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특별시민’이 비춘 정치판 구정물의 깊이

기자 2017-04-24 09:58:54

[메인뉴스 이예은 기자] 5월 9일 장미대선을 앞둔 지금, '특별시민'에게는 절호의 찬스가 주어졌다.  국민의 중요한 결정을 앞둔 현 시점에서 선거판의 구정물 다툼을 신랄하게 내보인 ‘특별시민’의 촌철살인 메시지는 대중에게 어떻게 파고들까.

5년 전 영화 ‘모비딕’을 통해 권력의 진실을 향해가는 기자들의 올곧은 저항을 다뤘던 박인제 감독이 이번엔 선거판을 향해 메가폰을 잡았다. 그가 영화 속으로 가져간 서울시장의 모습은 아주 친숙하다. 3선을 노리는 변종구(최민식 분)는 힙합 듀오 다이나믹듀오와 함께 청춘콘서트에서 랩도 하고, 토크도 하며 젊은 시민들과의 쌍방 소통에 힘쓴다.

화려한 언변과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대중적인 시장의 모습을 갖췄지만 실은 자신이 목표한 최고 권력을 향해 가릴 것 없이 내달리는 정치 9단의 인물이다. A부터 Z까지, 철저하게 만들어진 이미지로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며 국민들을 현혹시킨다. 

 

그 과정에서, 선거공작의 일인자인 심혁수(곽도원 분)와 온 힘을 합쳐 상대 진영인 양진주(라미란 분)과의 표심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펼친다. 주변 가족들의 일을 다 끌어와 온갖 구질구질한 네거티브와 조작된 선전 등을 이어간다. 더불어, 변종구에게 들이닥친 사고 및 사건이라는 변수가 연이어 터지며 최대 위기를 맞는다. 결코 투명하지 않은 이 인물이 맞이하는 결말까지 ‘특별시민’은 긴장감을 놓지 않은 채 달려간다.

사실 ‘특별시민’ 속 욕망으로 가득 찬 캐릭터들은 기존 국내 영화에서 즐비하게 등장한 인물들이라 눈에 띄는 차이는 없다. 그러나 영화에 설정된 배경이 특별함을 더한다. 이제까지 이토록 선거판의 민낯을 샅샅이 벗겨낸 영화는 없었기 때문에 현실과 꼭 닮은 이면을 들여다보는 건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또한, 주인공으로 나선 최민식의 명불허전 연기는 변종구라는 캐릭터에 입체감을 제대로 불어넣었다. 탁월한 리더십과 쇼맨십을 갖춘 변종구는 최민식이 펼치는 쇼 덕을 제대로 봤다. 사람 좋은 웃음을 짓다가도 단숨에 날카로운 눈빛을 담아내는 최민식의 연기는 좌중을 완벽히 흡입한다.

‘특별시민’의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을 수 있는 출마선언 연설신은 최민식의 손에서 탄생했다. 직접 감독과 힘을 합쳐 작성한 연설문은 그가 캐릭터의 다변화를 위해 얼마나 힘썼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다.

 

하지만 ‘특별시민’이 공개된 이후 이목이 쏠렸던 다양한 여성 인물의 등장은 활용도가 낮아 아쉬움을 자아낸다. 라미란, 심은경, 류혜영, 문소리 네 인물 모두 남성들과 직업적으로 이어져있음은 훌륭했다. 대다수의 한국 영화가 여성 캐릭터를 보조적, 소모적으로 그려내는 와중에 발견한 진주와 같았다. 그러나 남성 캐릭터들과의 대립각으로 세워진 여성 캐릭터를 통해 이 시대의 정의를 관철시키려 하는 듯 했지만, 문소리를 제외하고는 짧은 항변에 그치고 만다. 

특히, 라미란의 캐릭터는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써 정치를 한다는 것과 최민식을 상대하는 인물 치고는 이렇다 할 탄탄한 주체성을 드러내지 못해 아쉬움을 자아낸다. 더불어 워싱턴 출신의 선거 전문가로 등장해 라미란을 보조해야할 류혜영은 엘리트적인 능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한다. 

그로 인해 그들의 능력마저 막아버리는 한국 선거판의 자극성과 비도덕성이 더욱 두각을 나타내지만 여성 인물들에게 주어진 훌륭한 설정들이 한 단계 더 나아가지 못한 점은 눈앞에 있는 완주의 성공을 놓쳐버린 느낌이다.

그럼에도 ‘특별시민’이 특별한 이유는, 이 영화에는 정치 영화가 갖춘 그 흔한 카타르시스가 없다. 지저분한 세계를 여기저기 흩뿌려놔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든다. 그로 인해 우리가 현재 앞둔 선거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자연스레 침투케 한다. 

단순히 ‘표를 던지자’가 ‘특별시민’이 건네는 메시지가 아니다. 궁극적으로, 우리의 삶의 질을 증진시킬 그들의 면면을 제대로 파악하고 소신껏 ‘잘’ 투표하는 것. 그것이 ‘특별시민’의 찜찜한 결말이 말하는 결론이다. 26일 개봉.