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아이돌의 흥행은 고도의 전략과 하늘이 점지한 운에 따라 좌지우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력이 바탕이 돼야 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실력만 좋다고 능사는 아닌 시대’라는 말이다. 그만큼 아이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그룹 비아이지(B.I.G)는 이런 환경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 노력하는 그룹이다. 한 방을 노리지 않고, 한 계단 한 계단 밟아가며 본인들이 쌓아온 경험이 대폭발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언젠가 진심은 통한다는 말처럼, 비아이지의 땀방울과 진정성 있는 태도는 분명히 언젠가 꼭 통할 것이라 믿게 된다. 아니, 이들을 보고 있으면 꼭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서...
2014년 데뷔한 비아이지는 이제 4년차 가수가 됐다. 요즘 같은 속도의 가요계 커리큘럼이라면 ‘4년차’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 정체성을 구축해야하는 단계에 가깝다. 그렇지만 비아이지는 오히려 또 다른 출발에 나섰다. 변화했다기보다, 지금까지 얻은 경험을 교훈 삼아 새롭게 태어났다고 보는 편이 더 어울린다.
“솔직히 지금까지 콘셉트의 길을 잘 찾지 못했던 것 같아요. 곡마다 전혀 다른 팀 같은 매력은 있지만, 반대로 연결되는 느낌은 아니었죠. ‘밤과 음악 사이’와 ‘타올라’가 나올 때부터 급 전개가 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이제 정체성 혼란은 없을 거예요. ‘산으로 간다’는 감상보다 ‘비아이지’라는 타이틀 아래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느낌을 줄 거고요. ‘빅뱅 선배님’ 하면 떠오르는 분위기와 음악, 스타일이 있잖아요. 저희 노래도 들으면 딱 비아이지 노래인 걸 알아챌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제이훈)
진지하게 말하는 제이훈의 멘트는 단순히 질문을 위한 뻔한 답이 아니었다. 그간 활동해온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깨달음이자 성찰이었다. 더 나은 팀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분석해 얻은 교훈이기도 했다.
“잘 하는 분야에서 얼마나 돋보일 수 있는지가 좋은 방법 같아요. 잘 되는 팀은 이 멤버가 춤을 잘 추고 저 멤버가 못 추더라도 그 한 사람이 여백을 커버할 수 있을 만큼 독보적이더라고요. 무대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연기나 예능 등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한해서는 남들과 다르게 잘 한다는 소리를 들어야 할 것 같아요. 그 재능을 살리기 위해 잘하는 것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있어요.”(제이훈)

“공연과 음악방송이 활동의 전부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큰 틀이 아닌 것들에 대한 부분도 더 키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시야가 트였다고 할까요. 연차가 쌓이면서 더 연구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느꼈어요.”(국민표)
“예능이 그 일환인 거죠. 이번 리얼리티를 보면서 민표가 예능의 신이 될 수 있겠다고 느꼈죠. 그야말로 하드캐리를 했어요. (웃음)”(건민)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아이였는데 점점 자극적으로 바뀌었어요. 원래 제 깊숙한 곳에 있던 면모 같아요. 이런 모습을 발견해서 짜릿해요!”(국민표) “변태 같아.”(희도)
간혹 신인그룹의 경우 기자들이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는 경우가 왕왕 있다. 어떻게 하면 될지, 이건 어떤지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는 그룹도 있다.
그런데 비아이지는 정반대였다. 제이훈의 말대로 팀 콘셉트가 혼란스러웠을지언정 퇴보하지는 않았다. 본인들 스스로 해답을 찾기 위해 느리더라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갔다. 자신을 되돌아보지 않는 자는 결코 성공하기 힘들다.
“데뷔할 때는 시간이 흐르면 당연히 실력 있는 가수가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게 아니잖아요. 진정한 성장이 아닐 수도 있듯이 희로애락을 겪고 나름 연구를 해야 하는 것 같아요. 데뷔 초반에는 그걸 모르다가 활동하면서 부족한 부분들을 하나씩 채워가는 거죠. 피나는 노력이 없이 저절로 되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희도)
“이전에는 ‘잘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그러다보니 제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위축됐죠. 그런데 지난 곡은 자체가 부담을 갖고 하면 안 되는 곡이어서, ‘놀듯이 하자’고 했죠. 그 마인드가 이어지는 것 같아요. 조급해하기보다 후회 없이 보여주고 내려온다면,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운과 타이밍이 맞물리지 않을까요?”(제이훈)

냉철히 말해 아직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비아이지였기에, 흘러가는 시간만큼 고민도 깊었고 자꾸 슬럼프가 찾아올 법도 했다. 하지만 비아이지는 이를 성숙의 계기로 삼았다.
“다른 그룹들은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그들에 비해 우리가 너무 열심히 안 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해요. 지칠 때도 있고 마음을 다잡을 때도 있고 불안하죠.”(건민)
“딱 어느 때가 고비였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가수로서 내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고비인 것 같아요. 노래할 기회가 없을 때, 설 무대가 없을 때, 기회조차 없을 때요.”(벤지)
“위기와 고비를 겪으면서 여유를 배워가는 것 같아요. 힘든 일들을 겪으니 이제 웬만한 건 다 괜찮을 것 같은데요. 또 멤버 전부가 같은 시기에 슬럼프를 겪었다면 재기불능이었을 수도 있는데, 각자 힘들 때마다 서로 의지를 불어넣어줬어요.”(제이훈)
이제 그 빛이 발하려나보다. 비아이지는 일본에서 첫 단독 콘서트를 마치고 음원이 오리콘차트에 입성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뒀다. 국내에서 역시 처음으로 약 3000석 규모의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미니콘서트 같은 공연을 많이 해보긴 했지만 단독 콘서트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아요. 무대 구성도 있어야 하고 돌출이나 리프트 등 활용할 장치도 많고요. 댄서 분들도 섭외하고 외적인 퍼포먼스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준비 자체가 달라요.”(건민)
“많이 떨려요. 보다 묵직한 긴장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겠습니다.”(국민표) “개인 스페셜 무대도 있으니 많이 기대해주세요.”(제이훈)
[인터뷰①] 비아이지의 새로운 시작, ‘헬로 헬로’
[인터뷰②] 그룹 비아이지가 꼭 떠야 하는 이유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 사진=GH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