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한지 15년, 정규 발매엔 이유가 있어요”

기자 2017-06-05 17:47:47

[메인뉴스 유지훈 기자] 가수 거미가 발매한 정규 앨범에는 어떤 이유가 담겨 있을까. 깊게 생각할수록 많은 질문을 던지는 그의 행보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거미는 5일 오후 다섯 번째 정규 앨범 ‘스트로크’를 발매했다. 이는 2008년 ‘컴포트(Comport)’ 이후 9년 여 만의 정규다. 타이틀곡 ‘아이 아이 요(I I Yo)’를 포함해 ‘남자의 정석’ ‘키스 이건 팁’ ‘그만 말해’ ‘나갈까’ 등 총 12곡이 수록됐다.

오랜만의 정규 앨범이지만 거미는 끊임없이 팬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2010년 첫 번째 미니앨범 ‘러브리스(Loveless)’와 2015년 ‘사랑했으니 됐어’로 장르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여기에 KBS2 ‘태양의 후예’, ‘구르미 그린 달빛’ 등 인기 드라마의 OST에도 참여하며 발라드 가수로서의 진면목도 보였다. 안정적인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음에도 부담이 큰 정규 앨범을 발매한 셈이다.

앨범 명 ‘스트로크’에는 ‘획을 긋다’ ‘품다’라는 거미의 다짐이 담겼다. 이미 솔로 여가수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거미가 긋고자 하는 획은 무엇일까. 이는 ‘스트로크’가 9년 만에 발매한 정규 앨범이라는 사실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 5일 열린 음감회에서 거미는 이와 같이 답했다.

“여자가수로서 많은 책임을 느끼고 있어요. 안정적으로 발라드만 계속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정규 앨범을 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여러 음악을 원하는 대중, 그리고 모든 후배들을 위해서요. 여자 가수가 이런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내고 이끌어갈 수 있구나 하고 한 획을 그었으면 해요. 그리고 이 노래로 사람들을 품고 싶어요.”

거미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강세로 인해 변한 가요계 정규 앨범 수가 줄어들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예전처럼 음반을 구매하고 모든 수록곡을 귀담아 듣지 않는 지금, 모든 가수에게 정규 앨범 발매는 부담인 동시에 ‘모든 수록곡이 사랑받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거미는 15년 동안 꾸준히 쌓아올린 입지를 통해 정규 앨범이 가지는 의미를 상기시키고자 했다.

여기에 거미의 음악적 스펙트럼에 대한 자신감도 담겨있다. OST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는 본래 블랙뮤직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해낼 줄도 알았다. 때문인지 길을 총괄프로듀서로 내세워 앨범의 톤을 알앤비 소울로 규정지었다. 여기에 래퍼 치타와 보이비의 랩, 신예 알앤비 뮤지션 수란을 작곡가로 참여시켜 풍성함을 더했다.

거미는 그동안 발라드곡으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어른아이’와 같은 알앤비 소울 장르도 능숙히 소화해냈다. ‘스트로크’에는 이 ‘어른아이’를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장르가 담겨있다. 특히나 타이틀곡 ‘아이 아이 요(I I Yo)’는 꿈을 향해 비상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녹여냈다. 그동안 사랑과 이별에 초점을 맞췄던 거미가 자신이 하던 음악이란 무엇인지에 돌아보고 선정된 타이틀이다.

“길 오빠가 프로듀싱을 해서 전체적으로 힙합, 소울에 중점을 두게 됐어요. 지금까지 늘 이별노래, 사랑에 대한 노래를 해왔기 때문에 지금은 그런 노래보다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스트로크’는 돌고 돌아, 알앤비 소울 뮤지션으로 회기한 거미의 15년이 고스란히 담겼다. 15년은 거미에게 수많은 고민거리를 만들었고, 자신의 정규 앨범이 어떤 의미들을 지니고 있는지 알게 했다. 물론 이 정규앨범은 모든 뮤지션의 아쉬움처럼 모든 수록곡이 사랑받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거미는 여성 뮤지션으로서 입지, 음악이 지닌 메시지, 정규 앨범의 의미를 곱씹으며 ‘스트로크’를 세상에 꺼냈다. 이 이유들만으로 ‘스트로크’를 귀담아 듣기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