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여름의 시작을 알린 뜨거운 이정표, 그린플러그드 2017

기자 2017-05-22 11:58:29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봄과 여름 사이, 작열하는 태양은 여름에 더 가깝지만 밤이면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은 봄에 가깝다. 음악 페스티벌 그린플러그드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더욱 흐려진 5월의 정체성을 명확히 알려준다. ‘이제 곧 여름이 올 거야’라고.

지난 20, 21일 서울 난지 한강공원에서 그린플러그드 서울 2017(이하 그린플러그드)이 열렸다. 페스티벌의 첫 날, 다행히 비 소식은 없었고 오히려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쨍한 햇빛이 모두를 반겼다. 밤에도 긴 팔 하나만 걸치면 될 정도로 날이 딱 좋았다.

늘 그렇듯, 무대는 난지 공원을 세 구역으로 나뉘어 설치됐다. 선(Sun)과 어쓰(Earth) 스테이지는 록 스피릿과 흥을 내뿜는 가수들로 채워졌다. 문(Moon)과 스카이(Sky) 스테이지에는 누워서 편안하게 들으면 참 좋을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두 메인 스테이지의 중간에는 윈드(Wind)와 버스킹 스테이지가 있어 양 끝의 구역 간 다소 이동거리가 먼 단점을 최소화했다. 문, 스카이 구역 한 편에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을 연상케 하는 피크닉 무대가 설치돼 관객들과 함께했다.

그린플러그드는 난지 한강공원의 공간을 넓게 활용한다. 그만큼 무대도 많고 푸드존도 많다. 메인 구역 사이에는 음반과 공식상품, 환경과 관련된 물품, 수공예품 등 갖가지 물건을 판매하고 있는 존이 있어 사람들로 북적였다.

다소 아쉬운 부분은 ‘즐길 거리의 부족’이다. 원활하게 현장 진행이 이뤄졌고 편의도 매우 좋았지만, 정작 관객들이 참여하고 놀 만 한 거리는 기업행사 부스뿐이었다. 오히려 소비를 부추기는 공간이 많았다. 꼭 돈을 쓰지 않아도 아름답게 꾸며진 포토존을 돌아다니고 자체적으로 진행되는 이벤트나 행사 등에 참여할 수 있다면 진정으로 관객들이 참여하는 페스티벌이 되지 않을까.

심지어 공연이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행사 안내원이 마이크에 대고 큰 소리로 이벤트를 진행해 관람에 방해가 되기도 했다. 이를 인지한 무대 위 가수가 “나는 누가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줄 알았는데 저쪽 행사를 하나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나중에야 안내원의 목소리는 작아졌지만, 해당 가수의 순서를 애타게 기다려온 관객이라면 충분히 짜증이 날 만한 주객전도의 상황이었다.

이 부분을 제외하고는 무대를 관람하는데 있어 좋은 환경들이었다. 가장 중요한 가수들의 목소리는 선명하게 잘 들렸고, 대형 스크린도 곳곳에 있어 설치물에 시야가 가려진 관객들도 맘껏 무대를 즐길 수 있게 했다.

가수들은 관객과 소통하고 페스티벌의 목적인 환경보호를 상기시키는 것도 있지 않았다. 특히 마인드유는 관객 한 명을 무대 위로 불러 함께 노래를 불러 모두를 열광케 했으며, 임슬옹과 박재범은 무대 아래로 내려가 관객들을 가깝게 만났다.

스탠딩존이 꽉 찬 선, 어스 존에는 관객들이 대형 깃발을 휘날리며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특히 감성적이면서 신나는 잔나비를 시작으로 레이지본, 글렌체크, 장기하와 얼굴들로 이어진 무대는 현장을 더욱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셔틀버스를 기다리며 줄 서 있던 관객들의 얼굴에는 아직도 가시지 않는 흥분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이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의 감상을 나누기도 하고 새롭게 발견한 가수의 SNS와 정보를 찾으며 좋아하기도 했다. 이처럼 열정 넘치는 관객들과 가수들은 올해도 그린플러그드에 모여 뜨거운 여름의 시작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