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어느덧 여름, 아이돌이 상큼하고 시원한 노래를 들고 나올 때 나인뮤지스는 작열하는 태양보다 더 뜨거운 무대로 정면승부를 한다.
나인뮤지스는 2015년 이맘때쯤 타이틀곡 ‘다쳐’로 여름 활동을 펼쳤다. 그간 밝으면서도 섹시한 콘셉트를 밀고 있었던 나인뮤지스는 ‘다쳐’ 활동에서도 기존 분위기는 유지했다. 하지만 청량함보다 건강미 넘치고 ‘화끈한’ 무대로 다른 아이돌과 차별화를 꾀했다.
이제 나인뮤지스는 ‘다쳐’처럼 자신들만의 여름 콘셉트를 밀고 나가기로 결심했나보다. ‘뮤즈 다이어리 파트2: 아이덴티티’는 재킷부터가 붉은색이다. 강렬한 빨간 장미로 시선을 끄면서도 나인뮤지스만의 매혹적인 분위기를 강조한다.
타이틀곡 ‘기억해’ 역시 마찬가지다. ‘다쳐’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때보다 한층 차분하고 농익은 섹시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폭풍전야와 같이 고요한 시작을 알린 노래는 후반부로 갈수록 휘몰아친다. 꾹꾹 참고 눌러왔던 아픈 감정이 서서히 차올라 마침내 폭발하고 마는 것이다.
나인뮤지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섹시’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소 잔잔하게 시작하는 노래 초반부임에도 여기에 멤버들의 끈적한 보컬이 사운드를 채우며 여백을 없앤다. 이는 확 터지는 후반부로 넘어가는 게 이상하지 않도록 자연스러운 연결을 도와준다.
아울러 이렇게 톤다운된 노래들은 여름에 들으면 조금 답답하게 들릴 수 있는데, 나인뮤지스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이를 해소해준다. 더운 느낌에서 더 나아가 ‘뜨거운’ 느낌을 주며 여름과 잘 어울리는 또 다른 스타일의 노래로 완성하는 것이다.
수록곡 ‘헤이트 미(hate me)’ 역시 마찬가지다. 어쿠스틱한 사운드이긴 하지만 느린 템포이기 때문에 답답할 수 있는데, 멤버들만의 섹시미로 이를 보완한다. 나머지 트랙 ‘페스츄리’와 ‘둘이서’는 앞선 두 곡보다 경쾌해진 리듬으로 앨범의 밸런스를 맞춘다.
나인뮤지스는 이번 앨범을 통해 상처를 받고 혼란스러워하면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그렸다. 어떻게 보면 자신들의 성장기를 투영했다고 할 수도 있겠다. 나인뮤지스는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어딘가 아쉬운 대중의 반응을 얻었고, ‘확 뜨지 못한 그룹’의 이미지로 굳혀졌다.
이에 멤버들은 고민도 아픔도 많았을 것이다. 실제로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인뮤지스는 그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정면승부를 하고자 한다. ‘다쳐’ 때부터 지금까지 두 번의 활동이지만, 지금껏 해오던 섹시 콘셉트에 안주하지 않고 사뭇 다른 콘셉트를 내세운 것은 지금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어울리는 모습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자처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점점 성숙해지는 섹시함과 농익은 분위기가 나인뮤지스의 아이덴티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묵묵히 앞을 보고 달려 나가는 것이 나인뮤지스의 또 다른 ‘아이덴티티’다. 그래서 나인뮤지스는 성적이나 흥행에 상관없이 나인뮤지스는 ‘핫한’ 그룹이다.
사진=스타제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