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누적관객수 687만 9954명을 돌파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지지를 얻은 '곡성'. 웬만한 공포영화보다 무서운 미스터리 스릴러로 다양한 해석을 이끌어내며 온라인을 달궜던 영화다. 나홍진 감독은 '천재 감독'이라는 영광스런 별칭까지 얻으며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기도 했다. 허를 찌르는 극 전개로 많은 이들이 혀를 내두르게 했다.
이런 '곡성'의 여운이 가신 빈자리를 올해는 '장산범'이 채울 전망이다. '숨바꼭질'로 560만 관객을 열광케 한 허정 감독이 내놓은 신작이다. 괴담을 소재로 현실감 넘치는 스릴러를 구상해내는 재주가 있는 허 감독은 이번에도 장산범 괴담을 적극 활용해 보는 이들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그는 '소리가 주는 공포'에 집중했다고 밝혔지만, 최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장산범'은 시각적 공포 또한 만만치 않았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머리털이 쭈뼛 서게 만들 정도로 무서운 장면들이 곳곳에 등장하고,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일들이 오싹함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곡성'과 '장산범'은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이 비슷하다. '장산범'은 가족들의 목소리를 흉내 내 사람을 홀린다는 장산범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작품. 가족이라는 안정적인 울타리가 서로에 대한 의심과 경계를 시작으로 조금씩 파괴되고, 그 과정에서 오는 심리적 불안감과 긴장감이 관객들에게 극도의 스릴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 역시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마을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에 주인공 종구와 그의 딸 효진이 휘말리게 되면서 극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세상 무엇보다 가장 큰 안정감을 주는 가족에 대한 믿음이 의심과 두려움으로 바뀔 때, 관객들은 팽팽한 긴장감과 색다른 충격을 경험하게 되는 것.
기성배우와 아역배우의 차진 연기 호흡 역시 눈길을 끈다. '곡성'에서 부녀로 등장한 곽도원과 김환희는 소름 끼치는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두려움에 방점을 찍었다. '장산범'에서는 염정아와 신린아의 연기가 극한의 공포를 조장한다. 신린아는 신들린 연기력으로 감독과 배우들의 극찬을 끌어냈으며, 어린 아이 같지 않은 캐릭터 이해도를 자랑한다.
한국적 배경과 토속적 정서가 더해진 모습 역시 두 영화가 닮은 점이다. 가장 익숙한 장소, 친근한 사람들 사이에 등장하는 낯선 타자로 인해 미스터리한 일들이 벌어진다. 구성 자체는 평범하지만 이를 흥미롭게 엮어 나가는 건 감독의 힘이다.
'장산범'을 촬영하던 당시엔 '곡성'이 개봉하기도 전이었다. 허정 감독은 "영화 속 무당신이 '곡성'과 비슷하다"는 의견에 "'곡성'을 뒤늦게 봤는데 그 장면을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저희 영화에서 무당신은 (무당이) 접신하는 모습에 여러 소리를 섞어 혼돈스럽게 만들었다"고 차별점에 대해 설명했다.
'곡성'에서 곽도원(종구 역)의 장모로 등장했던 허진은 '장산범'에서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순자로 출연한다. 이번 영화에서도 엄청난 연기 내공을 발산하며, 불안하고 섬뜩한 모습을 효과적으로 그려냈다. 언론시사회 이후 대단한 신스틸러로 호평 받고 있다. '돌아온 스릴러 퀸' 염정아의 온몸을 불사른 연기도 인상적이다. '장산범'은 오는 17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