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한 CF에 나오듯 공유에게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가 있다면, 가수에겐 팬들만 알고 있는 은밀한 카페가 있답니다. 타이틀곡만 소비되고 빠르게 사라져버리는 요즘, 알고 보면 다양한 재료로 훌륭한 조합을 이뤄낸 명곡이 많거든요! 미처 알지 못했던 수록곡의 비밀스러운 레시피를 파헤쳐드립니다. <편집자주>

02. 규현 세 번째 미니앨범 ‘너를 기다린다’ - ‘마음세탁소’
‘가을왕자’ 규현의 앨범에 한 발 이른 봄이 찾아온 적이 있다. 지난 2월 발매된 세 번째 미니앨범 ‘너를 기다린다’는 사실 3부작 가을 발라드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앨범이다. 다만 어느덧 해가 넘어 겨울이 지나가고 있는 만큼, 타이틀곡 ‘블라블라’와 ‘여전히 아늑해’는 촉촉하면서도 포근한 감성이 더해졌다.
그 중 다섯 번째 트랙 ‘마음세탁소’는 곧 만연해질 봄의 기운을 미리 느낄 수 있다. ‘마음세탁소’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에게 전하는 마음을 ‘세탁소’에 비유한 노래다. 어쿠스티한 사운드에 따뜻한 멜로디가 조화를 이루는 미디엄 템포 곡이다.
‘마음세탁소’는 규현이 해당 앨범에서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트랙이기도 하다. 지난달 열린 콘서트에서는 핑크색 점퍼를 입고 나와 달콤한 목소리와 함께 귀여운 안무까지 선보인 바 있다.
tvN 예능 ‘신서유기’에서는 안재현이 규현의 타이틀곡을 착각해 “그거 아냐? 빨래 얘기”라고 ‘마음세탁소’를 언급해 빵 터지게 만들었다. 그만큼 안재현에게도 인상 깊었던 곡이 아닐까. 당시 규현은 “뭔 빨래 이야기야. 그건 ‘마음세탁소’고”라며 안재현을 구박하면서도 침대 위에서 즉석으로 살랑거리는 안무를 펼쳐 흐뭇함을 자아냈다.

◇ 레시피: 입 안에 머금는 봄, 솜사탕에이드
솜사탕에이드는 조금은 생소한 레시피일 수도 있겠지만, 한때 유행하던 ‘비쥬얼 갑’ 음료다. 레몬에이드, 오렌지에이드 등을 만드는 각종 농축액 및 시럽과 얼음을 담은 컵에 솜사탕을 그득히 올린 채 서빙된다.
마시는 사람이 직접 솜사탕 위로 탄산수를 부어서 에이드를 만들어 먹는 재미가 있다. 탄산수와 만난 솜사탕은 순식간에 녹아 섞이면서도 군데군데 설탕 결정으로 굳어져 달콤함을 배가시킨다.
‘마음세탁소’는 솜사탕의 몽글몽글하고 귀여운, 그리고 달콤한 느낌과 함께 탄산수의 청량함까지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노래다. 비록 규현은 콘서트에서 특유의 영혼 없는(!) 표정으로 ‘자본주의 안무’에 임하긴 했지만, 목소리만은 산뜻하고 감미롭다.
규현의 발라드는 묵직하고 처절하기보다 편안하게 스며드는 쪽에 가깝다. ‘마음세탁소’는 여기에 솜사탕에이드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지는 화사함과 설렘의 재료가 추가됐다고 할 수 있다.
솜사탕에이드는 노란색, 오렌지색 등 밝은 색상과 함께 특유의 투명함, 여기에 푹신한 솜사탕까지 그야말로 ‘봄’을 연상케 하는 비주얼이다. 햇살이 비추는 초록 공원에서 한 모금 머금는 순간, 입 안에서는 꽃망울이 터진다.
어느덧 20도를 웃도는 요즘 날씨에 들어도 손색이 없는, 아니 요즘 들어야 더 잘 어울리는 ‘마음세탁소’를 흥얼거린다면 마음 속 훅 찾아온 봄을 느낄 수 있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 디자인=정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