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차 아이돌①] 갑작스런 씨스타의 해체, 정말 '징크스' 때문일까

기자 2017-05-24 17:07:58

 

이렇게 갑작스러운 이별이 있을까. 씨스타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3일 “씨스타가 오는 31일 발매하는 음반을 끝으로 그룹 활동을 마무리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랜 시간 씨스타 멤버들과 논의했고 그 선택을 존중했다. 멤버들 각자 가고자 하는 길이 있었고 발전적 차원에서 멤버들의 결정을 따라 그룹 활동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고 전했다.

‘푸시 푸시(Push push)’로 데뷔한 씨스타는 그간 ‘가식걸’ ‘소 쿨(So Cool)’ ‘기브 잇 투 미(give it to me)’ ‘터치 마이 보디(touch my body)’ ‘셰이크 잇(Shake it)’ ‘아이 라이크 댓(I like that)’까지 매 활동 마다 히트곡을 양산하며 명실상부한 ‘서머 퀸’ 자리를 지켜왔다.

이들은 큐티, 섹시, 청순까지 걸그룹의 전형적인 콘셉트를 벗어나 특유의 건강미를 내세워 말 그대로 ‘씨스타스러운’ 음악과 무대를 선보여 왔다. 특히 씨스타의 경우 중견그룹이 됐다고 해서 성적이 부진한 팀도 아니었고, 여전히 대체불가한 자리를 지켜오고 있었기 때문에 대중의 충격은 더욱 컸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이유들은 씨스타가 꼭 7년차 징크스 때문에 해체됐다고 여길 필요도 없다는 근거가 된다. 계약서 상 수치로만 보면 씨스타는 재계약을 하지 않는 이상 7년 그 이상 활동을 지속할 수 없는 것이 맞다.

물론 ‘7년차 징크스’라는 현상에는 중견그룹의 멤버들이 시간이 흐른 만큼 개인의 역량도 키웠기 때문에, 각자 원하는 길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원인도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의 그룹이 해체를 알리며 논하는 이유도 각자의 다른 길이고, 씨스타 역시 마찬가지로 ‘인생의 제2막’을 원했다.

씨스타는 각자 손편지를 통해 ‘새 출발’을 다짐했다. 효린은 “이제 우리 씨스타 멤버들은 제2의 인생을 위해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면서 “앞으로 서로의 꿈을 응원하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보라 역시 “서로를 위해 각자의 길을 응원하기로 했다”면서 서로 다른 행보를 밝혔다.

다만 씨스타의 경우, 단편적으로 ‘한 물 간’ 걸그룹이 됐기에 혹은 단순히 계약이 만료됐기 때문에 해체를 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들은 여전히 잘나가는 걸그룹이었고, 신곡마다 히트를 쳤다. 한 마디로 이들이 해체되는 시점은 7년차가 맞지만, 반대로 7년차였기 때문에 해체가 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의 해체를 두고 7년차 징크스를 ‘넘지 못했다’ 또는 이에 ‘희생당했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씨스타를 둘러싼 배경은 본인들이 스스로 주체적인 선택을 내렸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스타의 해체 결정은 더 오랫동안 팬들과 만나기 위해, 또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내린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저주’라고 보기엔, 결정을 해야 하는 때가 계약 만료인 7년차의 시점이었을 뿐이다.

최근 7년차의 고비를 넘기고 재계약을 맺었다는 걸스데이가 tvN ‘인생술집’에 출연해 이런 말을 했다. 혜리는 ‘언제까지 걸스데이로 활동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좋을 때 하고 싶다. (예를 들어) 팀 활동을 10년을 했는데 나쁜 점이 많아졌다 치면, 그런데도 유지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지금이 너무 좋아, 팀을 하고 싶어’라고 하는 게 가장 행복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중가수, 아이돌의 위치에 서 있는 이들이기 때문에 대중, 팬덤을 고려하지 않고 선택을 내리는 일은 쉽지 않다. 반대로 대중의 이목과 수익만을 위해 결정을 내리는 것 또한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행복하지 않은데 혹은 모두 다른 인생을 원하는데 팀을 유지하는 것보다 서로를 응원하며 끝내야 할 때를 아는 편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 방송에서 민아는 “어느 순간 4명 다 같이 활동하기에 어려울 때가 올 텐데, 그때가 오더라도, (그때가) 지나더라도 걸스데이라는 팀은 안 없어질 거라는 생각이 명확하게 든다”고 말했다.

씨스타 역시 같은 생각이다. 효린은 “언제까지나 제 맘속에는 사랑하는 우리 멤버들과 stasr1이 영원히 남아있을 거다”라고, 소유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어떤 무대에 서게 되더라도 항상 멤버들과 팬들에 대한 이 마음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듣기 좋은 말이라 할지라도, 적어도 이들의 말은 부인할 수 없는 말이다.

아이돌은 언제까지 아이돌로 살 수 없다. 태생적으로 한계를 지닌 것이 죄라면 죄고, 이게 냉정한 현실이다. 그렇지만 팀이 사라진다고 해서 지금까지 일궈온 모든 것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것들이 바로 씨스타의 이별이 당혹스러우면서도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다. 헤어짐마저 이해가 가게끔 만든 것은 온전히 씨스타가 일궈온 것들의 결과다. 이들은 팀으로서 호황을 누릴 때 안녕을 고했고,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말을 실천했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 사진=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