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녀’ 첫방②] 여성 투톱 드라마에 거는 기대

기자 2017-06-16 14:53:56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영화계에서는 여성을 주연으로 한 작품들에 대한 저변이 넓어지고 있는 가운데, 드라마계에서는 아직 척박한 것이 현실이다. 여성을 주연으로 내세운다고 해도, 이야기가 그려지는 과정은 결과적으로 남자 주인공으로부터 출발한다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기 쉽다.

하지만 JTBC ‘힘쎈여자 도봉순’은 달랐다. 이미 제목부터 여성을 내세운 것도 모자라, 사회적인 통념상 ‘힘 센 사람=남자’라는 공식을 깼다. 극중 주인공 도봉순은 인간계를 초월한 힘을 지니고 있는 특별한 인물로, 보호받는 입장에서 보호해주는 위치로 등장한다. 대사와 내레이션, 장면 등은 도봉순이 여성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 주체성을 지니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타 작품들과 궤를 달리했다.

‘힘쎈여자 도봉순’을 집필한 백미경 작가가 다시 한 번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16일 오후 11시 첫 방송되는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이하 ‘품위녀’)는 요동치는 욕망의 군상들 가운데 마주한 두 여인의 엇갈린 삶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풍자 시크 휴먼 코미디다. ‘내 이름은 김삼순’을 연출한 김윤철 감독과 의기투합했다.

‘품위녀’ 역시 제목부터 여성이 주인공임을 드러낸다. 내용은 재벌가의 암투를 그리며 인간의 본성이기도 한 욕망을 다뤘다. 그리고 이 욕망은 ‘한 여자’로서 표출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지니고 있는 것으로 확장된다. 아울러 주인공 김희선과 김선아가 극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면서 형성할 ‘워맨스’에 대한 기대 역시 쏠리고 있다.

이미 한 번 ‘여성성’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으로 시청자들에게 감탄을 선사한 백 작가이기에 ‘품위녀’에서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다. 불륜과 욕망을 다뤄 ‘막장 드라마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게 되는 ‘품위녀’이지만, 우려보다 기대가 더 큰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품위녀’는 ‘도봉순’의 초현실적인 능력을 다룬 것과 달리, 현실에 실제로 존재하는 상류사회에 사실적인 일침을 가하는 드라마다. 현실 저 깊은 곳까지 침투하는 만큼, 실제 사회에 형성되어 있는 편견의 도랑으로 빠지지 않도록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또 한 인간의 문제가 여성의 것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다뤄야 한다.

‘품위녀’가 보여줘야 할 품격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단순한 재미와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에서 더 나아가, 대중에게 귀감이 되고 깨달음 혹은 물음표를 던질 수 있는 큰 드라마가 되기를 바라본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 사진=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