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초 리뷰’③] ‘당신의 99초’를 앗아간 유민지 PD의 마법

기자 2017-06-09 14:52:05

유튜버들이 가장 쉽게 만드는 콘텐츠는 리뷰다. 사람들이 궁금해할만한 상품을 구매하고 품평을 해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니 말이다.

SBS 모비딕 유민지 PD는 이를 조금 더 발전시켜 방송인 유재환이 메인으로 진행하는 웹 예능 ‘맛탐정 유난’을 선보였다. 인기가 높은 음식점 메뉴를 리뷰 하는 포맷이었기에 몇 가지 단점이 존재했다. 조금 더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재구성했고 편의점 음식과 같은, 시청자가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것들을 리뷰하기로 했다.

유 PD는 리뷰라는 콘텐츠에 한 가지 제약을 걸었다. 정보 전달은 물론, 예능적인 요소까지 60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담는 것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60초 리뷰’는 지난해 10월 첫 선을 보였고 지금은 ‘99초 리뷰’라는 이름으로 대중을 만나고 있다. 5월 기준 누적 조회수 2100만을 돌파한 이 콘텐츠는 이제 모비딕의 스테디셀러가 됐다. 99초라는 짧은 시간으로 시청자 유혹에 성공한 유 PD는 ‘99초 리뷰’와 관련된 이야기를 자신감 있게 풀어냈다.

Q. 모바일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단 생각은 언제 하게 됐는가

“원래 1인 미디어에 관심이 많았어요. 끼 있는 친구들을 모아서 사업을 하고 싶었는데 SBS에 모비딕이라는 부서가 생겨서 함께하기로 마음먹었죠. 학생 때 많은 영상 공모전에 여러 차례 당선 되면서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아요.”

Q. ‘99초 리뷰’의 초기 기획이 궁금하다

“들어오자마자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하시는 거예요. 저는 연예인과 작업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처음이다 보니 뭘 어떻게 시작해야할지도 모르겠는 거예요. 제가 SNS를 자주 하는데, 거기 보면 동네 카페, 디저트 가게 등 되게 핫한 가게들이 올라와요. 지상파 방송은 그런 갑자기 인기가 오르고 있는 가게 소개를 늦게 하는 편이에요. 모바일 콘텐츠는 이런 핫한 장소를 바로바로 촬영해서 선보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Q. 그렇게 나온 초기 모델이 ‘맛탐정 유난’인가.

“네. 그런데 제가 맛집에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조회수는 정말 잘 나왔는데 단점들이 보였어요. 제 생각보다 분량이 길어서 무겁단 느낌이었고, 요리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완성된 요리를 먹어보는 것…. 주 구독자가 10대, 20대인데 친구들인데 이 영상을 보고 바로 가게에 가긴 힘들다고 봤어요. 그래서 좀 더 모바일스럽고 영상에서 소개된 물건을, 어린 시청자들도 바로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마음먹었어요. 그래서 편의점 음식에 초점을 맞췄고 분량도 60초로 줄였어요.”

Q. 가벼운 느낌을 위해 ‘60초 리뷰’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99초 리뷰’가 됐다

“60초가 너무 짧다는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수용했어요. 그리고 MC 그리가 합류하면서 야외 촬영이 많아졌고, 편집할 때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아서 99초로 늘리게 됐어요.”

Q. 99초가 되면 과감하게 영상을 끝내는 것 같지만 자투리 영상도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예전에는 그 자투리 영상이 10초 내외였는데, 지금은 1분을 넘어서기도 한다. 분량에 대한 아쉬움인가.

“예전에는 정말 짧은 시간 안에 촬영하니까 붙일 자투리 영상도 없었어요. 하지만 촬영 시간이 늘어났고 뭔가 더 보여주고 싶었어요. 보여드리고 싶은 건 많은데 시간은 촉박하니, ‘99초 지나도 볼 사람은 보세요’ 하는 마음으로 자투리영상을 넣게 됐어요. 특히 아이돌이 나왔을 때가 그랬어요. 제품에 대한 정보도 중요하지만, 팬 분들에게는 그 아이돌 얼굴 보는게 정말 소중할 것 가았어요.”

Q. 99초 안에 모든 것을 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

“1차 편집을 하면 5분 정도 돼요. 그걸 또 줄이고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건 싹 다 버려요. 재밌는 것만 보여드리고 싶은데, 가게를 리뷰 하는 경우에는 촬영 허락을 받아야 하잖아요. 촬영을 허락해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해서 정보 전달적인 측면까지 잡으려고 노력해요. 정보 전달과 재미 양쪽 다 충족시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Q. 그 외에 편집하면서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는가

“출연자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보려고 해요. 저는 영혼 없이 편집하는 게 싫어요. 그래서 아무리 바빠도 제 손으로 편집을 하는 편이에요. 제가 애정을 가지고 편집을 해야 출연자의 매력도 커진다고 봐요.”

Q. 가장 힘들었던 촬영은 역시 멍 때리기 대회였는가

“맞아요. 촬영 시간이 제일 길었어요. 거의 세시간정도 촬영했지만 MC 그리는 본상도 못 받고….(웃음) 저희 다함께 이야기하다가 ‘일단 내보내자’고 해서 선정된 아이템이에요. 정말 그냥 신청했거든요. 그리는 뭔지도 모르고 ‘재밌겠다’하고 왔는데 3시간 동안 촬영하게 돼서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Q. 리뷰할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걸 사람들도 좋아할까’라는 생각이 항상 있어요. 아이템은 새로워야 하고 사람들은 물론 출연자도 관심이 있어야 해요. 그러다보니 저만 즐거운 걸 하면 안됐어요. 개인적으로 쿠키 만드는 걸 좋아하지만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판단하려 해요.”

Q. ‘99초 리뷰’는 유재환과 함께 성장했다고도 볼 수 있다.

“제가 처음으로 함께 작업했던 연예인이 유재환 씨에요. 그래서 더 특별하게 생각해요. 유재환 씨는 마음이 악해서 맛없는 음식도 ‘맛없다’고 못해요. 가끔 진심으로 맛없다는 말이 나올 때 제가 ‘영상에 넣겠다’고 저를 고소하겠다고 해요.(웃음)”

Q. 최근에는 MC그리와 많은 작업을 하고 있다. 섭외 이유가 궁금하다.

“‘99초 리뷰’ 시청자들이 어리니 눈높이를 맞추는 게 중요했어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고 상품에 대해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소신도 필요했고요. 그런 친구가 누가 있을까 엄청 고민했는데 어느 날 MC 그리가 보였어요. 정말 딱 맞는 출연자라고 생각했죠. 회사에 오랫동안 졸랐어요. 제발 섭외해달라고요.”

Q. MC 그리는 함께 작업해보니 어떤 사람인가

“그냥 어린 친구인줄 알았는데 심리카페 리뷰를 하면서 심리 테스트를 했어요. 그때 그 친구에 대해 많이 변했어요. 정말 진중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알면 알수록 싶은 친구에요. 어리고, 진중하고, 솔직해요. 그런 점들을 부각시키려고 MC 그리가 쓰는 10대, 20대의 언어를 많이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앞으로는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가

“애견 관련 콘텐츠요. 유기견에 관심이 많아서 어렸을 때부터 이와 관련된 행사가 있으면 영상과 관련해서 재능기부를 하기도 했어요. ‘99초 리뷰’처럼 단순히 강아지 관련된 물건을 소개하고, 이런저런 팁을 알려주는 건 재미없을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잘 섞어서 좋은 콘텐츠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Q. 몸 담은 지 1년, 모비딕에 대한 자부심도 있을 것 같다

“모비딕의 PD들은 새로운 포맷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정말 열려 있어요. 자신감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새롭고 유행하는 것이라면 마음 편하게 도전해요. 그래서 더 다양한 콘텐츠를 시도할 수 있어요. 그런 콘텐츠들이 정말 좋고, 그런 환경이 형성되어 있는 이 회사가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