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배우 박해진을 한 번 보면 곱게 잘 꾸며진 인형 같지만, 두 번 세 번 보면 그 생각은 달라진다. 그간 이성적인 역할로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 배우이지만, 알고보면 박해진은 들여다볼 수록 따뜻하고 솔직한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이다.
박해진은 현재 방송 중인 JTBC 드라마 ‘맨투맨’에서 고스트요원으로 활동하며 ‘케이’라는 코드명을 쓰는 김설우로 분했다. 김설우는 작전을 위해 여운광(박성광 분)의 경호원으로 들어가 차도하(김민정 분)와 사랑에 빠지며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이 드라마는 지난해 11월부터 촬영을 시작한 사전제작드라마로, 촬영은 이미 끝마친 상태다. 헝가리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해 비주얼적인 매력을 높이기도 했다. 특히 여기에서 총싸움을 벌이는 장면들은 화려하고 멋들어지게 전파를 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제가 쓰던 총이 멋있어서 그걸 들고 뛰려고 했는데, 무게가 너무 나가는 거예요. 한 5kg 정도 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화면을 자세히 보면 쏘던 총을 놔두고 다른 총을 들고 가요. (웃음) 또 제가 왼손잡이라서, 총구를 겨눌 때도 계속 오른쪽 눈을 감아서 NG가 가장 많이 나기도 했어요.”
‘맨투맨’에서 가장 돋보이는 신은 단연 액션신이다. 첩보물인 만큼, 쫓고 쫓기는 추격전과 몸싸움을 하는 격투신이 수시로 전파를 탔다. 특히 태인호(서기철 역)와 합을 맞추는 신은 무려 5일간 촬영이 진행됐다.
“저와 인호 형 둘 만의 호흡이 아니라 카메라 무빙이랑 맞아야 하는데, 합이 맞아떨어질 때 굉장히 짜릿하죠. 또 저는 차가 뒤집어지지 않는 이상 직접 액션을 하거든요. 차끼리 부딪히는 신에서도, 차와 카메라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를 해줘야 하는데 그걸 맞췄을 때 뿌듯했어요.”

‘맨투맨’ 속 또 다른 포인트는 김설우의 반전매력이다. 박해진은 겉으로는 무뚝뚝하고 각 잡힌 경호원 김설우에게 은근히 귀여운 말투와 액션, 눈을 꿈뻑거리는 등 모션을 입혀 팔색조 인물을 만들어냈다.
“처음부터 감독님이 그렇게 설정해주신 건 아니었고, 현장에서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잘생겨서 캐스팅했는데 웃겨서 놀랐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전형적인 고스트요원이면 밋밋해 보일 수 있는데, 이런 저런 모습을 넣어서 귀엽고 솔직한, 꽁냥꽁냥한 모습을 표현하곤 했어요. 설우라는 인물이 위트 있게 그려지길 바랐거든요.”
어떻게 보면 김설우의 위트는 박해진의 것이기도 했다. 박해진은 극중 캐릭터와 찰싹 붙어 마치 실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만들었다.
“설우에는 제 모습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지금까지 캐릭터에 설정을 해 만들어냈다면, 이번 캐릭터는 내가 만들어내지 않아도 이미 어느 정도 설정이 되어 있었어요. 그래서 내가 만들어내기보다 솔직한 모습으로 보여주는 게 더 입체적일 것 같았어요. 고스트요원치고는 귀엽고 허당스럽기도 한데, 다 제 실제 모습이랑 비슷해요.”
이 말을 듣고 박해진에게 “본인 스스로 귀엽다고 생각하는 거냐”고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박해진은 웃음을 지었다.
“팬들이 귀엽다고 말하면 자제해달라고 해요. 제가 나이가 35살이에요. (웃음) 칭찬이니까 감사하기도 하지만요. 허당스러운 건 인정해야할 것 같아요. 원래 이런 말 잘 안하는데... 예능 ‘한끼줍쇼’에서도 호동이 형이 ‘너 이런 캐릭터였냐’고 하시더라고요. 지식이 깊지도 않고, 전체를 아우르지만 많이는 몰라요. 하하.”
그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김설우가 당황해 하는 장면 등이 떠오르며 박해진의 허당면모가 저절로 연상됐다. 한편 기자의 눈을 응시하며 차분히 답변하는 모습에서는 ‘멜로장인’의 위엄도 어우러졌다. 박해진은 이번 작품에서 김민정과 호흡을 맞췄다.
“쉽지만은 않았어요. 제가 멜로를 잘 하거나 선호하는 편이 아니어서, 파트너를 가리지 않고 멜로를 어려워해요. 현실 연애 같은 느낌은 잘 표현할 수 있겠는데, 시작하는 연인의 설렘이라든가 간질간질 몽글거리는 감정은 표현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 다가가야 할지도 모르겠고, 아직까지도 어려워요.”

본인은 “오글거린다”고 표현했지만 연기에는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간 부드럽고 따뜻한 연기로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얼굴 자체가 이미 ‘멜로연기’라는 평도 있다. 또 극중 박성웅과 브로맨스 호흡으로 주목을 받았던 걸 생각해보면, 박해진은 상대가 누구든 중요하지 않은 멜로장인임이 분명했다.
“개인적으로 남자와 연기하는 걸 더 좋아해요. 또래보다 형들과 연기를 많이 해왔거든요. 그러다보니, 제가 애교가 많은 건 아니지만 응석받이처럼 기대기도 하고, 연기하지 않는 것처럼 편하게 연기할 수도 있었어요, 제 연기 스타일이 ‘연기!’ 이런 스타일이 아니고 생활연기라서 많이 배우면서 할 수 있었어요.”
연기에 대한 박해진의 생각과 소신은 확실했다. ‘맨투맨’은 사전제작 드라마였기 때문에 조금은 여유롭지 않았냐는 질문에도, 그는 “그렇지는 않다”고 분명히 밝혔다.
“날짜를 정해놓고 촬영했기 때문에 기간 안에 맞춰야 했어요. 다른 배우들도 일정이 있고, 스태프들도 이 작품에만 매어있을 수 없으니 빠듯했어요. 기간을 늘려 오랜 시간동안 찍으면 모두에게 손해라고 생각해요. 분명 적당한 기간 내에 찍을 수 있거든요. 오래 한다고 해서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래서 쉬고, 저래서 쉬었는데 그래도 작품이 잘 안 나온다면 그 리스크는 제작사가 감안을 해야 하는 거예요. 모두 한 배를 탄 사람들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손해를 끼치면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사전제작의 개선방안이기도 하고요.”
이건 불평도, 불만도 아니었다. 오랫동안 연기생활을 해온 배우이기에, 또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배우이기에 느낄 수 있는 현장감이자 속 깊은 의견이었다.
“시간이 없더라도 무조건 모니터링을 해요. 다시 찍자고 한 신은 특별히 한 적은 없지만, 얼굴이 미워 보이는 각도는 있더라고요. 컨디션이 안 좋았을 수도 있긴 한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웃음) 겨울에 촬영한 거라 화면을 보면 얼굴이 얼어있는 게 보이기도 했고요.”
또박또박 말하던 현명한 박해진이 다시 위트 있는 박해진으로 돌아왔다. 시시때때로 변하며 여러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그였다. 연기로서도 마찬가지였다.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에 출연한 바 있는 박해진은 현재 동명의 영화를 촬영 중이다. 그는 “같지만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된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해보고 싶은 역할은 아직 무궁무진해요. 지금껏 이성적인 연기를 많이 해왔어서, 따뜻한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이성적이면서도 실제로는 힘없는 자들을 도와주는 국선 변호인 같은 인물? 무튼, 따뜻함을 베이스로 하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 사진=마운틴 무브먼트 스토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