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 신곡 분석] 예리 ‘스물에게’, 그리고 ‘스물’의 의미

기자 2019-04-23 15:05:49
사진=예리 '스물에게' 뮤직비디오 캡처

그룹 레드벨벳 예리가 21살의 기로에서 20살을 뒤돌아봤다. 그에게 20살은 불안함의 연속이었다. 이제 막 성인이 된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일 터. 아이도 어른도 못 되는 시기,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어른아이는 늘 불안하다. 특히 그룹 레드벨벳이자 아티스트 예리에게 있어 정체성은 더욱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예리는 20살이기에 괜찮다고, 위로를 건넸다. 그는 첫 솔로곡 ‘스물에게(Dear Diary)’를 통해 어디선가 길을 헤매고 있는 청춘게 “괜찮다”고 속삭였다.

예리는 14일 오후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스물에게(Dear Diary)’를 공개했다. 따뜻한 어쿠스틱 발라드 곡으로 예리는 온전히 자신의 목소리로 대중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특히 이번 곡은 레드벨벳 예리가 아닌 싱어송라이터 예리의 면모가 드러난 부분이다. ‘스물에게’는 예리가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성인으로서 나아갈 나이 ‘스물’의 자신에게 전하는 응원과 고마운 마음을 가사에 녹여낸 곡이다. 가사는 예리 자신에게 하는 말일 수도, 20살 청춘에게 하는 말일 수도, 혹은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하는 메시지라고 봐도 될 정도로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예리는 먼저 누군가에게 인사를 건네며 노래를 시작한다. ‘안녕? 이제 서야 뒤돌아 인사하네’라고 말한다. 제목은 ‘스물에게’로, 모든 것은 스물에게 향하고 있다. 하지만 중의적으로 스물을 비롯한 자신의 사랑하는 이, 혹은 누군가에게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어 예리는 21살의 시점에서 20살을 노래하고 있다. 따라서 ‘그래 내가 많이 늦었지?’라는 말을 건넨다. 더불어 ‘결국 이렇게 불쑥 열고 찾아와서 우린 만나고 있잖아’라고 뒤늦게 자신의 20살을 마주하고 있음을 말한다. 이 부분 역시 스무살 혹은 자신이 오랫동안 잊고 있던 누군가라고 해석될 수도 있다.

또 예리는 ‘그저 그대로 빛이 나길 바라 그저 그렇게 웃고 있는 널 그려’라고 말했다. 또 ‘바라는 건 참 많고 많지만 그래도 가끔 그늘에 가려 애석한 내 마음은 어쩔 수가 없어요’라며 자신의 20살, 혹은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마음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표현한다. 가장 빛나지만, 자신에겐 가장 아픈 부분이 될 수도 있는 존재의 대상인 것.

이어지는 가사는 ‘꾸며지지 않아도 돼 불안하지 않아도 돼. 잠시 멈춰 서도 괜찮다고. 언제나 곁에 그렇게 있을 거라고’라고 말한다. 예리는 다음 가사에서 ‘오늘도 난 나의 스물에게 속삭이고 있어’라고 다시 한 번 자신의 20살에게 하는 말이라고 강조한다. 꾸미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아도, 느려도 괜찮다고 그는 그렇게 치열하게 달려왔던 20살, 혹은 존재의 대상을 안심하도록 다독인다.

더불어 예리는 ‘꿈도 기억나지 않을 잠이 들길. 힘들이지 않고 편히 눈을 감길’이라고 자신의 메시지를 전한다.

1절에서 편안함을 강조했다면, 2절은 조금 더 솔직한 예리의 마음이 드러난다. 예리는 가사를 통해 ‘이 불안을 어디에 둬야 할지 얼만큼 덜어내야 할지’라고 말한다. 더불어 ‘이미 지나간 시간에 만약에라는 건 없는 걸 알지만 (다시 만나면) 언제나 오직 너에게 귀 기울인다고’라고 말하고 있다. 불안하지만, 그 불안함을 얼마나 덜어내야 할지 혼란스러운 것. 혹은 이별한 이가 그 대상이라면 얼마나 그리움을 덜어내야 할지로 해석될 수도 있다.

또 다음 구절은 이미 지나간 시간과 만약에라는 건 없는 걸 잘 알지만, 다시 만나게 된다면 언제나 ‘너’에게 귀 기울인다고 전하며 20살 혹은 존재의 대상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20살에게 하는 말이라면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기보다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한다는 의미로, 이별한 이라면 다시 만날 순 없지만, 다시 만난다면 사랑하는 ‘너’에게 내 모든 걸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뮤직비디오 또한 눈여겨볼 만 하다. ‘스물에게’라는 제목과 부합하듯, 예리는 영상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 대상은 온전히 자신일 수도 있고, 그 누군가일 수도 있는 부분으로 역시 가사와 마찬가지로 중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예리는 20살이 된다면 가장 달라지는 부분은 어떤 부분일지에 대한 질문에서 이 노래의 작사, 작곡을 시작하게 됐다. 이 부분은 예리가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갖췄다고 봐도 될 부분이다. 그룹 활동의 경우 작사, 작곡가가 만든 곡을 자신의 곡으로 소화하게 된다. 더불어 작사, 작곡을 하는 아이돌 그룹들 역시 그룹의 색깔에 맞춰 곡 작업을 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온전히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이 부르는 것은 싱어송라이터만이 할 수 있는 것. 예리는 20살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앞으로 그의 생각과 그가 지니고 있는 이야기들이 궁금해지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