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아일랜드, '아이돌밴드' 탈피하기까지 걸린 10년

기자 2017-06-21 16:41:11

[메인뉴스 이소희 기자] ‘아이돌 밴드’라는 수식어로 시작해 ‘진짜 밴드’로 인정받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그 ‘진짜 밴드’가 누구인지, 무엇인지 명쾌하게 결론을 내릴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돌 밴드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가시가 한껏 돋쳐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FT아일랜드는 그 가시 박힌 길을 묵묵히 걸어온 팀이다. 처음부터 이들이 밴드로 인정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우선 2007년 데뷔 정규앨범을 내긴 했지만 모두 자작곡이 아니었다. 폭풍 같은 인기를 끌었던 ‘사랑앓이’ 역시 다른 사람이 만든 곡이다.

심지어 해당 앨범의 소개를 보면 ‘천편일률적인 댄스 아이돌 그룹이기를 철저히 거부하는 당찬 아이돌 밴드’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아이돌이 아니라면서 아이돌 밴드라니, 이런 요상한 말이 무슨 의도인지는 아직까지도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소속사도 아이돌로 비춰질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음은 알 수 있다.

더군다나 FT아일랜드가 빠르게 성장하자 이들의 정체에 대해 더 부정적인 생각을 품는 이들이 점점 많아졌다. FT아일랜드는 항상 ‘아이돌이냐, 밴드냐 그것이 문제로다’ 싶은 기로에 놓여있었고, 실제로도 혼란스러워보였다.

하지만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만은 꾸준했다. 언제부턴가 조금씩 작사 작곡에 참여하던 멤버들은 2015년에 이르러 자작곡으로 채워진 정규 5집 앨범 ‘아이 윌(I Will)’을 내놨다. 데뷔곡 ‘사랑앓이’와 비교하면 전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하드하고 거친 록 음악들이 주를 이루는 앨범이다.

이를 두고 FT아일랜드는 자신들의 색깔과 가장 가까운 앨범이라고 칭했다. 어쨌든 그 색깔이 뭐건 간에 자신들이 만든 노래이기에 FT아일랜드만의 것이라고 칭할 수 있었고, 밴드로서 당당히 자신들의 음악을 내세울 수 있었다. ‘아이 윌’이라는 제목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확고히 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데뷔 10주년을 맞은 지금, FT아일랜드 최민환은 “아직도 많은 분들이 ‘사랑앓이’ 등 유명했던 이미지의 곡을 기억해주신다. 감사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방향성은 아니었다”라면서 “지금도 굉장히 힘든 시기라고 생각하고, 이번 계기를 통해서 이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과거와 다른 모습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이홍기 역시 “우리는 계속 도전이었고, 그 도전을 할 때마다 힘들었다”고 토로하면서도 “우리를 응원해주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보여줘서 뿌듯하게 해줘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랑앓이’가 자신들을 이 자리에 있게 해준 고마운 곡이지만, 이제는 FT아일랜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며 진정한 정체성을 찾아가겠다는 포부다. 데뷔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러 이제야 자신들의 길을 찾고 있는 이들에게는 또 다른 시작인 셈이다.

최근 나온 앨범 ‘오버 텐 이어즈(over 10 years)’만 보더라도 그 각오를 엿볼 수 있다. 이번 앨범에는 록발라드부터 강렬한 하드록, 신나는 펑크록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홍기는 “밴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고까지 말했다.

그래서 이 앨범은 FT아일랜드가 그간 걸어온 여정이자 앞으로 나아갈 미래를 대변한다. 시련에 흔들리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들을 거울에 비춰본 FT아일랜드가 대견하고, 그리고 밴드로서 스스로 제2막을 연 FT아일랜드를 응원하고 싶어진다.

이소희 기자 lshsh324@naver.com 사진=FNC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