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권지용입니다, 지드래곤이고요. 부끄럽지만 여러분이 보고 계시는 게 다입니다.”
빅뱅 지드래곤이 오랜만에 홀로 무대 위에 올랐다. 이날 지드래곤은 스스로 ‘지드래곤’을 벗고 싶어 했고 동시에 받아들였다. 그게 바로 ‘권지용’의 모습이었다.
지드래곤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솔로 월드투어 ‘ACT Ⅲ, M.O.T.T.E’를 개최하고 약 4만여 명의 팬들과 만났다.
이날 강렬한 붉은 빛 조명과 함께 등장한 지드래곤은 ‘하트 브레이커(Heart breaker)’ ‘브레쓰(Breathe)’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현란한 폭죽과 약 10여 명의 댄서는 공연의 화려함을 더했다. 스크린에는 각 무대마다 개성에 맞는 영상효과가 더해져, 넓은 공연장 구석구석 자리한 팬들이 전체적인 무대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홀로 무대 위에 남아 첫 인사를 마친 지드래곤은 겉옷을 벗고 본격적인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그는 ‘벗 아이 러브 유(But I love you)’ ‘옵세션(Obsession)’ ‘미치고(Go)’ ‘원 오브 어 카인드(One of a kind)’ ‘니가 뭔데?’ ‘너무 좋아’ ‘투데이(Today)’ ‘크레용’ 등을 불렀다.
깜짝 게스트도 등장했다.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CL은 지드래곤과 함께 ‘로드(R.O.D)’ 무대를 꾸미며 섹시한 카리스마를 뽐냈다. 아이유는 지드래곤이 피처링한 자신의 신곡 ‘팔레트’ 무대를 공개했다.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춘 라이브 무대는 최초 공개였다. 아이유는 ‘미씽 유(missing you)’까지 부르며 한 순간에 공연장의 분위기를 감미롭게 바꾸어 놓았다.

이날 단연 큰 호응을 얻은 무대는 신곡 공개의 순간이었다. 지드래곤은 최근 새 앨범 ‘권지용’을 발매, 이번 공연에서 모든 무대를 공개했다.
이에 앞서 지드래곤의 한 편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가만히 서 있던 지드래곤은 “권지용이다, 지드래곤이고”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머뭇거렸다. 그는 ‘이게 뭘까’ 싶을 정도로 뜸을 들이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면서 “부끄럽지만 여러분이 보고 계시는 게 다이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냐”고 말했다.
짧은 다큐멘터리 같기도 했던 이 영상은 새 앨범 ‘권지용’을 영상으로 옮긴다면 이런 모습일 것 같았다. 카메라 앞에 가만히 서서 특별한 말을 하거나 몸짓도 없었지만, 보이는 그대로 권지용의 모습이었다.
지드래곤은 ‘슈퍼스타’ ‘인트로. 권지용’ ‘개소리’ ‘아웃트로. 신곡’으로 무대 후반부부터 끝까지 휘몰아쳤고, 앙코르의 마지막 순서에는 타이틀곡인 ‘무제’를 공개해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지드래곤은 “인간 권지용의 첫 번째 콘서트를 관람하고 계신다”고 인사를 건넸다. 연예인 지드래곤이 아닌 인간 권지용으로서 모습을 드러낸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콘서트임을 뜻하는 멘트였다.

그러면서 지드래곤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에 대해 묻기도 했다. 공연 중간 흘러나온 영상에서는 정형돈, 김태호 PD, 싸이, 빅뱅 대성, 산다라박 등 지드래곤의 지인들이 ‘지드래곤과 권지용’에 대해 털어놨다.
세트리스트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 곡 순서는 지드래곤이 솔로로 데뷔 후 발매한 앨범 차례대로 자리해 그의 순간을 회상해볼 수 있었다.
지드래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오랜만에 솔로 콘서트를 하면서 느끼는 건데, 나도 처음 듣는 노래가 많았다. 여기 올라오기까지만 해도 내 노래 가사를 외웠다”고 말했다. 그가 새 앨범 ‘권지용’을 준비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말이었다.
드넓은 공연장이지만 무대 위 자신만을 향한 오롯한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지드래곤, 무대가 끝난 후 머뭇머뭇 단어와 문장 하나하나를 내뱉는 권지용. 두 사람인 듯 하나인 이 주인공은 'ACT Ⅲ, M.O.T.T.E‘를 통해 또 다른 서막을 열었다.
서울 공연을 마친 지드래곤은 아시아 3개 도시(마카오, 싱가포르, 방콕), 북미 8개 도시(시애틀, 산호세, 로스엔젤레스, 휴스턴, 시카고, 마이애미, 뉴욕, 토론토), 오세아니아 4개 도시(시즈니, 브리즈번, 멜버른, 오클랜드), 일본 3개 도시(후쿠오카, 오사카, 도쿄) 돔 투어 등 총 19개 도시에서 월드투어를 이어간다.
이소희 기자 lshsh324_star@fnnews.com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