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혜린 “걸그룹? 트로트야말로 제게 맞는 옷이죠”

기자 2017-05-26 15:35:13

[메인뉴스 유지훈 기자] 걸그룹 출신으로서 겸비한 춤 실력, 관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갈고 닦은 목소리,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준비한 연기력. 이 모든 것이 트로트 음악에 어우러진다.

정혜린은 지난 16일 데뷔 싱글 ‘사랑에 방방’을 발매하고 트로트 가수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사랑에 방방’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사랑하는 남자가 마음속에 들어왔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어 애태우는 여성의 감정을 표현했다.

트로트가수로의 전향은 편견과 맞서는 일이다. 정혜린 역시 그랬다. ‘결국 원하는 데뷔를 하지 못해 눈을 낮춘 게 아니냐’는 말은 타인의 지적인 동시에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정혜린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섰다. “이제 내게 맞는 옷을 입은 것 같다”는 표정에서는 자신감마저 엿볼 수 있었다.

Q. 트로트 가수로 데뷔한 소감은?

“걸그룹만 오랫동안 준비했어요.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일이 있었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할 때 즈음 대표님을 만났어요. ‘사랑에 방방’이라는 노래를 들었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사람들이 사실 트로트를 어려워하고 안 좋아하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하지만 이 노래라면 다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최근에는 무대에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정말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Q. 걸그룹 출신으로서 트로트 가수가 되기로 결심하기에는 많은 고민이 있었는가.

“좀 자존심 상한 것 같기도 했고, 스스로에게 진 것 같기도 했어요. 뭔가 퇴색되는 느낌이랄까요? 우선 심리적으로 힘들었어요. 그 이후에는 가창력적인 부분, 트로트 창법이 정말 어렵더라고요. 그 모든 시간들이 힘겨웠지만, 지금은 정말 행복하고 재밌어요.”

Q. 주변 사람들은 어떤 반응이었는가.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고 이야기해 줬어요. 걸그룹으로 활동할 때보다 더요. 그리고 제가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정말 응원해줬어요. 그 분들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Q. 타이틀곡 ‘사랑에 방방’에 대해 소개해달라

“김정배 작사가님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보고 영감을 얻으셨대요. ‘내 마음에 함부로 들어온 당신, 방세도 사랑도 안 주면 왕소금을 뿌리겠다’라는 귀여운 내용이에요. 멜로디는 정말 신나요. 주위 사람들에게 들려줬더니 금방 기억하시더라고요.”

Q. ‘사랑에 방방’의 첫인상은 어땠는가

“성인가요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 노래는 정말 신나서 고정관념이 바로 깨졌어요. 가사도 제게 맞는 것 같아서 ‘이 노래로 꼭 활동하고 싶다’고 다짐했어요. 물론 막상 해보니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어요. 무대 영상을 많이 봤고, 지금까지 하던 가요와 멀어지는 시간을 가졌어요. 트로트를 계속 들으면서 선배 가수들에게 조언을 많이 구했죠.”

Q. 이미 행사에 올랐던 당시의 직캠 영상이 공유되고 있다. 퍼포먼스에도 중점을 둔 것 같은데.

“‘사랑에 방방’은 안무가 분이 직접 퍼포먼스를 짜줬어요. 댄서 네 분들과 함께 무대를 꾸미죠. 또 제가 걸그룹 출신이다보니 노래와 춤을 함께 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없었어요. 열심히 활동해서 이 노래를 알리고 싶어요. 남녀노소가 흥얼댈 수 있게 하는 게 제 목표에요.”

Q. 걸그룹 데뷔를 꿈꾸던 시절, 힘들었던 나날들이었을 것 같다.

“제 주위 사람들은 다 데뷔하고, 저 혼자 남아있는 순간이 있었어요. 기회는 계속 왔어요. 하지만 데뷔를 앞두고 무산되는 경우가 많았고, 데뷔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팀이 해체되는 경우도 있었죠. 그 다음에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갈고 닦은 건 춤과 노래, 연기뿐이었으니까요. 댄스 팀, 뮤지컬 배우 등 다양한 고민을 했어요.”

Q. 고민 끝에 시작한 트로트 가수 활동, 지금은 만족하고 있는가

“처음에는 정말 하기 싫었어요. 해왔던 것들과는 많이 달랐으니까요. 춤과 노래를 한다는 것은 같지만 방식은 완전 새로운 것이었어요. 하지만 한 번 무대에 서고 나서부터는 생각이 달라졌어요. 제 이름으로 된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고, 그걸 본 관객들이 호응해주는 걸 보니까 자부심이 느껴졌어요.”

Q. 걸그룹 출신, 활동하는 데 있어서 장점이 되는가

“퍼포먼스나 제스쳐를 소화하기 편하더라고요. 걸그룹 할 때는 한 컷을 위해 여러 가지 제스쳐를 해야 하잖아요. 그 경험들이 제 무대 위 자신감이 됐어요. 그리고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고, 어떤 포인트에서 사람들이 좋아해줄지 알게 된 것 같아요.”

Q. 트로트 가수로서 목표가 있다면?

“트로트가수로서 해외 공연을 다니고 싶어요. 연기나 라디오 디제이도 좋아요. 나중에는 후배양성도 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오랫동안 무대에 설 수 있는 가수가 되는 게 꿈입니다.”

Q. 앞으로 무대 위 트로트 노래를 부르는 정혜린을 마주할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사랑에 방방’으로 활동 열심히 해서 제 노래 많은 분들에 알렸으면 좋겠어요. 제 이름은 곧 브랜드니까, 이름 역시 기억해주세요. 응원도 사랑도 많이 받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