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품위있는 그녀’가 스스로의 품위를 높일 수 있을까. 막장이냐 아니냐를 두고 벌어지는 갑론을박 사이에서 드라마가 보여줘야 할 숙제들이 많다.
‘품위있는 그녀’(이하 ‘품위녀’)는 요동치는 욕망의 군상들 가운데 마주한 두 여인의 엇갈린 삶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풍자 시크 휴먼 코미디다. ‘힘센여자 도봉순’을 집필한 백미경 작가와 ‘내 이름은 김삼순’을 연출한 김윤철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주인공으로는 김희선과 김선아가 두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돼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은 각각 강남 재벌가 며느리와 악이 아닌 욕망을 품은 인물로 그려진다.
드라마가 대표적으로 끌고 가는 소재와 불륜과 욕망이다. 두 단어는 주로 개연성 없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쓰이는 자극적인 요소들로, ‘품위녀’가 ‘막장드라마’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출연진과 PD들은 다른 입장을 보였다. 백 작가는 제작발표회에서 “박복자는 악역이 아니라 욕망을 가진 여자일 뿐이다. 모든 여자에게 그런 욕망이 있고 그 점에서 개연성이 설명될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윤철 PD 역시 두 여인의 애증을 그린 ‘대하드라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블랙코미디까지 매회 장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선아 역시 “막장보다 인간적인 면으로 다가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지금껏 많은 드라마들이 막장요소를 차용하면서도 “이것은 막장이 아니다”라고 말해왔다.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비판, 인간의 본질 등을 논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냉철하게 봤을 때, 이 소신이 용두사미 없이 시청자들에게까지 그대로 전달된 드라마는 많지 않다. 뚜껑을 열어보면 결국엔 막장드라마였다
불륜과 욕망, 재벌가 등을 다룬 ‘품위녀’ 역시 특정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는 소재를 택했기 때문에, 결국 안고 갈 수밖에 없는 리스크다. 또 김 PD는 “상투적인 소재가 들어있지만 백 작가의 전개는 상투적이지 않다”면서 “연출하는 입장에서 아침극처럼 보이지 않는 비주얼로 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품위녀’는 불륜이 상류사회의 숨기고 싶은 속살을 고발하는 하나의 장치로 사용됐다고 했다. 그 포부대로, 비주얼과 장르만 내세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것들이 탄탄한 스토리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요소가 되어야 한다. 이 시너지가 폭발한다면 과연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백 작가는 “인간이 가지지 못하는 것을 가졌을 때 파멸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과연 진정한 품위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다”라고 ‘품위녀’를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품위녀’가 정말 품격 있는 인간의 스토리를 그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 사진=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