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아이돌의 빠른 컴백 주기 속, 자세히 살펴보면 어느 정도 일관된 법칙이 존재한다. 바로 다섯 번째 컴백 활동에서는 대부분 팀의 변화를 꾀한다는 것이다. 청순한 콘셉트를 내세워 데뷔를 했던 걸그룹은 캐주얼하게 바뀌기도 하고, 캐주얼했던 그룹은 좀 더 파워풀해지기도 한다. 유쾌함을 강조했던 보이그룹은 성숙해진 감성을 뽐낸다.
러블리즈는 다섯 번째 활동을 기점으로 팀의 방향을 틀어 색깔을 구축해나가고 있는 대표적인 팀이다. ‘캔디 젤리 러브’로 발랄하고 귀여운 매력을 어필하며 데뷔했던 러블리즈는 ‘안녕’ ‘아츄’를 통해 인지도를 확 높였다.
그리고는 ‘그대에게’ 활동을 거쳐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데스티니’를 내놓았다. 통통 튀는 젤리 같은 노래를 주로 해왔던 러블리즈가 마이너 감성으로 아련함을 표현한 것이다. 이후 러블리즈는 ‘데스티니’와 궤를 같이 하는 신곡들을 내놓으며 또 다른 정체성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러블리즈가 기존 콘셉트는 유지하면서 무드만 바꿨다면, 곡 장르와 비주얼의 변화 모두를 시도한 팀도 있다. ‘유리구슬’로 데뷔해 ‘파워풀 청순’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여자친구는 다섯 번째 활동 ‘핑거 팁’을 통해 완전한 ‘파워풀’로 거듭났다. 발랄한 소녀 콘셉트로 등장한 트와이스 역시 ‘시그널’을 통해 좀 더 오묘한 모습을 시도했다.
다이아와 에이프릴도 마찬가지다. 다이아 역시 여성스러운 매력을 어필해왔는데, 다섯 번째 활동곡 ‘나랑 사귈래’에서는 한층 캐주얼해졌다. 멤버들은 이전보다 리드미컬한 멜로디에 귀엽고도 발랄한 안무를 가미했다.

에이프릴은 어린 나이에 걸맞은 통통 튀는 귀여움으로 승부를 봤는데, 앨범 재킷만 보더라도 공주풍 옷을 입었던 데뷔곡 ‘꿈사탕’과 비비드한 컬러 의상을 입었던 다섯 번째 활동곡 ‘메이데이’는 확 달라진 걸 느낄 수 있다. 에이프릴은 ‘메이데이’를 통해 아케이드 업템포 팝 댄스 장르를 처음 소화했으며, 콘셉슈얼한 의상도 벗었다.
사랑스러운 복고 콘셉트로 가요계에 첫 발을 내딛은 라붐은 데뷔곡 ‘두근두근’부터 ‘어떡할래 ’ ‘슈가 슈가’ ‘아로 아로’까지는 엉뚱하고 발랄한 소녀의 비주얼을 내세웠다. 반면 다섯 번째 활동곡 ‘상상더하기’는 앞선 곡들과 비슷한 복고풍 신스팝 장르이긴 하지만, 무대 콘셉트는 한결 세련되고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보이그룹으로는 세븐틴이 ‘울고 싶지 않아’로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콘셉트 자체는 특별한 게 아니었지만, 세븐틴의 고유 대명사로 여겨졌던 한 편의 뮤지컬 같은 퍼포먼스를 잠시 내려놓고 칼군무를 내세운 것이다. 스토리텔링이 담겨 익살스러운 제스처는 남자다운 칼군무로 변화돼 소년의 슬픔을 표현했다.
데뷔곡 ‘낙(KNOCK)’부터 긴 기럭지로 파워풀한 안무를 추던 크나큰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해, 달, 별’에서 힘을 빼고 절제된 안무로 성숙해진 감성을 표현했다. 사계절 시리즈로 네 번의 활동을 마친 아스트로는 다섯 번째 활동부터 아예 새로운 연재를 시작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아이돌은 유난히 다섯 번째 활동에서 콘셉트든 장르든 변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컴백 주기가 빨라지는 만큼, 대중들이 바라는 모습은 점점 다양해진다. 아이돌의 신선함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돌의 입장에서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여러 콘셉트를 시도한다면 팀의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힘이 든다. 대부분의 아이돌은 세 번째 활동까지는 기존 모습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데뷔곡이 흥행했든 아니든, 어쨌든 대중의 반응을 더 지켜봐야 앞으로의 행보를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네 번째 활동에서는 기존 콘셉트에 약간의 변주를 줘 아이돌의 색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미리보기와 같은 격이다. 그리고는 마침내 다섯 번째 활동에서는 용기를 내 확실하게 변화를 시도한다. 기존 보여주고자 했던 모습은 어느 정도 모두 보여준 상태이고, 이쯤 되면 대중들도 새로운 모습을 원할 시점이다. 그래서 아이돌은 변화한다. 한 마디로 다섯 번째 활동이 ‘터닝포인트’인 셈이다.
사진=각 소속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