 모두가 한 마음으로 올바른 인식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문제를 쉬쉬하기보다 수면 위로 끌어올려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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