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늘 그자리에 서 있을, 하이라이트

기자 2017-06-05 09:58:41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우리가 처음 만나던 그 곳에서 우리가 먼저 가서 기다리겠습니다.”

하이라이트가 공연에 앞서 한 말이다. 이들은 비스트의 시작을 알린 무대에서 다시 한 번 하이라이트의 시작을 전했다.

하이라이트는 지난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 ‘캔 유 필 잇?(Can you feel it?)’을 열고 팬들과 만났다. 이날은 공연 둘째 날이자, 하이라이트가 새 이름을 가진지 100일이 되는 날이었다.

이번 콘서트는 하이라이트에게 의미가 깊다. 이들이 전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를 나와 새 소속사 어라운드어스를 설립 후 처음으로 개최하는 콘서트이기 때문이다. 즉 비스트가 아닌 ‘하이라이트’로서 여는 첫 콘서트다.

이날 팬들은 공연 시작이 한참 남은 시간에도 공연장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설렘을 공유했다. 또 MD를 구매하거나 현장에 놓인 화환과 판넬과 함께 사진을 찍는 등 들뜬 모습을 보였다.

이에 화답하듯 하이라이트는 시작부터 뜨거운 무대로 현장을 달궜다. 포문을 연 곡은 비스트를 벗고 처음으로 발매한 앨범의 ‘캔 유 필 잇?’과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였다. 신곡은 공연 중반부 혹은 후반부에 부르는 게 대부분인데, 하이라이트는 마치 ‘우리가 하이라이트다!’라고 선전포고하듯 새로운 곡으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콘서트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장에서 멤버들이 밝힌 대로 세트리스트는 대부분 밝고 경쾌한 곡들로 꾸며졌다. ‘위 업(We Up)’ ‘하이라이트’ ‘드라이브(Drive)’ ‘일하러 가야 돼’ ‘예이(YeY)’ 등은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했으며, 중반부에 불렀던 ‘아름답다’ ‘비가 오는 날엔’ ‘12시 30분’ ‘리본’은 하이라이트 특유의 서정성을 드러냈다.

히트곡 ‘미드나잇(midnight)’ ‘섀도우(Shadow)’ ‘픽션(Fiction)’ ‘쇼크(Shock)’ ‘굿럭(Good Luck)’ ‘아름다운 밤이야’ 등은 후반부에 연달아 자리해 뜨겁게 공연을 마무리 지을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콘서트에서 가장 돋보였던 점은 바로 팬들과 소통이었다. 리패키지 앨범의 신곡 ‘콜링 유(Calling you)’ 무대 스크린에서는 멤버들과 팬들의 모습이 영상통화 콘셉트로 비춰졌다. 실제 영상통화 화면 같은 영상은 하이라이트와 팬들은 늘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 했다.

팬들의 반응도 유난히 특별했다. 멤버들이 마지막 멘트타임에서 팬들에게 함성소리를 요구하자, 객석에서는 ‘뜨거웠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기광이 “지금까지 공연을 많이 해왔는데 거짓말 안 하고 진심으로, 오늘 소리가 가장 컸다”고 신기해할 정도였다.

현장에는 약 6600명의 팬들이 모여 있었는데, 소리는 최대 규모의 공연장 고척스카이돔, 월드컵경기장의 규모와 맞먹었다. 기자가 최근 들은 함성소리 중 가장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하이라이트, 아직 살아있네!’ 생각이 절로 들며 소름이 돋았다.

이날 라이트(팬클럽명)의 함성은 단순히 큰 소리가 아니었다. 힘든 시간을 함께 이겨내고 이렇게 한데 모일 수 있게 된 감격과 또 한편으로 찾아오는 울컥하는 시간들이었다. 이명이 올 정도로 귓가에 내리박혀 맴도는 볼륨은 하이라이트의 앞날을 응원하겠다는, 언제나 이렇게 옆에 있겠다는 약속의 의미였다.

팬들의 소리가 감동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양요섭은 “다섯 명이 이 함성소리를 듣기 위해 가수를 한 것 같다”고 했다. 이기광은 객석을 둘러보며 거듭 놀랐다. 멤버들은 계속 이 소리가 듣고 싶은지 수차례 함성을 요구했고, 그럴 때마다 소리는 더 커졌다.

우연인지 아닌지, 잠실실내체육관은 비스트가 처음으로 콘서트를 개최한 곳이다. 이 자리에서 하이라이트는 다시 한 번 첫 콘서트를 열었다. 세트리스트는 하이라이트의 곡으로 시작해 하이라이트의 곡(‘얼굴 찌푸리지 말아요’)으로 끝났다. 비스트의 곡들은 모두 새롭게 편곡돼 불렸다.

이날 하이라이트를 보며 든 생각은 두 가지였다. 이제 다섯 명의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점, 그리고 그 이유는 빈자리를 매우기 위한 유난스러운 노력 대신 묵묵히 앞으로 걸어간 뚝심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하이라이트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늘 그 자리에 팬들과 함께 서 있었다.

콘서트 말미, 용준형이 “우리도 언제까지나 팬들과 시작과 끝을 함께하겠다”고 했다. 하이라이트가 걸어갈 길을 직선으로 표현한다면, 이들의 관계는 그 직선의 양 끄트머리를 구부려 만든 원과 같다. 하이라이트와 라이트는 시작과 끝, 어느 곳에서도 만나게 돼있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 사진=어라운드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