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초 리뷰’③] ‘모비딕’의, 그리고 모두의 스테디셀러

기자 2017-06-09 15:21:13

리뷰가 주는 재미는 크리에이터, 시청자 모두에게 공평하다. 궁금했던 부분을 공개해주고 다른 상품들과 비교하는 과정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과 같다. ‘모비딕’에는 ‘99초 리뷰’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

SBS는 지난해 6월 모바일 콘텐츠 브랜드 ‘모비딕’ 서비스를 론칭했다. ‘모비딕’은 ‘모바일’(Mobile)과 ‘딕테이터’(Dictator)라는 단어의 결합어다.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콘텐츠 소비 형태에 맞춰 젊은 시청자들의 욕구에 맞는 영상을 제작, 모바일 시장의 지배자가 되겠다는 포부였다.

방송사들은 동영상 플랫폼에 예능프로그램 녹화분 가운데 시청자들이 가장 좋아할만한 부분을 편집해 업로드했다. 모바일 사용자들이 손쉽게 소비하도록 한 것이다. SBS는 방송분의 재편집이 아닌, 모바일 시청자가 좋아할 콘텐츠를 새로이 만들었다. SBS ‘모비딕’은 방송사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형태였다.

모비딕의 성공적인 론칭은 ‘양세형의 숏터뷰’로 시작됐다. 파격적인 인터뷰 형식을 도입한 웹 예능 ‘양세형의 숏터뷰’는 개그맨 양세형이 명사를 찾아가 ‘5분 남짓’의 시간동안 인터뷰하는 과정을 담았다. 개그우먼 박나래, 가수 장기하, 배우 황정음과 같은 연예인들은 물론 유승민, 안희정, 심상정 등 대선후보들까지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다.

‘양세형의 숏터뷰’는 모비딕의 초석을 다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이하 ‘예살그살’), ‘연예인의 소름 돋는 60초 리뷰’ ‘99초 리뷰’ ‘시 스토리’ ‘박나래의 복붙쇼’ ‘경리단길 홍사장’ ‘정대만’ ‘박나래의 스터뷰’ ‘3차 가는 길’ ‘백종원의 3대천왕 K푸드 시크릿’‘아이오아이의 괴담시티’ ‘한 곡만 줍쇼’ ‘맛탐정 유난’ ‘조커의 게릴라이브’ ‘붐의 럭키 프라이데이’ 등 1년 동안 론칭 했던 프로그램은 10여 개가 넘었다.

‘99초 리뷰’는 모비딕의 장수 프로그램이다. 유재환과 함께 ‘맛탐정 유난’으로 음식 리뷰를 시작했고 ‘연예인들의 소름 돋는 60초 리뷰’로 변모, 지금은 ‘99초 리뷰’가 됐다. ‘맛탐점 유난’은 식당의 음식이 주된 소재였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나온 상품을 시청자가 직접 소비하기 힘들었다. 제작진은 이를 인지, ‘60초 리뷰’로 프로그램을 리뉴얼했고 주변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을 리뷰했다. 여기에 “너무 짧다”는 요구를 받아들여 99초로 분량을 늘렸다. 상품 노출이 자유로우며, 프로그램 재구성이 쉽다는 모바일 콘텐츠의 장점을 극대화 시킨 덕분이었다.

‘99초 리뷰’는 제한 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쉴 틈 없이 정보를 쏟아낸다. 출연자의 인사로 시작해 리뷰 할 물건에 대한 간략한 설명, 사용 방법, 소감, 감탄사, 제작진을 향한 애정 어린 투정까지 그야말로 순식간에 99초가 지나간다. 리뷰어가 할 말이 남았음에도 제한시간이 되면 칼 같이 끊어지는 밀도 있는 편집 방식은 웃음을 선사하기 충분하다.

정신없고 짧은 프로그램이지만 시청자는 리뷰 상품에 대한 정보는 모두 습득한다. 핵심적인 특징은 놓치지 않는 것은 물론, 주변 지인에게 이야기를 듣는 듯 한 친밀함, 속도감 넘치는 전개에 의한 집중도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재미와 정보 전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셈이다.

리뷰어들도 그동안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유재환은 높은 톤의 목소리로 쉼 없이 떠들고 제작진과 티격태격하며 웃음을 선사한다. 최근 ‘99초 리뷰’의 터줏대감이 된 MC 그리는 조금 더 젊은 감성으로 친숙하게 다가선다. 가끔씩 모습을 드러내는 아이돌은 좋아하는 드라마에서 예상 밖의 카메오를 마주한 것 같은 소소한 재미를 준다.

‘숏터뷰’는 4900만(이하 5월 기준, 누적 조회수)으로 1위, ‘예살그살’은 3900만, 2위를 기록 중이다. ‘99초 리뷰’는 2100만을 돌파하며 3위에 랭크됐다. 모비딕의 시작과 함께 중심축이 된 이 프로그램은, 호기심을 자극할 상품들과 함께 앞으로도 시청자들을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