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예능 ‘냄비받침’에게 거는 기대

기자 2017-06-08 17:27:44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최근 교양과 예능을 접목한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독립출판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린 예능이 탄생했다. KBS2 ‘냄비받침’은 스타가 자신의 독특한 사생활을 책 속에 담는 리얼 버라이어티다. 이 프로그램이 교양예능은 아니다. ‘출판’이라는 포맷은 가져왔지만, 내용은 예능적인 요소가 강하다.

◆ ‘독립출판 예능’에 대하여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양예능과 ‘냄비받침’을 비교하는 이유는, 지식과 독립출판은 모두 대중의 인식 속 ‘마이너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필요 그 이상의 정보가 넘실대고 있는 바다 속에서 살고 있지만, ‘지식’이라는 단어는 고루하게 받아들인다. 또 자기표현이 자유로운 시대를 누리고 있지만, 막상 글쓴이의 생각이 여과 없이 관통한 독립출판은 낯설게만 느낀다.

교양예능이 지식을 엔터테인먼트로 끌어당겨와 ‘지식의 대중화’를 꿈꾼다면, ‘냄비받침’은 ‘인식의 재고’와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엔터테인먼트 중 하나인 독립출판에 대한 시선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점이 바로 ‘냄비받침’이 자신도 모르게 지니는 가치이자 역할이다.

특히 독립출판은 방송에서 다뤄지지 않은 소재 중 하나다. 그간 책에 대한 예능은 조금씩 등장했지만, ‘독립출판’이라는 구체적인 시장을 차용한 적은 없었다. 제작진에게 부담이 될지언정 ‘독립출판 예능’이라는 수식어가 자꾸만 붙는 것도 생소함에서 오는 관심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냄비받침’은 하나의 업계를 건드린 만큼 어느 정도의 책임감은 지녀야 한다. 비록 최승희 PD는 독립출판업계에 끼칠 영향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말했지만 말이다.

◆ ‘냄비받침’에게 거는 기대

더 나아가 ‘냄비받침’이 의도대로 잘 흘러갔으면 하는 조심스러운 기대를 거는 이유는 독립출판물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 ‘냄비받침’ 제작발표회에서 최 PD는 “독립출판은 일반 출판과 다르게 원하는 형태와 모습으로 책을 낼 수 있다”면서 “독립출판물에는 인쇄하기 귀찮아서 손글씨로 써서 만든 콘셉트의 책도 있고, 얇은 책도 있다. 형식은 여러 가지다”라고 말했다. 독립출판이 가지는 가장 큰 특성인 ‘다양성’을 짚어낸 것이다.

또한 최 PD는 “독립출판은 판매가 목적이 아니라 사람들끼리의 교류가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방송을 통해 나온 책을 통해 사람들이 관심사를 나누고 서로 교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이승훈 기자

물론 독립출판물도 하나의 콘텐츠이니 대중들에게 팔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1인출판에 나서는 궁극적인 이유는 ‘소통’이다. 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경험 등을 제약 없이 표현하고 이를 통해 서로 교감하는 것에 더 큰 의의를 둔다.

결정적으로 최 PD는 독립출판의 본질인 ‘표현의 존중’을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고 있다. 프로그램 제목이 ‘냄비받침’인 것도 ‘이 책이 싫어서 냄비받침으로 써도 난 존중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최 PD는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표현을 하는 요즘 세대에 잘 맞는 제목”이라고 설명하며 “(모두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프로그램의 정서가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출판업계 종사자가 바라본 ‘냄비받침’은

이와 관련해 한 출판업계 종사자는 “개인방송처럼, 요즘 자신의 손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DIY가 유행하고 있는데 그 추세를 잘 반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노홍철 씨도 독립출판물을 다루는 서점을 운영하듯, 독립출판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관심이 확실히 늘어나긴 하고 있다. 요즘 기성 출판사 중에서도 독립출판물의 디자인이나 포맷 등을 따라하는 곳도 많다”고 추세를 분석했다.

이어 “지금까지 출판을 다룬 예능은 별로 없었다고 본다. 책 자체가 흥미 없는 소재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신선한 느낌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출판업계에 끼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한들, 우리 입장에서는 반갑다. 출판업계에서는 다른 미디어들이 좀 더 다양한 출판 콘텐츠들을 다뤄줬으면 하는 마음이다”라면서 “그걸 다룬 ‘냄비받침’은 어떤 방송일지 궁금하고, 그것만으로도 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방송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다만, 어느 정도를 다루고, 내용을 어떻게 풀어내느냐는 중요할 것 같다. 본질적인 것을 캐치하지 못한 채 일회성으로, 예능 쪽으로만 소모된다면 아쉬울 듯 싶다. 업계를 너무 포장해서 미화시키는 것도 괴리감이 들 수 있다”고 방송이 경계해야할 부분을 짚었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